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한밤의 사진편지 romantic walking 원문보기 글쓴이: 어거스트 리
한밤의 사진편지 제1547호 (11/12/29/목)
| |
<맨 아래 '표시하기' 를 클릭하면 '음악'이 흐릅니다.>
2011 '한사모' 송년의 밤 후기
글 : 이순애 (운영위원 soonae1211@naver.com) 사진 : 이창조 (홍보위원장 lc191@hanmail.net)
2011년, 임진년이 저물어가는 12월 27일(화) 오후 5시 30분부터 서울 한복판, 프레지던트 호텔 31층 '모차르트'홀 에서 '한밤의 사진편지를 사랑하는 모임' 송년의 밤이 성대하게 열렸습니다. 지난 해는 19층, '신세계 홀'에서 열렸는데 올해의 장소가 더 아늑했습니다.
12월 중순을 넘어서면서 갑자기 추워진 날씨였지만 하늘의 보살핌 덕분인지 오후부터는 많이 풀려 다행이었습니다. 지난 해 보다 30분을 당겨 행사가 진행되었기에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후 5시 이전부터 많은 회원님들이 연회장으로 속속 입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송년회장 입구 접수대에서는 윤봉수 사무차장님이 '할매 할배들이 걸은 남해안 1000리, 대한민국 U자걷기 2 남해안편' 과 송년회 프로그램 2부를 나눠 주었습니다.
81명의 회원들과 특별 출연진 10명이 거의 참석한 오후 5시 30분, 정확하게, 김태종 위원장은 이 날 행사의 개막을 선언했습니다.
행사는 총 3부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건강 ․ 배움 ․ 만남을 주제로 제 1부가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허필수 회장님의 '한밤의 사진편지'와 주말걷기의 가치 및 영속화에 관한 인사말이 있었습니다. 개근상과 봉사상, 감사장 전달식이 이어졌습니다.
허 회장님은 금년 44번의 주말걷기에 한 번도 빠짐없이 모두 참가한 이계순 님(3년 연속개근) 윤삼가 님(2년 연속개근), 송군자 님, 주재남 고문님, 정전택 운영위원 님 등 5명에게 개근상과 부상을 전달했습니다.
정말 값지고 자랑스런 상입니다. 이계순 님은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계속 개근하겠다고 당당하게 공표하신 바 있습니다. 본인의 건강과 의지 그리고 가족의 평안과 지원이 빚어낸 자랑스런 성과였습니다.
또한 금년 1년 동안 주말걷기 코스 선정과 식당 예약, 당일 안내 등 힘든 일을 맡아 봉사하신 운영위원 14분께 기념품을 전달했습니다.
저도 운영위원 자격으로 기념품을 받았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뜯어보니 걷기에 안성맞춤인 두꺼운 양말 두 켤레였습니다.
그리고 할미꽃 하모니카 앙상블을 2년간 열성적으로 지도해 온 한영주 지도 교수님께 공로상을 전달했습니다.
이어서 2011년도 주말걷기 및 U자걷기 회고 영상을 보았습니다. 사진을 찍고 편집하신 이창조 홍보위원장님이 친절하게 설명까지 덧붙이셨습니다.
주말걷기, U자 7구간 걷기, U자 8구간 걷기별 사진이 차례로 5분 씩 15분 정도 이어졌습니다. 2011년 1월 주말걷기에서 처음 걸은 서울 숲, 낙성대, 여의도, 청계천, 창덕궁 풍경이 지나갔습니다. 다음 U자 7구간 걷기에서는 양정옥 님의 웃음사진부터 시작하여 다산초당, 버스 승차 모습, 우수영, 진도대교 모습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비를 흠뻑 맞으며 우산 쓰고 도착한 유달산이 나타나자 ‘와 멋지다’는 탄성이 새어나오기도 했지요.
