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년을 맞은 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본부장 도법 스님)가 올해 ‘사찰과 함께 사회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결사 운동의 대중화와 생활화를 꾀하면서 남남갈등 해소와 사회통합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계획은 ‘붓다로 살자’와 ‘화쟁코리아 100일 순례’다. 종교평화선언도 올 9월에는 채택,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총괄부장 덕산 스님은 27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결사추진본부 올해 사업기조와 내용을 설명했다.
결사추진본부는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 직후 출범해 5대 결사를 추진하면서 방향성과 활동성, 결사 내용에서 관심을 끌었지만 '위로부터의 쇄신'이라는 비판과 조직화와 역량 결집에 한계를 드러내 왔다.
“사찰 중심, 결사 대중화·생활화 이끌겠다”
이에 스님과 신도로 구성된 사찰이 사회 현장 속으로 참여해 결사본부 만의 결사가 아닌 사찰 중심의 결사를 통해 대중화와 생활화를 이끌어 가겠다는 게 결사추진본부의 주요 기조다. 교육원과 포교원, 문화사업단과 직영사찰, 템플스테이 사찰을 우선으로 협력 사업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또 사찰을 중심으로 선원, 강원, 중앙승가대, 동국대 등 각급 교육기관과 중앙신도회, 포교사단 등 사부대중을 결사대중으로 결집해 종단의 근본문제와 사찰의 사회적 역할을 중심으로 쇄신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진행된 청규 제정과 사부대중 의식개혁 운동 교재 개발, 갈마제도 강화, 승려법 개정 등은 3월 임시종회에서 제도화가 이루어지면 5월에는 가시적 성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결사본부는 ‘바람직한 불교관과 실천론을 위한 의식개혁 교재’를 개발한다.
2011년부터 추진돼 ‘전법 포기 선언’이라는 혹평까지 받은 ‘종교평화선언’도 재추진한다. 오는 5월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7월 각급 종정기관과 관련기관, 단체 의견 수렴을 거쳐 8월 종정 스님 보고와 증명을 얻어 9월 종교평화선언을 채택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종교평화선언 5월부터, 재추진 9월 발표 예정
결사추진본부는 ‘종교평화선언’을 조용히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결사추진본부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종교평화선언이 언론에서 부각되거나 노출되지 않기를 바란다. 많은 논란이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결사추진본부는 33대 집행부에서 태동했다. 34대 총무원장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자성과쇄신 5대결사는 주요 과제로 등장하지 않았다. 다만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34대 집행부에서도 결사는 ‘사찰과 함께 사회 속으로’라는 확고한 기조로 실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5대 결사의 활동은 사실상 33대 집행부에서 종결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33대에서 5대 결사의 방향성을 담보하지 못했고, 그 내용도 충족하지 못했다.
결사추진본부가 내세우는 성과는 종단쇄신위원회 활동 등 중앙종무기관의 참여와 역할 분담 속에서 만들어졌다. 자체 사업에서의 성과는 미진했고, 야심차게 진행한 생명평화 1000정진단 운영도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결사추진본부는 1000일 정진단의 공실율이 2012년 13%에서 2013년도에는 30%였다고 인정하고 있다.
결사 대중화 위해 ‘붓다로 살자’ 운동 전개
결사추진본부는 5대 결사의 내용성을 확보하지 못하면서도 올해 신규 사업으로 결사 대중화를 위한 ‘붓다로 살자’ 운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결사본부는 “자성과쇄신결사 1000일 정진을 회향하고 결사의 새로운 방향과 내용으로 ‘붓다로 살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승불교 활동을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상반기에는 직영사찰 중심으로 결사도량을 선언하고 활동하며, 사찰, 단체, 모임 등에서 대중공사를 통한 ‘붓다로 살자’ 청규를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생명평화 등(燈), 붓다로 살자 걷기명상, 붓다로 살자 서원 동참 등이 실천 계획으로 제시됐다.
1000일 정진은 27일로 672일째다. 900일이 되는 9월 13일부터 생명평화 1000일 정진 회향주간을 선포하고, 1000일이 되는 12월 22일 회향법회와 함께 ‘붓다로 살자’ 선포식을 한다는 계획이다.
화쟁코리아 100일 순례…화쟁 100일 기도
화쟁 활동은 결사추진본부가 내세우는 최고의 성과다. 이를 더욱 확산하기 위해 올해 화쟁 활동과 더불어 ‘화쟁코리아 100일 순례’를 지원한다. 결사추진본부의 대표적 사업이지만 ‘화쟁 100일 순례’ 공동추진위원회를 중앙종무기관과 사찰, 시민단체와 함께 꾸려 남남갈등 해소와 사회통합을 위한 화쟁순례와 화쟁 100일 기도에 들어간다.
