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짧은 시승 구간이었다. 왕복 10km쯤 타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빠르게 반응하는 핸들링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인상적이었다. 엔진은 싹 바뀌어 출력이 향상됐고, 콤팩트한 차체를 거침없이 밀어 붙였다. 가벼운데다 뒷바퀴굴림방식을 쓰고, 50:50의 이상적인 무게배분까지 이룬 차다. 엔트리급 콤팩트 해치백이라 해도 가문을 속일 순 없다. 짧은 오버행과 긴 보닛이 안정된 자세를 보여준다. 118d는 그런 차다. BMW니까.
유로6 디젤 엔진 적용. 한층 뚜렷해진 디자인
BMW 코리아가 지난 6월8일 엔트리급 차종인 118d를 출시하고 ‘간단한’ 미디어 시승회를 열었다.
1시리즈는 지난 2004년 3시리즈 엔트리 콤팩트 라인업을 대체하기 위해 등장했다. 2004년 5도어 해치백(E87)을 시작으로 2007년에는 3도어 해치백(E81), 2도어 쿠페(E82), 2도어 컨버터블(E88)로 나뉘었으며, 2도어 쿠페와 컨버터블은 현재 2시리즈 라인업으로 분가한 상태다. 이번에 출시한 모델은 2011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데뷔한 2세대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이번 부분변경의 핵심은 엔진이다. 유로6 배기가스배출 규정에 맞춘 새로운 엔진을 장착했다. 4기통 2리터 트윈파워 터보디젤 엔진은 배기가스 규정도 맞췄고 구형보다 출력과 토크 모두 강해졌다. 8단 스텝트로닉 변속기와 만나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32.7kg.m(1,500-3,000rpm)의 성능을 발휘한다.
엔진 뿐 아니라 겉모양도 많은 변화를 이뤘다. 그간 1시리즈 ‘옥에 티’로 꼽혔던 앞-뒤램프 디자인이 달라졌다. 헤드램프는 좀 더 커지고 ‘코로나 링’의 윤곽이 더욱 뚜렷해졌다. 리어램프도 커졌고, 다른 형제 모델처럼 'L'자형으로 형태가 바뀌었다.
BMW의 상징인 키드니 그릴도 좀 더 커지고 날렵하게 다듬었다. 앞 범퍼 아래 위치한 공기흡입구도 크게 만들었다. 장난꾸러기가 한결 남자다워진 모습이다. 오버행도 안정감 있다. 앞 뒤 바퀴가 앞 뒤 범퍼에 최대한 가깝게 붙어 있다. 휠베이스를 늘려 실내공간을 확보하고, 주행안정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사이드 미러엔 검은색 미러 캡을 씌웠다.
실내는 간결하게 잘 정돈된 모습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엔트리 모델이라 형님들에게서 느껴지는 태생적 고급스러움은 느낄 수 없더라도, 곳곳에 사용된 유광블랙 마감재와 오밀조밀 버튼들이 잘 궁합을 이룬 모습이다. 시승차에서는 포인트로 빨간색 스티치가 스티어링 휠과 대시보드에 사용됐다.
뒷좌석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앉았을 때도 답답함이 느껴졌다. 덩치가 커서 그런 건 아니다. 1시리즈는 동급 유일의 후륜구동차다. 뒷바퀴를 굴려야 하기에 차 바닥 가운데로 이런저런 것들이 지나가야 한다. 그래서 뒷좌석 가운데가 불쑥 솟아있다. 시각적으로도 답답해 보일 수밖에 없다. 적재함도 그리 넓은 편은 아니다. 기본 적재용량은 360리터며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1,200리터까지 늘어난다.
작고 야무진 후륜 해치백의 날렵한 몸놀림
브랜드 엔트리 모델이긴 하지만 형들의 달리기 능력은 쏙 빼다 박았다. 잘 돌고, 잘 서고, 잘 돌아나가는 기본적인 주행능력은 역시 탄탄하다. 더욱이 50:50의 기가 막힌 무게배분, 높아진 엔진 출력, 비교적 가벼운 차체 무게로 도로 위를 가뿐하게 질주한다. 엔트리 모델에도 50:50의 무게배분을 고집해 브랜드가 추구하는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했다.
특히 고속 코너링 능력은 발군이다. 후륜구동이긴 하나 부담 없는 출력과 앞뒤 이상적인 무게배분으로 큰 부담 없이 인코너로 파고 들며 와인딩을 즐길 수 있다. 다른 BMW 형제들과 같이 드라이빙 모드 선택에 따른 성격 변화 역시 뚜렷하다. 오랜 시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궁합을 찾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운전자는 앉아 즐기기만 하면 된다.
BMW는 차세대 1시리즈와 2시리즈, X1에 전륜구동기반의 UKL1 플랫폼을 사용할 것이라는 큰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미 BMW 최초의 전륜구동 모델인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가 시판 중에 있으며 최근 선보인 X1도 전륜구동 방식으로 출시됐다. 이제 3세대 1시리즈만 남은 상황이다. 이번에 선보인 2세대 부분변경 모델은 BMW의 마지막 후륜구동 해치백이라는데 큰 의미가 있다.
엔트리 모델은 소비자들이 그 브랜드로 진입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인 셈이다. 역할이 크다.합리적인 가격은 물론, 브랜드 정체성까지 담아내야 한다. 그래야 상위 모델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간 1시리즈는 BMW의 엔트리 모델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고 볼 수 있겠다. 운전의 즐거움을 충분히 표현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BMW는 이번 모델을 끝으로 1시리즈 구동방식을 바꾼다. 저렴한(?) 가격에 BMW의 특징을 제대로 맛보고 싶다면 서두르는 편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