사랑
홍승표(신은희씨 남편)
풀이 누운 자리마다
사랑이 송골송골
예서 뒹굴다간 사랑에
꽃이 피었을까
둥지를 틀고
어여뿐 새끼를 안고
돌아오는 저녁이 있었을까
풀을 눕힌 자리마다
추억은 잊히지 않고
기쁜 봄을 맞았을까
먼동에 사라지는 한기를
가슴으로 품어내며
패랭이꽃 한 송이
수줍게 피어났네
패랭이꽃 꽃말 : 순결한 사랑
노오란 산수유 꽃들이 뒤숭숭한 마음을 설레임으로 물들인다. 하얀 목련 봉우리가, 지나가는 발길에 새로운 시작을 손짓 한다. 흰 매화꽃도 찬 바람에도 끄떡이지 않고 단아한 자태가 곱다. 얼어있던 나무 가지에 초록 몽오리가 맺히고, 새순 돋은 주변 자연 경치를 신기한 듯 바라본다. "봄의 전령이 대지를 적시네요. 촉촉한 하루 되세요." 봄비가 내려 새로운 희망이라는 생명이 더 꿈틀거린다.
복지관에도 봄이 왔다. 며칠전 경안천을 따라 걷는데, 나무 가지가 푸릇푸릇 하고 새순이 돋아 마음에서 희망이 일렁이었다.
뇌병변, 지적 장애, 시각 장애 등 장애인들이 부담없이 드나들 수 있는 복지관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다.
어눌한 발음을 교정해 주는 언어치료, 균형감각을 키우고 근력운동을 시켜주는 물리치료, 개인마다 부족하고 필요한 운동을 일대일로 알려주는 작업치료 등 참으로 유익하다. 천연비누를 만들고 천연 화장품, 도자기를 만드는 여성자조모임 수업시간이 기다려지고 즐겁다.
허리나 몸이 뻐근하고 아플 때 구체적 동작을 하나하나 알려주는 윤지희선생님과 송병기 선생님의 스트레칭도 좋다. 스트레칭을 신청해 운동하는 지금이 행운이라 여기고 성실히 받고 있다.
핸드폰 사용법을 하나 하나 알려주는 스마트폰 수업도 나이드신 분들께나, 나처럼 폰 사용법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인기가 좋다. 유정민선생님을 따라 즐겁고 신나게 부르는 노래교실, 어깨가 들썩이고 흥이 나 다같이 신나서 마지막 노래는 아쉬워하며 춤도 춘다.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집안의 지저분한 공간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법을 알려주는 정리수납 수업도 유익하다. 이 밖에도 미술 교실, 토탈공예, 국악 교실, 승마 수업(균형감을 키워 뇌수술한 이용객들에게 좋다 한다.), 목공예수업, 규방공예, 새로 신설된 영화와 수영 수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다. 시간만 가능하다면 다 들으면 기대되고 유익한 수업일 것이다.
복지관을 이용하다 몸이 아프면 진료실을 자주 찾게 된다. 손가락 피를 검사하는 당뇨 검사, 갑자기 뜨거운 물에 데었을 때 진료소 정민숙 선생님을 찾아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이고, 얼었던 마음까지 눈녹듯 치료된다.
소외된 계층을 위해 몸이 불편한 지역민들을 직접 찾아가는 이동 진료나 백암면 물리 치료 등 유익한 사회 봉사도 많다.
복지관 이용고객들이 개인적으로 아픈 곳도 많고 힘들어 하는 분도 많지만, 복지관에 나오면 표정이 밝아진다. 각 복지사 선생님들이 친절하고 내 일처럼 설명해주고 속 시원하게 도움을 주어 이용 고객들의 칭찬이 자자하다.
전성흠 물리치료사, 장미희 여성자조모임 팀장, 김상걸 작업치료사 등 많은 선생님들이 애써주시는 덕에 복지관은 향상된다. 특히 기획 전략팀은 행사 때마다 이용 고객 사진을 예쁘게 찍어줘 기억에 남는다.
"일반인들도 불의의 사고로 어느날 갑자기 장애인이 될 수 있음을 명심 합시다." 눈이 안보이는 시각 장애인 오정환님이 개관 행사때 상을 받으며 한 말을 잊을 수가 없다. 실제로 일반인처럼 건강히 회사 다니다가 사십 대에 마비가 와서 한 손과 한쪽 다리를 못 써 물리 치료를 열심히 받는 사람 등을 자주 접하게 된다.
장애인의 타성에 젖은 약간의 의존성도 문제 되지만, 비장애인도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안스러워 도와주려는 자세도 의존성면에서 다시 생각해볼 문제이다. 실례로 청수상가 중앙 아이엘로 가는 엘리베이터에서 비장애인 김모씨는 장애인을 도와줄까 잠시 고민했지만, 더디게 하더라도 스스로 성취감을 맛보게 함이 자립을 위해 좋을듯해 그냥 지켜만 보았다고 했다.
복지관 이용 고객인 김선봉님은 '장애인도 의존하기 보다는 스스로 자립하려는 주체 의식을 가지고 노력해야 합니다.'
힘들거나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위 두 분말은 귀감이 된다.
복지관을 이용하는 한 명 한 명의 정성과 발걸음이 실로 소중하다. 복지관의 거울인 것이다.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나도 할 수 있다는 봄의 전령이 여러분 자신이길 기원해본다.
며칠전 복지관을 나오며 경전철을 기다리다 노란 후리지아꽃을 들고 있던 두 명을 만났다. 꽃이 너무 예뻐 사진 찍어도 되겠냐 물어보니, `신나고`프로그램 때 만든거라며 활동 지원사가 흔쾌히 대답한다. 꽃 향기가 그윽하다. 노오란 후리지아 꽃 냄새가 좋아 몇 번이고 자꾸 맡았다. 무심코 내뱉은 나의 말이 다른 사람 가슴엔 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번쩍 뇌리를 스쳤다. 생각해 한 말이 긍정적인 무한한 기쁨의 미소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힘을 내보자! 누군가의 마음속에 나의 말과 행동이 기분 좋은 꽃씨, 향기 그윽한 봄 씨앗이 되어 열매도 맺고 민들레 홀씨처럼 멀리 멀리 퍼지길 간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