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들어 처음으로 우리곁을 떠난 가수분이 있어 마음이 아프다. 특히나 내 청소년기에 참 좋아했던 노래의 주인공인지라 더욱 마음이 스산하다. 70~80년대 ‘다락방’ ‘영상’ 같은 서정적인 포크송으로 사랑을 받았던 혼성듀엣 논두렁밭두렁의 김은광(한국음원제작자협회 감사)이 지난 1월 25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아산병원에서 대장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58세.
논두렁밭두렁의 시작은 혼성듀엣이 아닌 남성듀오였다. 1973년 김은광․박문영으로 데뷔한 논두렁밭두렁은 군입대 문제로 성전환을 단행해 혼성듀엣으로 거듭났다.
사연은 이렇다. 서울공대생 박문영이 75년 8월 군에 입대하면서 두 달 후인 10월 서울사대부고 출신 윤설희로 멤버가 교체되며 팀은 성전환수술을 단행했다. 김은광은 당시 ‘출발당시의 우정을 생각해 팀을 해체시킬 생각이었지만 그동안의 노력이 아까워 혼성듀엣으로 재출발을 결심했다’고 한다.
이후 명동 희성살롱무대에 서 활동을 시작했지만 2기 결성 후 김은광도 군 입대를 해 활동을 중단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들은 히트곡을 내지는 못했고 전형적인 다운타운가의 무명듀엣이었다. 3년간의 공백후 김은광이 제대한 78년부터 다시 활동을 재개했다.
이후 다락방과 영상이 4만여장이 팔려나가는 빅히트를 기록해 인기 혼성듀엣으로 급부상. 특히 청소년층에 인기가 높았다. 이들이 대중적 인지도를 확실하게 획득한 것은 1978년에 발표한 ‘다락방’과 ‘영상’이 크게 히트하면서부터 음악활동을 통해 사랑의 감정이 싹튼 두 사람은 1979년 결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부부듀엣으로 거듭났다.
부부듀엣의 시초는 공식적으로 팀을 이뤄 음반을 발표한 가수로는 서수남 현혜정이 최초이고 이후 논두렁밭두렁을 비롯해 김씨네, 한마음, 부부듀엣, 동그라마, 빨간크레용등이 뒤를 이으며 70년대 말 -80년대 초 한때 대중가요계의 트렌드를 형성시키기도 했다.
부부듀엣은 부러울 정도의 금술을 자랑하다가 이혼의 아픔을 유난히 많이 겪기도 했는데 논두렁 밭두렁은 그런 점에서 모범적인 가정을 유지해온 몇 안되는 부부듀엣이다. 오리지널 멤버 박문영은 군 제대 후 대학을 졸업하고 TBC, KBS, SBS의 PD로 변신해 대중음악과 인연을 계속했다.
지금은 강원도 홍천에서 칩거하고 있다고 한다. 김은광 윤설희 부부는 지난 2000년부터 해체된 가정의 아이들을 돌보는 그룹홈 ‘별빛 내리는 마을’을 운영하면서 (사)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의 서울지원센터를 맡아 봉사를 해왔다.
특히 , 김은광은 대장암으로 투병생활을 하던 지난 2009년 11월 7일에도 서울․경기․인천지역 아동 그룹홈 후원을 위한 7080 행복나눔콘서트를 기획하는 등 생의 불꽃이 꺼져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소외된 어린이를 위한 자선활동에 정성을 다해 그의 죽음은 많은 이들에게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하지만 임종을 끝가지 지킨 아내 윤설희님에게 '사랑했다'고 말했다는 김은광님의 마지막 남긴 말은 감동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