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게시물에서 베네치아를 소개했지만, 내가 여기 온 목적은 레벨2 써트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해외까지 와서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는 항상 어려움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것은 시차문제일 수도 있고, 장시간 비행에서 오는 피로일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문제일수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올해 상반기의 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신 두 분 원장님들 참 대단하다.
시차문제나 여행 피로의 문제는 경험에 의해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고, 이번 여행에서는 조금의 행운도 따라주었다. 하지만, 문제는 생각지 못한 곳에 있었다.
일단 써트 일정보다 여유 있게 도착해서 베네치아 관광하면서 시차적응을 했다.
그러면서 여행피로도 줄일 수 있었다.
게다가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행운도 따랐다.
그것은 인천, 도하 구간의 비행에서 항공사의 착오로 자리가 바뀌는 바람에 이코노미 가격으로 비즈니스 서비스를 받았다.
도하, 베니스구간보다 더 긴 여정이었는데 훨씬 편한 여정이었다. 이래서 비싼 돈 주고 비즈니스석 이용하는구나 싶었다. 물론 생각뿐이다. ㅎㅎ
이때만 해도 이번 여정 뭔가 잘 풀리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인생은 항상 좋을 때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한다.
이탈리아 도착한 다음날 부상을 당했다. 오른쪽 능형근 쪽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장시간 비행으로 자세에 문제가 있었는지 그 날 재채기를 잘못해서인지 원인도 모른다.
내 운동철학이나 방식 상 거의 부상 없이 운동을 해왔는데 난감한 상황이었다.
낮에 움직여주면 괜찮다가 밤에 잘 때 혹은 아침에 일어나면 통증이 심해진다.
통증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잘 때도 있었고, 목을 움직일 때 마다 부상부위에 통증이 왔다.
이 부상은 한국에 와서도 며칠 동안 나를 괴롭혔다.
어쨌든 그렇게 6월 15일 써트날 아침이 밝았다.
‘아픈 건 아픈거고 하나라도 많은 것을 배워가야한다.’라는 심정으로 호텔에서 아침 먹고 셔틀 타기 전 이번 참가자로 보이는 여성에게 말을 걸었다.
호주에서 왔단다. 이름은 Petra, 그녀는 슬로바키아(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에서 오스트레일리아로 간 거라 유럽이 낯설지는 않다고 한다. 통성명을 하는데, 한국식 발음이 익숙지 않아 내 이름을 못 알아듣는다. 그때 옆에서 그녀의 남편이 내 이름을 정확히 발음하고, 영어 스펠링까지 안다. 와우!!
그는 호주인이고, 이름은 Huon, 유튜브에서 나의 무게 풀업 영상을 봤다고 한다.(나 알고 보니 꽤 글로벌하게 유명하다..ㅋㅋ)
어쨌든 써트 장소가서 요가 동작으로 몸 풀고 있는데, 이 부부 옆에 와서 같이 배우고 따라한다..ㅎㅎ
<Huon, Petra 부부>
체중을 재는데, 이런 66kg!! 부상이 문젠가? 비행기 타는 여행이? 관광을 열심히 해서? 모르겠다. 갑자기 긴장되기 시작한다.
매뉴얼을 받고 체중을 재는 동안 안드레아 선생님, 피터 선생님이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건낸다.
<선생님들과 찍은 사진>
<마스터 RKC 피터와 함께>
<한국에도 오셨던 마스터 RKC 안드레아 듀케인과 함께>
시작 전 팀리더들과 어시스트 인스트럭터들의 소개 후 각 참가자들의 국가가 리믹스로 흘러 나와서 있지도 않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데, 심장이 제법 쿵쾅거린다.
걱정했던 스내치 테스트는 일요일에 하고, 첫 날 아침은 프레스 테스트(나는 32kg), 부상이 있는 오른쪽은 쉬게 하고 왼쪽으로 시도, 역시 무게가 있는지라 왼쪽으로 해도 부상이 있는 견갑골에 통증이 온다. 일단 포기. 두 번째 시도에서 반대쪽 광배를 더욱 잠궈서 성공!! (내 생각인데 내가 이때까지 해온 프레스 중에서 가장 깔끔했다.)
나는 Fabio 팀이었는데 우리 팀의 어시스트 인스트럭터 중 Melody Schoenfeld는 거의 팀 닥터 수준이다. 사실 내 견갑골도 그녀가 마사지 해준 뒤 굉장히 좋아졌다. 프레스 테스트 전, 후로 해줬다. 그녀는 나뿐만 아니라 써트 도중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 마사지를 많이 해줬다.
<이탈리아 써트의 호스트이자 시니어 RKC 파비오>
<팀 파비오의 어시스트이자 팀 닥터(?) 멜로디>
<팀 파비오>
써트 내용이야 정건 선생님과 최하란 선생님이 워낙 글을 잘 써놓으셔서 할말이 없다.
