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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을 여행하면서 하루쯤 짬을내어 섬을 방문해볼 계획을 세운다면 나는 기꺼이 소매물도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주저하지 않을것이다.
이 땅에서 여수와 더불어 가장 아름답다는 미항이 바로 통영이요, 또 거문도와 더불어 가장 아름답다는 등대가 서있는곳이 바로 소매물도이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이것은 다분히 나의 주관적인 견해와 생각이다.
왜냐면 가가운 지척의 내 아들녀석 조차도 나와는 다른 생각이기 때문이다.
녀석에게 (여행)이라는 개념 자체를 가르쳐주고 (여행)의 즐거움과 고귀함은 물론 (여행)을 선택하고 준비하는 것 까지도 하나하나 모범적인 사례로 어려서부터 잘 가르쳐준 아빠가 아직 이렇게 버젓이 건재해 있음에도.......... 사춘기가 지나면서 부터 점차 내 영역에서 벗어나 무엇인가가 나와는 같은 듯 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그런 (여행)을 생각하고 체험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좀 구닥다리식인 아비의 여행에서 벗어나 훨씬 엎그레이드 된 알찬 여행을 즐기는 모습은 참 대견스럽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듯이 멋지고 편하고 아름답기만 한 여행을 추구하는 모습을 지켜볼라하면 조금 안스럽다.
내가 가진 (여행)에 대한 기본 개념에는........ 낯설고 불편하고 힘든 것들을 전혀 마다하지 않고 부딪치면서, 그 속에서 일상적인 익숙한 것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과 생각들을 체험하기를 항상 소망하기 때문이다.
하여 통영에서 섬여행을 선택한다면 당연히 나는 소매물도행을 선택한다.
그런데 아들이라면 서슴없이 외도를 선택했을 것이다.
우리의 딸(며느리) 선택 또한 당연히 외도일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달랑 4식구인 우리 가족에 있어서 벌써 2:1 로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남은 한장은 바로 챠밍인데............ 이게......... 이게.......... 어디까지나 좀 그게 그렇다..........
내 생각으로야 그동안 수십년을 함께 여행다녔는데 내 스타일을 아니까 당연히 소매물도라고 확신하고 믿고 싶지만.......... 확인은 안하겠다. 만약에 확인 들어갔다가 아들따라 외도 간다고 하면 내 체면이......... 그래도 나와 같은 생각일 것라고 굳게 믿고 또 믿는다.
두 달전 아들 결혼기념일에 아들내외가 여기 통영에 여행와서 외도를 가려 하였으나 풍랑이 심해 아쉽게 외도여행을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때도 나는 속으로 (갈려면 차라리 소매물도를 갔어야지) 하면서 혼자 중얼거린 기억이 났다.
이번여행에서 나와 챠밍은 소매물도여행을 본래부터 계획에 넣었다.
그런데 처가식구들과 모두 함께하는 일정중에 (외도)를 가보기로 결정이 난 것이다. 다들 연세들도 있으시고 체력적인 문제로 외도를.......
-- 그럼 이참에 아들내외 대신 우리가 먼저 가보는거지 뭐..............
<외도(外島)여행>
거제도의 남쪽 끝자락인 해금강과 장승포의 중간쯤인 와현선착장에서 외도여행은 시작된다.
물론 해금강의 바람에 언덕 입구 선착장에서도 외도여행이 가능하기도 하다.
와현선착장에서 외도는 정말로 엎어지면 코 닿을만큼 바로 앞에 가까이 위치해 있다.
와현해수욕장과 거의 붙어있다시피 한 섬이 바로 내도(內島)이고 그 다음으로 밖에 있다하여 외도(外島)리 불렀으면, 실제 배로 약 10분 정도 거리의 지척에 있다. 하지만 가깝다고 해서 달랑 곧바로 외도에 입도할 수는 없다.
외도관광에 의지해서 생업을 유지하는 외도유람선업체들이 모여 외도관광과 해금강유람을 하나로 묶어서 관광상품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하여서 지척의 외도를 두고서도 해금강유람선관광까지를 포함한 적지않은 경비를 지불하고나서야 비로서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외도관광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외도관광의 총소요시간은 2시간반 정도이다.
