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상’ 감상문 - 관상 믿지 말고 열심히 살자

(출처 : 네이버 영화)
시작하기 전에 한 마디. 이 글에 스포일러가 있는지 없는지 나도 모른다. 내가 스포일러를 구분하지 못하는 이유는 내 취향이 스포일러에 연연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스포일러를 찾는 편이다. 줄거리를 미리 알면 김새는 부분도 없진 않겠지만 영화를 이해하는데 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영화 흐름에서 감독 의도가 잘 잡히지 않을 때 나는 매우 불편해지기 때문에 어려운 영화라는 말을 들으면 스포일러를 일부러 찾는 편이다. 허니 괜시리 읽고나서 시비걸지는 말자. 굳이 덧붙이자면 감상소감을 표현하기 위해 영화 장면이나 줄거리 일부를 가져온 것은 있다.
어제 영화 ‘관상’을 봤다. 내가 본 ‘관상’의 메시지는 ‘관상에 빠지지 말자’일 듯 싶은데 영화가 뜨니까 관상보는 집이 문전성시라니.... 도대체 뭘 본 거야 하는 생각이 언뜻 뇌리를 스치지만 내가 상관할 바 아니고.
나의 영화해석법은 영화에서 감독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읽어내고 그 관점으로 안으로는 나, 밖으로는 세상을 살펴보는 것이다. 따라서 작품의 완결성, 배우의 연기력, 미장센... 따위는 몰입, 설득력 면에서 중요한 건 당연하지만 내 능력도 열정도 되지 않으니까 집어치우고, 감독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 찾기에 주력하고자 한다. 그게 늘 영화를 보고 나서 본전 뽑고 이문까지 남기는 길이라고 믿는다^^
조선 제일의 관상가로 기생 연홍의 동업 제의에 혹해서 세상에 뛰어들었다가 탈탈 털리고 산 속으로 되돌아온 내경(송강호 분). 자기 관상을 못봤을 리는 없고.... 자기 관상을 믿지 못해서였을까? 그럴 수도 있겠다마는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에서 찾는다면 눈 앞의 유혹 때문에 시야가 좁아져서 전체를 보지 못한 결과일 게다. 관상. 시대를 떠나 은연 중에 우리 삶에 깊숙히 자리하고 있는 하나의 풍습. 믿자니 허황된 것 같고 그렇다고 안믿자니 불안하고.... 이 영화에서 감독이 주고자 하는 것은?
* 감독의 메시지 1. 관상? 믿지마라!
수양대군이 내경의 아들을 화살로 쏘아 죽이고는 “제 자식이 여기서 죽을 운명임을 알았을까?” 하며 비웃는다.
내경은 그가 한양에서 관상가로 이름을 날리는 계기가 된 살인사건을 보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제 명대로 살 관상임에도 불구하고 죽은 여자를 보고 자기의 관상도 중요하지만 주변 관계인의 관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라고.
관상에 관심을 가진 왕과 김종서는 패하고 관상에 관심없는 수양대군이 승리하는 도식이다. 관상을 부각시키고자 했다면 수양대군이 관상의 힘을 빌어 승리했다고 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할텐데 말이다.
내 관점에서의 압권은 영화 끝 무렵에 있다. 한명회가 숨어사는 내경을 찾아온다. 이런저런 말끝에 내경이 툭 던진다. “두루두루 다 좋은데 말년에 목 잘릴 상이오.” 이 한 마디를 결코 가볍게 털어낼 수 없는 인간 한명회. 죽기 직전까지 인간 한명회는 중증 노이로제 환자가 되어 떨면서 사는 모습으로 나온다. 이 영화는 한명회가 오밤중에 달달 떨다가 회상하는 형식으로 시작해서 영화 끝 무렵에 관상가가 잘못 본 걸꺼야 식으로 자신을 위로하며 기진맥진하는 형식으로 끝나는 점을 고려하면 시사하는 점이 짐작된다. 순탄하게 제 수명을 다한 한명회가 십년인가 이십년인가 지난 시점에 관에서 꺼내어져 부관참시를 당했노라고 마지막 나레이션에 나오는데 시나리오 작가의 상상력이 내경의 발언을 이에 연결해서 유효하다고 말하고 싶은것일까?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영화의 흐름을 볼 때 억지스럽다. 관상가의 한 마디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함이 관상에 의지하는 인간의 속성이라고 짚으면서 숙명, 운명, 인과론, 필연성 따위에 너무 끄달리며 살지 말라고 주장하는 거라고 믿는다. 운명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연속되는 우발성 속에서 자기가 하기 나름이라고. 또 한편으로 보면 한명회에게 당한 내경의 ‘깨알 복수’ 아닐까 싶다.