끝으로 U자 8구간 걷기 장면은 영광에서 군산까지였습니다. 해안도로, 법성포, 일번지 식당, 미당 서정주와 인촌 김성수 생가, 선운사와 복분자주 영상이 스치더니 격포 바닷길, 전북일보 기사, 김태종 위원장님의 칠순잔치 사진까지 한바탕 파노라마가 펼쳐졌습니다. 그러나 최종 감동의 도가니는 주재남 고문님과 김운자 님이 완주를 끝내고 나서 얼싸안고 흘리는 감격스런 눈물 장면이었습니다. 아직 완쾌되지 못한 다리 때문에 지팡이를 짚고라도 기어코 참석하시는 주 고문님의 끝없는 한사모 사랑을 마술지팡이는 알고 있겠지요? 2011 한사모 회계 결산보고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작년에는 김영신 사무국장님이 보고를 하셨는데 올해에는 중요한 감사역이 바뀌었기 때문에 이경환 감사님이 보고를 하게 된 것입니다.
김태종 위원장님이 결산에 대한 이의가 있는 회원은 내년 1월 2일까지 문건서류를 갖춰 제출해 줄 것을 요망하자 여기저기에서 유쾌한 웃음보따리가 터져나왔습니다. 이렇게 제 1부가 끝났습니다. 오후 6시 30분부터 담소하며 만찬을 즐기는 제 2부가 시작되었습니다.
한 분 한 분 얼굴 하나를 일일이 확인하시며 함대표님이 ‘좋은 밤입니다’로 인사를 시작하셨습니다. 이른 시간인데도 참석해 주신 모든 분께 고마움을 전하고 회원이 아닌 참석자를 알알이 소개하셨습니다. 평소 주말걷기에는 참여를 못했지만 이날 밤에 나오신 이흥주 님의 부인 강효식 님, 한상진 님의 부인 최경식 님, 박찬도 님의 부인 강석춘 님, 이석용 님의 부인 남묘숙 님 김성기 님의 부인 홍은혜 님, 김소영 님의 부군 정진환 님께 어려운 발걸음을 해 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셨습니다. 특히 김소영 님의 부군 정진환님께는 ‘김소영 운영위원님을 혼자 보내셔도 되겠는지요?’ 하고 짖꾿게 묻기까지 하셨어요. 대표님이 송년사를 발표하셨습니다.
중요한 이 자리에 어울리도록 며칠 전부터 고심하여 마리 준비하신 글을 낭독하셨습니다. 올해 마지막 날 한사모 블로그에 올리시겠답니다.
"우리 회원들은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중년을 거치고 아름다운 노을처럼 인생을 정리할 때입니다. 노을세대가 스스로 걸어야 할 길을 마음에 새기고 경계하고 조심해야 합니다.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신뢰를 받아야겠지요. 가족이나 친구 그리고 공동체로부터 신의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신의 곧 의리를 지키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과연 믿음을 줄 수 있는 삶을 살았는지 성찰하면서 새해에는 좀 더 노력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말씀하시자 장내는 숙연해졌습니다. 언제든 다시 듣고 새겨야 할 내용이었습니다.
'사람과의 관계를 좋게 하는 일에 마음과 시간과 돈과 노력을 투자해서 올해 송년회에서 행복한 얼굴로 만나자'고 제안했던 지난 해 송년사가 생각났습니다. 송년사가 끝나고 그동안 고생하신 대표님 내외분께 회원 전체의 사랑과 정을 담은 기념품과 꽃다발을 전달하였습니다. 지난 해 선물은 내외분 걷기전용 겨울 바지였다는데 올해 선물은 무엇일까요? 여러분들도 궁금하시지요?
이어서 대표님이 특별출연 초대손님인 한영주 할미꽃 하모니카 앙상블 지도교수와 김종순 int 심포니 오케스트라 대표, 최승준 모던 하모니카 앙상블 단장과 단원들을 소개하셨습니다. 모두 앞으로 나오게 하고 허 회장님이 선물을 증정하셨습니다.
‘한사모 회원은 호명 즉시 0.3초 안에 나오시는데 조금 늦게 나오시는군요. 사회자의 유머가 돋보입니다. 저명한 전문연주가들이신데도 출연료 없이 무조건 봉사해 주는 이 분들이야말로 한사모의 귀인이요 천사입니다. 건배 제의는 대표님으로 되어 있었지만 윤종영 고문님께 부탁드리는 모습도 보기 좋았습니다.