와현선착장을 떠난 배는 바다를 가로지르며 거센 파도를 헤치고나가 해금강의 바위벼랑을 한바귀 돌아보고 갔던 뱃길을 다시 되돌아오고 나서 그제야 외도에 데려다 준다. 대략 45분 정도가 소요된다.
외도 선착장에 관광객을 내려 놓으면서 1시간반이라는 시간엄수를 선전포고처럼 늘어 놓는다. 무조건 1시간반 안에 외도 구경을 마치고 선착장에 도착해 이미 요금을 지불한 꼭 그 배에 다시 타야만 한다는 강제 옵션이 붙어버린 것이다.
외도 구경에 1시간반이면 나름 충분하다는 인정은 간다.
하지만 웨딩 촬영처럼 시간이 필요한 경우나, 몸이 불편한 사람을 모시고 간 경우나, 에쁘게 단장한 외도의 조경을 실제 공부삼아 찾아간 사람에게는 그 1시간반이라는 시간이 가혹하게 짧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에외는 없단다. 꼭 타고왔던 배에 다시 타서 나가야 한다는 강제옵션인 셈이다.
이건 각자 다른 유람선업체들이 단합해서 짜고치는 고스톱과 다를바가 없는 파행이다.
진정 아름다운여행을 추구한다면 모든 유람선업체들이 하나로 통합되어서 일정한 배편과 시간표를 정하고........ 관광객 위주의 운송수단으로서만 제역활을 해주면 되는 것이다. 불과 10분 거리의 지척을 두고........ 편하게 들어가서 보고 즐기다가 나오고 싶으면 아무때고 여행객이 선택해서 나오게 해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단합한 유람선업체들의 파렴치한 갑질인것이다.
내가 항상 자유로운 여행을 추구하고, 해외여행에 있어서도 극구 패케지여행을 싫어하는 것은 바로 이런 짓꺼리들 때문이다.
정당하게 요금을 지불했다면 정당하게 아름다운여행을 지원받을 수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사전담합에 끼어맞추기식으로 저네들 입맛에만 편하게끔 횡포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 우리는 이미 이렇게 하기로 정해놔버렸으니까, 이 방법대로 돈을 내고 볼래면 보고 말래면 말라는 식이다.
이런 근시안적인 태도로는 절대 발전할 수가 없다. 여행자의 편의와 안전을 위주로 끊이없이 변모해야만 사람들이 계속 찾는것이다.
이런 파행이 누적되다보면 어느 순간 급격하게 쇠락의 길로 접어드는 선레들을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외도가 아무리 지상낙원이라 할 지라도 이런 끼워맞추기식이라면 나는 죽을때까지 다시는 외도를 쳐다보지도 않을 것이다.
한 부부가 수십년을 헌신하여 이룩한 오늘의 외도가 수십년후 지워지지 말라는 법 또한 없는 것이다.
당장...... 이번 여행기를 마치면 내 기억에서 외도는 지워져버릴 것이다.
내 생각에 있어서 넓고 큰 틀에 있어서의 정원이랄까 조경이라하면 대한민국 최고는 당연히 용인의 에버랜드라 생각한다.
어린시절부터 꽃과 나무에 나름 관심이 많았고, 지금도 내 밥줄의 일부가 그런 일이라고 보면 분명 나도 문외한은 아닌듯한데, 그런 나에게 있어 늘 어떤 경외감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곳이 바로 애버랜드이다. 물론 요즘에 새롭게 각광받는 수목원들도 많이 있다.
그런 애버랜드에 있어서도 초창기의 (용인 자연농원) 시절이 있엇다.
드넓은 평지와 언덕에 희귀한 나무들이 심기고 꽃들이 피어났다.
놀랍고 신기하기까지 했지만........ 그래도 내 가슴엔 무엇인가 허전하고 결코 채워지지않는 그런 느낌들이 있었다.
