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마음'
流水 설창환
5월이 되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평생을 불러도, 평생을 들어도 그때마다 눈물이 날 것 같은 노래이다.
‘어머니의 마음’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이 있다. 아마도 5월이 되면 가장 많이 부르는 노래도 ‘어머니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이 노래는 양주동 작사, 이흥렬 작곡이다. 양주동(1903~1977년)은 우리나라를 대표적인 국문학자로 특히 향가와 고려가요의 권위자이다. 이 노래 절반의 지분은 애절한 가사에 있을 것이다.
이흥렬(1909~1980년)은 한국의 슈베르트라 불릴 정도로 400여 곡의 주옥같은 가곡을 남겼다. 그는 일찍이 큰 뜻을 품고 일본으로 유학을 갔다. 음악을 공부하는 데는 피아노가 필수적인 악기였으나 집안이 가난하여 엄두를 내지 못했다. 결국, 그는 음악을 포기하려고 했으나 아들의 마음을 알게 된 어머니가 새벽부터 땅거미가 질 때까지 주변 산을 돌고 돌며 솔방울을 따서 400원을 모아 그에게 보냈다. 당시 쌀 한 가마니가 13원 할 때라니 솔방울로 그 많은 돈을 모은다는 것이 얼마나 큰 고생이었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는 어머니의 피 같은 돈으로 산 피아노로 열심히 공부해서 처음으로 작곡한 곡이 ‘어머니의 마음’이었다고 한다.
"낳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요
어머니의 희생은 끝이 없어라"
이제 이 노래는 전 국민의 애창곡이 되었다. 이흥렬 가족은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음악 가문이다. 본인도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유명 작곡가이지만, 아들 셋도 작곡가로, 딸 둘은 피아니스트로, 며느리는 성악가로, 손자도 무려 8명이나 음악을 전공했다고 하니 서양의 최대 음악 명문 가문인 바흐 가문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2남 이영조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으로, 4남 이영수는 영남대학교 작곡가 교수로 왕성한 음악 활동을 했다.
이흥렬의 곡은 쉬우면서도 예술성이 뛰어나다. ‘어머니의 마음’을 비롯해서 ‘섬집 아기’, 꽃구름 속에“, ‘바위 고개’, ‘코스모스를 노래함’, ‘진짜 사나이’ 등이다. 그의 아들 이영수 교수와는 개인적인 친분도 있고, 작곡 동인으로 같이 활동하기도 하면서 그의 집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의 아파트는 크지 않을뿐 아니라 살림살이도 매우 검소하게 보였다. 평소 그의 소박한 성격 그대로였다. 그의 말을 빌리면, 형제들은 어릴 때 “아버지는 고상하고 수준 높은 곡을 작곡하지 않고 쉬운 곡만 쓰셨나.” 하며 아쉬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후일 자녀들도 모두 연륜이 쌓이고 음악적 소양이 깊어지면서 그제야 아버지의 진가를 발견했다고 한다.
쉬우면서도 감동적이고 대중적이면서도 예술적인 곡이야말로 천재들만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도 끊임없이 수준 높은 곡들이 작곡되고 있지만, 어머니를 노래한 곡 가운데 이흥렬의 ‘어머니 마음’을 뛰어넘는 곡은 아직 없다.
백수가 과로사한다고 나도 퇴직 후에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직장생활 중에 하지 못했던 각종 취미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라는 데는 없어도 갈 데는 많다.” 각종 악기 동호회, 스포츠 모임, 수필과 독서, 전국 투어 등으로 몸은 피곤하여도 마음만은 자유롭고 행복하다.
좀 쉬라는 하늘의 시샘일까, 최근에 나의 일상은 절반으로 줄었다. 지난해부터 어머니의 건강이 부쩍 나빠졌다. 입원과 퇴원을 반복한 끝에 어머니는 의학의 도움으로 많이 호전되어 집에서 생활하신다. 낮에는 요양사님이, 밤에는 자식들이 돌보고 있다. 목, 금, 토 3일이 내 당번이다. 일주일에 7일도 모자라던 판에 3일을 빼앗기고 보니 절반의 자유가 날아간 느낌이다.
그렇지만, 지금이 어머니와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다. 어머니의 친구들과 친척들 이야기며, 어머니의 지나온 삶을 함께 나누고 있다. 어머니와의 추억을 한꺼번에 몰아서 쌓는 느낌이다. 어머니는 친구들과는 주로 전화로 안부를 묻고, 친척들은 전화뿐만 아니라, 어머니를 찾아오기도 한다. 특히, 어머니의 형제는 6남매로 아직도 모두가 생존해 계시니 어머니에게는 참으로 든든한 지원군이다.
올해도 어버이날이 성큼 다가왔다.
이번 어버이날에는 부모님께 선물이나 용돈을 드리는 것도 좋지만, ‘어머니의 마음’을 한번 불러드리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