* 감독의 메시지 2. 시야를 넓혀라.
김내경의 아들. 아버지가 김종서 편에 있음은 감안하지 않고 임금 앞에서 김종서의 시책이 옳지않다고 태클을 걸어 결국 테러를 당해 시력을 잃는다. 이후 수양대군이 쿠데타를 성공시키고 신료들에게 자신에 대한 찬반을 물어 서야 할 자리를 정하라 하니 이번에는 쿠데타가 옳지않다 하여 반대편, 즉 죽음의 자리에 선다. 김종서 편이 있어야 할 자리에. 김종서와 수양대군의 대립하고 있는 상황엔 관심없고 개별 사안에 대한 옳고 그름에 빠져있다.
김내경의 처남. 오로지 사랑하는 조카가 김종서 편의 테러로 눈을 잃자 빡돌아 자신과 매형이 김종서 편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양대군을 찾아가 밀고하여 결과적으로 얻은 것 하나 없이 조카의 목숨까지 잃게 한다.
기생 연홍. 눈치로 보는 관상가. 눈치 하나로 험난한 세상 속에서 자기 자리를 보전한다. 내경에게 “성공하면 함께, 실패하면 잊어줘” 하는 여자. 세 명의 내경 패밀리의 시야 좁음을 드러나게 하는 역할.
* 그래, 열심히 살자.
내경 아들이 과거시험 급제한 후 인터뷰에서 과거 준비 중에 뭐가 제일 힘들었느냐고 묻자, ‘운명에 체념하지 않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렇겠지~ 관상=운명으로부터 자유롭기도 쉽지 않겠지.
영화 끝에서 내경은 독백한다. 파도만 봤지, 파도를 일으키는 바람을 보지 못했노라고. 관상을 볼 게 아니라 세상을 봐야 한다고. 참 아프게 얻은 교훈이다.
영화 어디선가 내경이 한 말인가? 아닌가? 관상은 변하는 것이라고. 그래. 삶은 운명에 맡기지 말고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거야. 열심히 살자는거야. 내 말이 맞지? 한재림 감독?

첫댓글 저도 사실 그런 관상따위는 믿지 않았어요 미신에 불구하지요 즉 사람은 자기가 운명을 만들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운명은 정해저 있는것이 아니라고 믿지요 관상에 따라 운명이 정해지면 세상 사람들은 다 좋은 관상으로 성형을 해버릴꺼 같아요 그러므로 저도 관상에 대하여 아저씨와 같은 생각을 하고있는거 같습니다
반갑네~ 동지^^
운명은 개척해 가는거야 그치? 기다리진 않겠지만 가만히 있지는 말고서 말이야~
관상 보지말라는 건데 지금 동대문의 관상쟁이 들이 때돈을 벌고 있으니..역효과네요 ㅋ
저는 송강호가 한명회의 관상을 봐준줄 알았는데 '깨알 복수'가 더 맞는 것 같아요.
관상에 관심이 없던 수양 대군이 승리.
역시 관상만 믿고 사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시야를 넓히고 넓혀야 겠어요 ㅎ
그렇지, 시야 넓히기!
'파도를 움직이는 것은 바람이거늘 바람을 보지 못하고 파도만 보았으니'
이 영화에서는 역사는 정해져 있고 아무리 뛰어난 관상가가 그 관상을 다 보고 역사를 바꾸려고 한다고 해도
결국 모든것은 불어오는 바람대로, 역사대로 다르지 않게 흘러간다는 것 같아요. 결국 쿠데타의 상은 쿠데타를 일으키고 도시가서 출세하면 화를 볼 상은 출세한 후에 화를 보니까요. 즉 개인이 역사를 바꾸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그냥 운명에 만족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게 답인 것 같아요..
응? 정말? 바람이 운명? 운명에 만족? 서,서,서,석주야~~ㅇ_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