그 이전부터 내가 이미 여러 책자들을 통해 본 정원들이 베르사이유궁전이나 그리스이 신전들이었기 때문일것이다.
그런 아쉬움들이 사라진것은 바로 (자연농원)이 (애버랜드)로 이름을 바꾸던 시기였던듯 하다.
오래전 외도를 전해들었던 것은 한 부부가 평생을 바쳐서 이룩한 아름다운 농원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번에 찾아가면서까지도 나는 (외도 체험농장)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가서 보니 분명한 이름이 있었다.
(외도 보타니아).
보타니아가 식물에 관한 영문단어라는 것 외에는 (외도 보타니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했는데 도무지 떠오르는 것이 없다.
지금의 (애버랜드)를 경이로운 시선으로 보게된다면......... (외도 보타니아)는 애버랜드의 소시적인 (자연농원) 시절쯤으로 보면 될것 같다.
실망까지는 아니지만..........
딱히 뭐라고 더 보태줄 말도 떠오르질 않는다. 굳이 어떤 말을 보태야만 한다면..........
(외도 보타니아) 관광은 나에게 있어서 더욱 지중해에 대한 갈증을 불러일으켰다고 해야겠다.
어설픈 흉내가 이닌 진짜가 보고 싶다. 너무너무 보고 싶다.
그리스의 산토리니까지는 아니더라도 크레타섬이 보고 싶고, 터키의 에배소와 트로이가 너무너무 보고 싶다.
해금강을 둘러볼때도 나는 이탈리아의 아말피 해변이나 돌로미테의 바위가 너무도 그리웠다.
물론 터무니없게 나의 모든 관심과 기대가 해외에만 있는것은 아니다.
적어도 이날의 갈증을 다음날 소매물도가 어느정도는 해소시켜 주었으니까..........
(외도 보타니아)는 큰틀에서 본다면 지중해식 그리스풍의 환경을 밑그림으로 조성한듯 보인다.
그럼에도 정원의 분위기나 조경수를 가꾼모습은 다분히 프랑스식 정원을 추구했다.
지중해의 언덕위에 신전의 석주들이 잔해처럼 유적이 되어 남아있는 분위기를 연상시키지만........ 안스러울만큼 어설프다.
신전의 남겨진 석주들은 우선 웅장하다. 잔해라 하기에는 남아있는 잔존물만으로도 웬만한 건축물만큼 압도적으로 웅장하다. 그리고 모두가 대리석의 묘한 질감들을 그대로 가직하고 있다. 여기저기 녹물이 배어나오는 콘크리트 기둥이 아니란 말이다.
유럽의 도시와 유적들마다 머리와 팔 다리가 잘려나간 무수한 흔할정도의 조각들이 넘쳐나지만 그 또한 대부분 대리석의 묘한 질감들이 그대로 살아숨쉬고 있다. 다 크기가 고만고만한 표면이 뺀질뺀질한 소품들은 아니란 말이다.
늘어선 조각품중에 보티첼리의 비너스탄생이란 유명그림속의 여주인공인 비너스가 치부를 가리고 있는 모습의 조각상도 있었다. 실제 그 그림속의 인물이 조각상으로 존재했는지는 잘 알지 못하지만........... 무엇인가가 훼손된것 같은 느낌을 지울수 없었다.
조경수들에 있어서는 실로 엄청난 노력과 수고가 충분하게 느껴지는 잘 정돈된 정원모습이었다.
그런데 아쉽기는........ 하나에서 열까지 너무 유럽풍을 따라하려고 너무 심하게 손질을 과하게 했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었다. 유럽의 정원을 모방함을 베이스로 창조까지는 아니드라도 좀 세련되거나 새로움이 느껴져야 하는데 이건........... 이것도 저것도 안되는 형편에 너무 무리하게 모방을 하려다 보니 오히려 조잡하고 유치해진 느낌이었다.
고인이신 분과 그분의 아내되시는 분이 수십년간 공들여 헌신한 결과라는 것에는 겸허히 존경을 바치고 싶다.