윤 고문님은 갑자기 당황했지만 부르면 0.3초 안에 행동하는 한사모 규칙에 따르셨습니다. 뒤돌아보니 한사모 덕분에 멋지고 신나는 일이 많으셨답니다. 한사모의 영원한 존속 발전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윤 고문님이 '한사모'라고 외쳤고, 우리는 모두 '만만세'로 화답했습니다.
이어 호텔의 부페식 식사로 만찬을 즐겼습니다. 싱싱한 해산물, 신선한 채소, 갓구운 고기, 말랑말랑한 떡, 갖가지 과일 등 요리 종류가 다양하고 질이 더 좋아져 만족했습니다.
만찬의 반주를 제공한 회원님이 소개되었습니다. 김용만 고문님, 정정균․ 황금철․ 이경환 운영위원님, 김소영 님의 부군이신 정진환 님이 프레미엄 위스키를 한 병씩 가져오셔서 회원들마다 한 잔씩 음미할 수 있었습니다.
만찬에 이어 밤 7시 30분부터 느긋하게 ․ 너그럽게 ․ 넉넉하게를 주제로 제 3부가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한사모 회원들의 한마당 잔치 시간입니다. 진행은 계속 명사회자 김태종 위원장님이었습니다. 서서히 저물어가는 한 해를 보내고 새해인 용진년은 용띠입니다. 우리 회원은 용띠에 태어나신 분들이 가장 많답니다. 올해 평균연령이 69.5세였으니 새해가 되면 71.445세가 된다는 말씀이 실감나는군요.
한영주 교수의 지도로 할미꽃 앙상블 연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하모니카를 배운지 일년이 된 김정희, 신애자, 오기진, 김채식, 김경진, 임명자, 이달희, 정전택, 이석용, 김민종, 김창석 님 등 11명의 무대였습니다.
여성 단원은 감색 벨로아 드레스에 하얀색 레스를 단 우아한 차림이엇고 남성 단원들은 흰 셔츠에 자주색 나비 타이를 맨 멋진 모습입니다. 남녀 단원 모두 머리에 쓴 핑크 베레모가 단연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불러 유명한 사랑찬가 'Can't Help Falling In Love'와 부도덕한 노예 상인이던 죄인을 구원해 주신 하나님의 은총을 찬양하는 '어메이징 그레이스' 연주가 감미롭습니다
하모니카를 배운지 이년 차 회원인 윤정자, 윤삼가, 박현자, 소정자, 정광자, 김운자, 양정옥, 이복주 박정임 이영례 김소영 님 등 13명의 합동 연주곡은 '스와니 강과 '고향무정 '이었습니다. '스와니강'과 '고향무정'을 들으니 떠나온 고향이 떠올랐습니다.
앙상블 단원 24명 전원이 이탈리아 칸소네 '라노비아'를 연주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소박한 생활 속에서도 부드러운 사랑을 찾고 싶어하는 마음이 묻어났습니다. 하모니카를 배운지 일년 차와 이년 차 연주자가 각기 다른 솜씨와 역량으로 실력을 키우는 모습에 감동하지 않을 사람 누구일까요?
앙상블 단원 24명은 한사모의 보배요 희망이요 자랑입니다. 햇빛 찬란하고 위대한 풍경만이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딱! 지구상 하나 밖에 없는 나이든 우리 할매 할배 하모니카 앙상블을 이 자리가 아니면 어디서 만나 볼 수 있을까요? 고전 걸작으로 알려진 'Summertime' 노래가 한상진 고문님의 열정적임 목소리에 실려 퍼져갑니다. 'Summertime'은 함대표님과도 특별한 인연이 있는 노래랍니다. 지난 7월 한 고문님과 이 노래와 대표님과의 인연을 한밤의 사진편지로 보내주신 일이 기억납니다. 한 고문님의 과음 판정 기준이 된 노래이기도 한만큼 오랜 세월을 함께 하신 두 분의 우정이 부럽습니다.
다음은 제 차례였습니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과 샤를르 보들레르의 시 '상응(相應)-교감交憾) Correspondances'을 낭송하였습니다.
'가지 않은 길'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도전과 모험정신을 담담하게 노래합니다. 순간의 선택이 운명을 결정함을 알려줍니다. 프로스트는 케네디 대통령 취임식 때 축시를 낭송한 미국 북동부 척박한 땅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시인이었습니다. 그를 본받아 제 마지막 소망도 농부시인입니다. '상응(相應)-교감交憾)은 자연과 물질과 인간이 서로 부르고 대답하며 교감을 이룬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두 시가 추구하는 모습과 걷기를 좋아하는 우리 모임이 닮았다고 여겨져 택하였습니다.
