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 휘몰아친 형사사법제도의 변화를 한 단어로 정리하면 ‘검찰개혁’일 것이다. 검찰개혁의 미비로 형사사법의 모든 문제가 발생한다는 입장으로 보이지만,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가’라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검찰제도를 해체해야 한다거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설치해야 한다는 등 총론적인 논의만 있을 뿐 각론적인 내용이 없었다.
문제는 집권층의 의도대로 형사소송법이 개정되었건만, 이제 한국의 형사사법시스템이 완전히 망가졌다고 평가하는 실무가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첫째, 고소 접수가 제대로 안 된다, 둘째, 불송치 사유를 제대로 알 수가 없다, 셋째, 사건종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이야기는 정설처럼 들린다. 더욱이 2022년부터는 검찰조서의 증거능력 강화로 공판정 사용이 사실상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검찰조서에 의지한 재판실무도 큰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어떤 사법체계를 따르더라도 형사사법제도는 국가형벌권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작용을 수반하여 국민의 권익과 직결되어 있고, 제도의 특성상 불완전하게 설계될 경우 이를 바로잡기 어렵다. 그동안 대륙법계 사법체계를 따르고 있었던 우리나라의 수사구조상 검사의 사법적 통제가 적정하게 행사되고 있는지 여부가 형사사법절차의 적정한 운용을 판가름하는 시금석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특수부를 중심으로 한 일부 검찰 조직의 직접수사로 인한 폐해가 부각되면서 국가 수사체계 개선의 단골메뉴로 검찰개혁이 논의된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제는 사법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형사소송법이 개정되었지만, 사건의 상당부분이 사법경찰관리에 의해 수사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외면한 채, 사법경찰관에게 수사종결권까지 부여한 것은 대륙법계는 물론 영미법계 사법체계와도 다른 변형적 구조라는 점이다.
더욱이 범죄척결을 위한 국가 수사체계(형사사법체계)를 구성하는 소추절차(기소·불기소 결정)에 대해서는 영미법계 국가와 대륙법계 국가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전자는 쉽게 기소하여 재판에 보내는 구조인 반면, 후자는 수사절차의 적정성을 사후에 재판절차를 통해 통제하는 것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소추권을 가지고 있는 검사로 하여금 수사절차를 통제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입법의 전제조건으로 우리나라 형사사법체계를 영미법 체계로 할 것인지, 아니면 대륙법 체계로 할 것인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만약 수사를 영미법 체계로 변경하고자 한다면, 영미의 사법시스템이 전면적으로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반면에 대륙법 체계를 고수한다면 검찰의 사법기관성을 더 강조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종국적인 해결방안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이번 제14권 1, 2, 3, 4호에는 검찰 및 경찰개혁과 관련된 다수의 논문이 게재되었다. 이러한 논문들을 모아 출판되는 이 책자가 아무쪼록 학계와 실무계에서 유익한 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