앞으로 좀 더 좋은면으로 새롭게 발전해 간다면 하는 바람도 보낸다.
그런 전제에......... (외도 보타니아)를 솔직한 심정으로 감히 평을 해본다면.........
대작의 영화들을 보자면 그 훌륭한 건물이나 유적들을 대신해 셋트를 만들고 촬영한다.
카메라의 조작으로 그 셋트들이 마치 실제의 건물이나 유적들만큼 훌륭해 보이지만....... 실제 셋트장을 방문해 보면 허접하기가 이를데 없는 것에 크게 놀란다.......... 요즘은 CG가 그 마저도 대신하지만.........
'(외도 보타니아).......... 웨딩 촬영을 위해 사진관에 설치한 지중해풍의 셋트장.............. '
<소매물도( 小每勿島)여행>
섬여행이 주는 묘한 매력중의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바로 배가 (이안)될 때가 아닐까 싶다.
배가 부두의 선착장에서 떨어져 바다로 나아가기 시작할 때 비로소 섬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항상 어떤 전율이 느껴지곤 한다.
흔히 말하길 여행이란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이라 하는데......... 도로 좋아지고 핸디폰이 터지지않는 곳이 드문 요즈음이고 보니 딱히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나왔다는 느낌이 에전보다 반감된것이 사실이다. 급한 전갈이라도 받고나면 여행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서둘러 쫓아나서 차에 시동부터 거는 작금의 시대이고 보면 말이다.
그런데 섬여행은 좀 다르다.
배가 이안되고 나면 '정말 이제는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부두에 다시 (접안)하기 까지는 세상없는 일이 생겨난다 해도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헬리콥터를 뛰워 줄 만큼 중대사안이 아니라면 세상없는 일이라도 배가 다시 돌아와야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정말로 정말로 일상에서의 완전한 탈출은 다리가 놓여지지 않은 온전한 섬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거제자연휴양림에서 아침식사후 가족들은 모두 서둘러 철수를 하고 챠밍과 나만 남았다.
우린 우리 둘만의 여행을 위한 목적지가 아직 남아있어서 였다.
해금강을 지나 저구항으로 향했다.
통영에서 소매물도를 가자면 1시간40분이 소요되지만, 여기 저구항에서는 40분이면 소매물도에 닿는다.
여행기간 내내 한파주의보속에....... 그 따뜻한던 이상기온의 겨울은 어디가고 하필 갑자기 추워질때 여행일정을 잡았을까?
오늘도 미세먼지로 하늘은 오통 뿌옇고, 오늘따라 바람이 아주 세차게 불어 뱃길이 심히 걱정되기 시작했다.
- 이러다 오늘 배 안떠나는것 아니야?
내심 '여기까지 왔는데......' 하며 매표소에 들르니........ ㅎ ㅎ 가기는 간단다.
유람선을 타러 방파제로 나서니 정말 바람이 거세고 파도가 요동치는데 정말 장난이 아니다.
그래도 우리는 가야만 한다.
언제 이 먼데를 다시 올지 기약할 수가 없으니 죽이되든 밥이되든 오늘 소매물도는 기필코 가고 볼일이다.
그런데 정말로 뱃길이 난리부르스다.......... ㅎ
소매물도에 도착하고 나니 연실 너털웃음이 절로 나온다.
'정말 오기는 온거여?' 하는 심정으로 방금 헤치고 지나온 바다를 자꾸만 바라보게 된다.
우리를 태우고 온 배는 거의 만선이었다.
대충잡아도 70여명은 여행객이 함께 소매물도 선착장에 내렸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우리는 서둘러 마을을 지나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혼잡하고 북적이는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배에서 내릴 때 좌석대문에 중간쯤에 내리다보니 몇몇 무리의 여행객들이 우리를 앞서 산길을 오르고 있었다.
일단은 호젓하게 등대섬에 다다르고, 돌아오면서 주변 풍광을 제대로 구경하기로 작정한지라 발걸음을 서둘렀다. 그래서였을까?
첫번째 산등성인 가익도전망대에 이르렀을때는 우리가 제일 선두였다.