심상석 회원님이 부르는 노래 '그대를 사랑해' 순서가 이어졌습니다. 독일어이기에 미리 원문을 번역하여 읽어주셨습니다. 나 그대를 사랑해/ 그대 나를 사랑하듯이 로 시작합니다. 노익장을 과시하시는 심 회원님은 연기에 노래에 참으로 다재다능하십니다. 이정수 회원님의 부군 임병춘 님이 지난해에 이어 색스호온 연주를 해 주셨습니다. 작년보다 실력이 늘었는지를 검증하는 기회였습니다.
'숨어우는 바람소리'와 '고향의 노래'를 메들리로 들려주었습니다. 처음에는 만족하지 않은 듯 했지만 차츰 흥이 나고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자 어깨를 들썩이며 능란한 솜씨로 배호의 '안녕'을 앵콜로 준비하여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아, 이제 특별출연 차례입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초대손님들은 박수만 먹고 사는 분들이니 우리 회원보다 박수를 다섯 배는 쳐야 한다는 사회자의 멘트를 기다렸다는 듯 박수소리가 커졌습니다. 엉뚱하고 비현실적이라 여겼던 하모니카 앙상블의 꿈을 앞당겨 주신 한영주 교수의 특별 무대 순서가 되었습니다. 한영주 교수는 '계속 즐거우십니까?' 라고 말문을 연 뒤 합주반 모자색깔인 체리핑크와 그 기분을 주고 싶다면서 '체리핑크'와 '베사메뮤초' 연주를 들려주었습니다.
왼손으로 마이크를 잡고 하모니카 2개를 자유자재로 놀리며 힘차고 경쾌하고 가냘프게 어느땐 긴 흐느낌이 이어졌습니다. 치자꽃 향기가 은은히 퍼지는 것 같았습니다. 뒷좌석에 앉아 계시던 정전택 님, 김민종 님, 이달희 님, 김창석 님, 이석용 님이 일어서서 앵콜을 연호하자 '만남'과 '영원한 사랑'을 들려주었습니다.
이년 동안 온 정성과 사랑으로 지도해 주시고 이제 새로운 만남을 향해 떠나지만 소중한 인연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는 말도 잊지 않으셨지요. 다음은 int심포니 오케스트라 김종순 대표님의 플롯 독주 차례였습니다. 저소득층과 음악 취약계층 청소년들에게 악기도 보급하고 오케스트라를 결성하여 꿈을 키우는 일을 하고 있답니다. 얼마전 숭실대 한경직 기념관에서 열린 오케스츠라 연주회에 우리 할미꽃 하모니카 앙상블을 초청해주신 분이시지요. 60,70대가 되면 한사모를 본받아 완성하면서 사는 삶을 살고 싶다고요. 다른 사람에게 투영된 우리 모습을 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 주셨어요. 슈만의 '트로이메라이’와 프랑스 재즈 음악의 거장 끌로드 발리에의 'IRLANDAISE (아일랜드인)' 두 곡의 선율이 퍼져갔습니다. 피아노 반주는 강유나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트로이메라이’는 '꿈을 꿈'이라는 뜻이랍니다. 상승했다가 다시 하강하는 선율이 되풀이 되면서 꿈을 꾸는 듯 가볍고 미묘한 변화로 이어졌지요.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 감미로운 명곡이었습니다. 이제 오늘 최고로 기대되는 하이라이트 모던 하모니카 앙상블 연주 시간입니다. 대한민국 U자 걷기가 2008년 4월 시작되었는데 모던 앙상블은 그해 7월 결성되었다니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어 유튜브에 95개 동영상이 올려져 새계적으로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답니다. 하모니카가 당당한 클래식 악기라는 사실을 널리 알린 앙상블이래요. 사회자가 모든 무대 운영권을 최승준 교수님게 드린다며 장내를 정리했습니다. 전 숙명여자대학교 음악대학 학장이신 최승준 단장님이 한 판 놀아보자며 단원인 코드하모니카 연주자 이유지 님, 클로마틱 연주자 이병란 님, 베이스 연주자 최승학 님을 소개하셨습니다.