개인적인 느낌을 말하자면, 이때까지 접한 써트 중에서 가장 즐기면서 재밌게 보낸 써트였고, 하드스타일에 더욱 깊이 빠진 기간이었다.
사실 이번 이탈리아 써트를 마지막으로 레벨2의 여러 내용이 바뀐다.
레벨2 내용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을 것은 아마 많은 종류의 테스트일 것이다.
거의 모든 테스트를 그 자리에서 순조롭게 통과했다.
테크닉테스트의 경우 통증이 좀 있어도 저반복 이기에 참아낼 수 있었다.
문제는 스내치 테스트....아~
역시 부상 부위가 복병이었다. ㅠㅠ
다른 건 괜찮았는데, 스내치에서 통증이 왔다. 스내치 테스트할 때 50개까진 참을 만 하더니 그 이후로 통증이 심상치 않다. 통증이 점점 심해지지만 참고 해본다. 70개 후반엔 찌릿한 통증로 바뀐다. 80개 할 때 시간이 3분 30초......시간은 충분하지만, 더 이상은 힘들다.....
테스트가 끝나니 너무나 아쉬워 티는 안냈지만, 울컥했다.
파비오 선생님이 너에게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니 신경쓰지 마라 하신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후 나머지 테스트들은 자세가 좋다는 칭찬을 받으며 모두 합격했다. 파비오 선생님과 어시스트 인스트럭터들은 '완벽하다'고 말해주었다.
파비오 선생님은 내게 자세도 좋고, 모빌리티, 스태빌리티, 스트렝스 모두 좋다. 다만 운이 없었다. 부상이 낫는 데로 바로 비디오로 보내라 하신다.
<현장합격을 하지 못했는데도 어시스트로 추천 받음 - 아흑 체중 66kg;;>
그렇다 평소에도 스내치 5분 100개는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게 아니던가?
물론 그래서 더 아쉬웠지만....
맡겨놓은 자격증이 조금 늦게 올 뿐이다.
그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것을 많이 얻지 않았는가?
많은 것을 배웠고, 많은 멋진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레벨 2 인스트럭터이다.
레벨2 과정에서 바뀌는 부분을 간단히 말하면 다음과 같다.
스트렝쓰 테스트에서 무게풀업이 빠지고, 테크닉 테스트에서 벤트프레스가 추가된다.
지금까지는 벤트프레스는 배우긴 했지만, 따로 테스트는 없었다.
테크닉 테스트에서 정해진 무게는 스트렝쓰 테스트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http://www.dragondoor.com/workshops/rkcworkshop2/#requirements_rkc_2
교과 과정에서도 풀업과 피스톨이 빠지고, 더블스내치를 배운다.
더욱 더 케틀벨에 집중된 모습이며, 요구되는 능력도 상대적 스트렝쓰 뿐만 아니라
절대적 스트렝쓰도 좋아야 한다.
여기서 잠깐 케틀벨에 집중된 건 좋은데, 풀업과 피스톨은 어디로 갔을까?
이 둘은 다른 맨몸 운동(철봉운동 포함)과 함께 네이키드 워리어 써티피케이션 워크샵으로 다시 태어났다. http://www.dragondoor.com/workshops/details/wnw001/
한국에서 네이키드워리어 번역본(맨몸의 전사)이 나온 기념으로 만들어진 워크샵이라 해도 될 정도의 타이밍이다.
레벨2의 바뀐 내용이야 갱신하는 시점에 맞춰 준비하고 배우면 된다지만, 당장에 이 매력적인 워크샵을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결국 10월 미국행을 결심했다.
SBS에서 또 얼마나 많은 것을 듣고 보고 배울지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진정한 맨몸의 전사로 거듭난 후 어떤 형태로든 많은 사람과 함께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
첫댓글 게을러서 후기가 많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잘 봤습니다.
쏨선생님들은 현재에 안주하지않고 계속 발전하시려 노력하시는것 같아 학생으로써 무한한? 믿음이 갑니다.
몇주동안 못뵈게 되어 아쉽지만 많이 배우시고 많은 가르침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부상없이 건강하게 다녀오시길 빕니다
"네이키드 워리어" 정말 매력있는 과정인데 못 가요. 흑흑 ㅠㅜ 많이 배워오셔서 저도 가르쳐 주세요. 이제 한 달 정도 남은거네요. 화이팅!
파비오 저 분 혹시 예전에 보디 빌딩 하던 분 아닌가요? 동영상에서 데이빗 휘틀리와 함께 나오는 것 몇 번봤는데 완전 장사셔서 넘 인상적이었죠..실제로 봤을땐 어떤 느낌이었을지 궁금하네요!
Italian National Natural BB 2006 모습이랍니다.
http://a5.sphotos.ak.fbcdn.net/hphotos-ak-ash3/s480x480/564349_4486401007961_1843436825_n.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