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의 성경 그림 읽기 (6) 야곱의 꿈
화면 오른쪽 아래에는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이삭을 번제로 드리려고 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아브라함은 칼을 들고 있고 벌여놓은 나무 위에는 이삭이 뉘어져 있다. 아브라함 위, 화면의 중간 오른쪽에는 천사가 짐승을 데리고 내려오고 있다. 이삭 대신 바쳐지게 될 숫양을 하나님이 준비하셨다는 것을 그림으로 그린 것이다. 그래서 이 그림에는 아브라함, 이삭, 야곱이 모두 등장한다. 자기가 100세에 낳은 아들을 그냥 하나님께 드리려고 했던 아브라함, 자기가 죽을 것을 알면서도 아버지와 하나님의 뜻을 따른 이삭, 이 두 사람에 비할 때 야곱은 너무나도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장자가 되지 못한 것에 한이라도 맺힌 듯이 형 에서에게 어떻게 해서든 장자의 권리를 뺏고자 했고, 기어코 아버지의 축복 기도를 받고야 만다. 이런 야곱에게 닥친 첫 번째 난관에서 야곱은 하나님과 마주친다. 자기를 죽이려고 하는 형을 피해서 도망하는 길에 하나님이 나타나신다. 하나님은 ‘나는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하나님이다’ 라고 선언하시는데, 저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야곱이 아브라함과 이삭과 동등하게 믿음의 조상의 자리에 있다.
야곱은 에서에게서 도망하여 자기 외삼촌의 집으로 가는 길에 돌베개를 베고 잠이 들었는데 그때 꿈에 땅 위에 서 있는 사닥다리를 본다. 그 사닥다리는 꼭대기가 하늘에 닿았고 하나님의 사자들이 그 위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여호와께서는 그 위에 서서 말씀하신다. ‘나는 여호와니 너의 조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라.’ 그림에서 야곱은 서서 잠자고 있다. 돌베개를 베고 들의 길에서 잠을 자는 것은 매우 불안한 일, 그런 상태를 서서 잠자는 것으로 그린 것으로 보인다. 사다리 위와 중간과 아래에 천사가 있다. 어머니 돕기를 좋아하는 조용한 성품의 야곱이 거친 들판에서 잠을 자는 것은 위험에 둘러 싸여 있는 것이다. 야곱이 라헬을 만나 울음을 터뜨리는 것을 보면 야곱은 지금 극도의 불안에 싸여 있음을 알 수 있다. 불안하지만 피곤한 몸은 잠으로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야곱은 하늘에까지 이어진 사다리를 본다. 사다리는 야곱이 여러 단계를 거쳐 성화된 사람이 될 것을 예고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너무나도 인간적인 인물 야곱은 늙었을 때 자기 할아버지 아브라함이나 아버지 야고보다 훨씬 더 영적이고 선지자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야곱의 신앙은 사다리와 같이 발전하고 상승하는 것임을 알게 해준다. 위, 중간, 아래에서 천사들이 야곱의 사다리를 지켜주고 있다. 사다리 꼭대기의 천사는 사다리에 옆구리가 찔린 듯한 모습이다. 화면 오른쪽 천사의 머리 오른쪽에 십자가에 달린 예수의 모습이 비스듬히 거꾸로 그려져 있다. 야곱은 자기의 것을 움켜쥐기만 하려고 했지만 예수님은 자기의 것을 다 내 주었다. 야곱의 부족한 부분들은 우리 인간의 부족한 부분들이다. 이런 부족한 부분들로 인해 우리는 구원에 이를 수 없다. 이 부족한 부분을 예수님이 채워주심으로 해서 우리는 구원에 이르게 된다.
화면 오른쪽에는 천사가 일곱 촛대, ‘메노라’ 라고 하는 것을 들고 있다. 메노라는 하나님의 빛을 세상에 비추는 것을 뜻한다. 그 빛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죽음으로 해서 사람들에게 비추어지게 되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야곱과 같은 인간적인 사람도, 또한 우리들도 성화에 이르고 구원을 받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