흥겨운 '경복궁 타령' 연주에 모두의 신명이 오릅니다. 발도 목도 양손도 머리도 왼쪽 오른쪽 아래 위로 흔들흔들 흥겹습니다. 하모니카에 어울리도록 맞춤형 편곡으로 만들어 연주했기에 더욱 감칠맛이 납니다. 바탕인 한 가락이 조금씩 변화하며 되풀이되는 '캐논' 곡이 이어졌습니다. 옹달샘에 맑은 소리를 내며 강물로 흐른 물소리였다가 차츰 잦아지는 작은 숨소리 같이 지친 마음에 위로와 화합과 감동으로 흘러들었습니다. 악보가 2페이지로 좀 긴 편이어서 좀이 쑤셔 집중을 잘 안하는데 우리는 시종일관 집중력을 지키며 즐기는 모습이 훌륭하다고 칭찬까지 해 주셨어요. 이제 코드하모니카를 부는 이유지 님 독주 차례입니다. 보통 하모니카 크기 다섯 배 정도로 커서 저처럼 코드하모니카를 처음 보는 분들도 많았을 겁니다. '하바나길라'는 올드 팬들의 기억 속에 새로운데 주님을 찬양하라는 내용이지요. 다섯 손가락을 흔들며 탁탁 치며 연주할 때는 춤이라도 추고 싶은 마음이 절로 일기도 했습니다. 이병란 님의 크로매틱 하모니카 독주 ' 캄포 아후에라' 가 연달아 이어졌습니다. 스페인어로 바깥 벌판이라는 뜻이라는군요. 소리가 부드럽고 풍성하여 듣기에 좋았습니다. 청아하고 경쾌하여 구름과 산과 하늘이 여릿여릿 가까이 다가오다가 끝에서는 하늘로 탁 치고 오르는 느낌이었습니다.
다시 모던 앙상블의 '헬레나폴카'와 노르웨이곡 '비밀의 정원' 4중주 연주 시간입니다. '헬레나폴카'는 아코디언 연주로 많이 들었는데 하모니카 특성에 맞게 다양한 음색을 살린 조화가 매력을 더해 주었습니다. 루이 암스트롱의 '달콤한 입맞춤'을 끝내면서 최단장님이 두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모두 기립박수로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연주자와 청중 사이에 훌륭한 교감이 이루어진 결과랍니다. 조금전 제가 낭송한 보들레르의 '교감'이 생각나는 대목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시작하여 독일 이스라엘 스페인 미국 프랑스 노르웨이 잇달아 몇 나라 곡을 들었는지 전부 기억 나시는지요?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연주가 끝나자 앵콜로 한국가요까지 넘어왔습니다. KBS 가요무대 25주년 기념 신청 1위 곡인 '울고 넘는 박달재'와 '처녀뱃사공 연주에 흥은 최고조를 이룹니다. 환하게 활짝 웃는 최단장님 표정이 조금전 대표님의 송년사에 나오는 어린아이 표정과 똑 같습니다. 우리가 감정을 잘 잡아주니 단장님도 평소보다 감정이 잘 잡혀 연주가 만족스러웠답니다. 함 대표님이 연주만 잘 하시는게 아니라 말씀도 잘 하신다고 탄복하셨지요.
무역회사를 운영하시던 70세 소년 테너 가수 심상국 님의 '달콤한 입맞춤'에 잠시 열기를 가라앉힙니다. 고조된 분위기에 부담이 됐을 법도 한데 악기도 좋지만 목소리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임을 새삼 일개워 줍니다.
실내가 꽉 차게 영혼을 뒤흔들어 놓으니까요.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끝내고 앵콜송 '그리운 금강산'이 서로의 가슴을 가까워지게 만듭니다.
마지막은 분위기를 반전시킬 마술 연기입니다. 놀랍게도 연기자는 모던 앙상블의 최승준 단장님입니다. 유쾌하게 별난 분이시군요.
벌써 마술 경력 10년째, 할 수 있는 마술이 120여가지랍니다. 신세대 마술사 이은결이 '테크닉'을 중시한다면 '연출력'을 중시하는 마술이라지요.