아마도 세찬 바람과 쌀쌀한 날씨때문에 배에서 내리자마자는 우선 어디 카페나 슈퍼에서 휴식을 먼저 취하고들 있나 보다.
잠시 쉬면서 사진을 찍고 있노라니 꼬마를 앞세운 젊은 부부가 모습을 나타냈다. 하여 그때부터는 꼬마랑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면서 등대섬으로 향했다.
가익도 전망대에서 우리는 소매물도의 정상인 망태봉을 넘는 코스를 선택하지 않고, 오랜세월 모진 바닷바람을 견뎌낸 동백들이 꽃봉오리를 터트리고 있는 관목과 수크령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숲을지나 가파른 비탈길을 돌아나갔다.
그러자 그리 오래지 않아서 마침내 처음으로 등대섬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한마디로 장관이었다.
미세먼지로 세상이 온통 희뿌옇게 보인다는 것과, 시간상 태양이 역광으로 작용하는 때라 보다 선명하고 아름다운 사진을 찍지 못하는것이 안타까웠다. 여전히 산정상에도 바람이 거셌다. 등대섬전망대에서 잠시 쉬고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등대섬을 향해 가파른 산길을 내려가야만 했다.
소매물도 등대섬 여행은 아주 쉽다.
우선 통영에서 배로 1시간반이나, 저구항에서 배로 40분이면 소매물도에 당도한다.
해안선의 길이가 3.8km에 불과한 소매물도는 최고정상인 망태봉이래야 겨우 해발 157m 정도이니 그렇게 어려운 트래킹도 아닐것이다.
우회로도 있기는 하나 그냥 선착장에서나와 언덕에 들어선 마울 가운데로 나있는 등산로를 따라 20분 정도 걸으면 엣 분교터와 가익도전망대가 나온다. 옆길로 산비탈을 걸어 등대섬에 갈 수도 있고, 잠시 다시한번 호흡을 가다듬고 얕은 언덕길을 산책한다 싶게 조금만 더 오르노라면 망태봉 정상에서 최고의 전망을 맘껏 감상할 수 있다.
여기서부터는 가파른 벼랑길이기는 하나 목표지점인 등대섬이 저만치 발아래 보이는 외길이기에 무작정 따라가기만 하다보면 열목개가 나오고, 그 열목개를 건너면 바로 등대섬이다.
길을 잃고 뭐 헤매고 할 겨를이 없다.
땀이 좀 나고 호흡이 가쁘다 싶으면 시선을 멀리 내던지고 주변 풍광에 잠시 빠지다 보면 다시 기운을 되찾게 된다.
소매물도 선착장에서 등대섬 일주까지 빠른 걸음의 트래킹을 즐겨하는 사람이라면 1시간반에도 가능할 듯 싶다.
건강한 사람들이라면 2시간 정도면 되겠다. 우리도 여유를 즐기며 2시간 정도에 다녀왔다.
중간중간에 휴식과 음식도 즐기고, 또 건강이 좋지않은 사람을 동행한다면 3시간정도 걸리겠다.
등대섬은 아름답다.
오래오래 긴 여운으로 남을 그런 여행지라고 말하겠다.
아름다운 사진을 남겨 온다면 물론 그 여운은 더 오래갈 것이다.
소매물도 등대섬 여행은 결코 쉽지만은 않다.
우선 물때를 알아야 한다.
소매물도와 등대섬 사이의 작은 돌무더기 길을 물대에 맞춰 건너야만 하기 때문이다. 70m에 이르는 이곳을 열목개라 부른다.
우리가 찾은날은 오전 11시4분에서 오후 4시까지가 물길이 열리는 날이어서 모든게 여유로웠다.
우리에 앞서 들어 온 배가 있었는데, 그 배를 이용한 여행객의 경우는 9시반쯤 소매물도에 도착하여 10시 좀 넘어 열목개에 도착했겠지만 물때까지 1시간 정도를 우두커니 서서 기다려야만 했을 것이니, 우리가 올라오는 길에 다녀가는 사람들을 별로 보지 못한 이유였을 것이다. 뱃시간과 물때를 맞추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대부분의 길이 바위덩이를 돌아가고 튀어나온 돌부리를 비켜가야 하는 원초적 산길이다. 시작하는 산길의 경사는 그런대로 원만하다하겠는데, 등대섬으로 내려서고 다시 올라와야 하는 벼랑의 경사도는 제법 크다. 평소 운동량이 없는 들어 앉아서만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다소 치명적일 수 있겠다.
또한 열목개를 건너는게 결코 만만하지만은 않다. 그냥 파도에 떠밀려 제멋대로 수북히 쌓인 돌무더기 길을 그냥 건너가는 것이다.
거기에 이제 막 바닷길이 열렸다면 해초가 끼어있는 바윗길이 대단히 미끄럽다. 나오는 시간이 지체되어 물이 들어치기 시작한다면 옷이 젖는것은 물론 미끄러져 자빠지기가 십상이다.
그런데 실망은 말자. 이땅의 여성들은 누구나 위대하니까 말이다.
아주 오래전 설악산 울산바위 정상에서 목련꽃잎색 원피스에 샌달을 싣고 울산바위에 오른 젊은 여성을 본 적이 있다. 까짓 대한민국의 여성이라면 이깟 언덕길이나 열목개인들 샌달신고 건너지 못하란 법도 없어 보인다. 이날도 그런 차림은 아니지만 그런 비슷한 신을 신고 등대섬에 가고있는 여성들을 돌아나오면서 직접 목격했다.
이 싯점에서 나는 또 헷갈린다.
동네 공원을 산책하면서도 꼭 에베레스트 원정대 차림으로 완전무장하고 나오는 아지매가 이상한건가?
아님, 이런 험지에 오면서 백화점 쇼핑하는 차림으로 오는 아가씨가 이상한건가?
아니지. 아마도 그런 차림의 아가씨를 꼬득여서 여기까지 끌고오는 그 넘이 정말 징한 넘일꺼여..........
돌아오는 길은 당연히 망태봉 정성을 거쳐서 하산을 했다.
지난날 밀수범을 단속하던 세관역사도 둘러보고 소매물도 분교터도 둘러보았다.
호젓하게 트래킹을 모두 마치고 선착장으로 돌아오니 너무 이르다.
아직 타고나갈 배가 오기까지는 거의 1시간 가까이 남았다.
때도 어중간하고 또 통영에 다시 들러 먹어보고 싶은것도 있었기에 허기를 참아야 했는데 바람이 점점 거세어진다. 춥다.
하여 선착장 인근 카페 겸 슈퍼에 들어가 난로 옆에서 수다떨며 주점부리를 하기로 했다.
맥반석 같은 불에 군 달걀도 사먹고.......
이게 정말 얼마만에 먹어보는 핫도그인지....... 함튼 맛이 기가막히다. 1개당 3000원.....
마침내 시간이 되어서 배가 들어오기는 했는데.........
바다가 정말로 장난이 아니다.
배에 연결해 놓은 철판으로 만든 접안시설이 요동을 친다.
내리던 여행객이 넘어지는가 하면 섬으로 겨우 건너온 여행객이 만세를 부를 정도였다.
기다리던 끝에 이리저리 부딪치고 쓸려가다시피 하면서 겨우 다시 타기는 탔다.
망망대해에 일옆편주라..........
유리시즈가 에게해에서 난파선을 타고 헤매던 모습을 연상하면서.......... 저구항에 다시 당도는 하였는데.........
우리 차에 들어가 앉는 순간 쏟아져들어오는......... 내집 같은 포근함이라니...........
거제도의 구불구불 산길을 돌고돌아 신거제대교를 건너고.........
통영 연안부두에 들러 기어코 이순신꿀빵을 다시 사들고........
맛집을 찾아헤매다 결국 포기하고 돌아오는 고속도로휴계소에서 먹은 기가막힌 돈까스에.........
밤길을 달려 충주 도착.
가볍게 떠난 통영여행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