흥겨운 음악에 맞춰 구멍 뚫린 까만 상자가 폭죽을 터뜨리면 요술을 부리는지 감쪽 같이 없어졌다 늘어났다 신기한 광경이 벌어졌습니다. 굴렁쇠 여러 개가 서로 붙었다 떨어졌다 자유자재로 반복 이동하는 모습에 눈길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시계는 거의 밤 10시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송년의 밤은 장장 5시간여에 걸쳐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었습니다. 맨 나중 특별 손님들과 회원들이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대표님이 오늘 모임이 어떠냐고 물으셨습니다. 세 가지 최고와 중간과 최악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시자 모두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높이 들어올렸습니다. 사진을 찍기 전 대표님은 다섯 회원님을 앞으로 불러내셨습니다.
송년 모임을 위하여 프로그램에서부터 진행까지 완벽하게 기획 ․조정을 총괄하신 김태종 위원장님,
일년 내내 주말걷기와 대한민국 U자걷기 코스와 식당 선정을 총괄하신 이영균 위원장님,
행사 맨 앞에서 언제나 손수 발로 뛰시며 촬영하시고 영상을 편집하시는 이창조 홍보위원장님,
한사모의 살림살이를 치밀하고 빈틈없이 정확하게 살펴주시는 김영신 사무국장님,
쓰임새 있게 목적에 맞게 운영 전반을 꿰뚫고 알려 주시는 이경환 감사님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 밤을 아름답게 만든 비밀이 바로 이 분들의 숨은 공 덕분이라는 찬사에 박수가 이어졌습니다.
또한 조금 지각을 했지만 오랜만에 참석하신 박남화 ․ 김경옥 부부를 소개하셨습니다 박남화 회원님은 한국교총에서 오래 근무하시다가 얼마전 성태제 회원님이 원장으로 계시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으로 자리를 옮기셨답니다. 부인 김경옥 회원님은 인천교육청 장학사에서 지난 3월 송천초등학교 교감으로 승진하셨답니다. 지난해보다 훨씬 격조 있고 알찬 프로그램이어서 일취월장했노라는 이규석 전 학교교육지원본부장님의 한 마디에 생생한 기쁨이 되살아났습니다.
이제 적당한 거리에 떨어져 바람소리를 견디는 겨울 숲속 나무처럼 고요하게 새해를 기다릴 시간입니다.
분명하고 단정하게 그러나 지나는 모든 풍경을 음미하면서 상상하고 창조하고 기록하는 한사모는 또 고운 숨결을 뿜어낼 것입니다.
추기 : '한사모'는 지난 27일(화) 80여명의 회원님과 10명의 초대 손님이 한데 어울려 성대하고 감동적인 송년의 밤을 가진바 있었습니다.
송년의 밤 행사를 마친 후, 저는 이순애 운영위원님께 이날 밤 행사 후기 집필의 어려운 부탁을 드렸습니다.
이순애 위원님은 저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 주셨습니다. 제가 이 위원님께 이런 부탁을 드린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는 제가 요즘 시력에 문제가 있어 컴퓨터 작업에 대한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둘째, 이 위원님은 평소 한사모에 대한 애정이 깊고 봉사정신이 강했으며 글 솜씨와 문학, 음악 등 다방면에 걸친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는 분으로 생각되었기 떄문이었습니다.
지금 읽어 보신 바와 같이 이 위원님은 그날 밤 약 5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방대한 송년의 밤 행사를 풍부한 배경 지식과 탁월한 표현력과 경쾌하고 센스있는 스케치 능력을 구사하여 알차고 유익한 명문으로 실감나게 잘 정리해 주셨습니다.
이런 글을 한 편 쓰기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되는 괴로운 작업이 따른다는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28일(수) 밤 늦게 이순애 님의 글을 이메일로 받아보며 저는 퍽 미안한 마음과 함께 감사한 마음을 깊이 느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이 위원님이 고생해주신 덕분으로 한사모의 소중한 기록 목록에 좋은 글을 한편 추가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함수곤)
|
함수곤
한밤의 사진편지 대표 겸 편집주간
서울 용산구 효창동 272 베네스빌 406호
전화 02-716-7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