화쟁 100일 순례는 3월 3일 제주 한라산에서 천고제를 시작으로 6월 10일 서울 광화문에서 회향한다. 전국 14개 광역시를 10명의 전국 순례단이 100일간 순례하면서 위령제를 지낸다. 지역순례단은 각 구간별로 모집한다.
결사추진본부는 화쟁위원회와 종교평화위원회, 노동위원회,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까지 화쟁위와 종단쇄신위, 결사자문위, 결사위원회 등 사업이 혼재돼 진행됐다. 올해는 종단쇄신위 활동이 종결됐고, 노동위와 민추본, 종평위는 조직을 분화해 별도 사업을 추진한다.
“처음 하는 일 우왕좌왕…비틀거렸지만 사부대중 참여로”
본부장 도법 스님은 27일 결사추진본부 3주년 기념법회에서 “‘붓다로 살자’라는 새 싹을 잘 가꾸어 내기만 한다면 한국불교는 희망찰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붓다로 살자에 집중한다는 얘기다.
도법 스님은 지난 3년의 소회도 드러냈다.
도법 스님은 “사실 처음하는 일이라 우왕좌왕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뜻밖에 벌어진 소위 승풍실추 사건이라는 태풍에 휩싸여 만신창이가 되기도 했다”며 “원장 스님과 뜻을 함께한 사부대중의 원력과 참여 덕분에 비틀비틀하면서 오늘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도법 스님은 “지난 3년은 뜻은 좋아도 뜻을 실현할 실력과 역량은 턱없이 부족함을 실감한 시간이었다”며 “붓다의 위대한 실천정신을 계승함과 동시에 21세기 현대사회의 등불이 되는 한국불교의 길을 열어가고자 이 궁리 저 궁리 했다”고 했다.
이어 스님은 “마침내 다양하게 제시된 사부대중의 지혜와 뜻을 녹여 ‘중도로 본 본래 부처와 동체대비론’으로 정리하고 그 정신을 담아 ‘붓다로 살자’는 새 싹을 틔웠다”며 “섣부른 판단일지 몰라도 ‘붓다로 살자’라는 새싹을 잘 가꾸어 내기만 한다면 한국불교는 희망찰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고 분명히 말했다.
도법 스님 “‘붓다로 살자’ 새싹 잘 틔우면 희망”
도법 스님은 ‘붓다로 살자’라는 옥동자를 탄생 결사 3년의 최대 성과라고 했다.
그는 “밭 갈고 씨 뿌리는 지난 3년도 엄중했지만, 새싹을 키우는 앞으로의 순간, 순간도 엄중할 수밖에 없다”며 “총무원장 스님을 위시로 사부대중 모두의 굳건한 발심과 서원의 열정이 더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도법 스님은 “사부대중과 국민이 진지하게 지켜보고 있다. 반드시 실망이 아니라 희망을 선물해야 하며, 우리와 한국불교, 한국 사회를 위해 반드시 그래야 마땅하다”고 했다.
자승 스님 “붓다로 살자에 종무기관 사부대중 관심” 당부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5대 결사’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자승 스님은 ‘사회와 이웃을 향한 나눔과 봉사의 불교’를 내세우면서도 ‘자성과 쇄신 결사’를 구체적 사업계획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때문에 ‘결사’의 실질적 시효는 종결했다는 시각이 많다.
이같은 지적을 의식한 듯 자승 스님은 결사본부 3주년 법회에서 일단 “34대 집행부에서도 결사는 ‘사찰과 함께 사회 속으로’라는 확고한 기조로 실현해 나갈 것”이며 “‘붓다로 살자’라는 실천 의지를 통해 결사추진본부가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종무기관과 사부대중의 많은 관심과 협조를 당부한다”고 했다.
자승 스님은 “그동안 종도의 다양한 조언과 격려 속에서도 중심을 잡아가며 묵묵히 정진해 온 도법 스님을 비롯해 함께 정진한 모든 분들의 노고를 치하한다”고 했다.
자승 스님은 “결사를 제안할 때 형식으로만 흐르는 것은 아닌지, 지속성 여부에 대해 일부의 우려와 불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며 “한진중공업, 쌍용차, 제주 해군기지 등 사회적 강등 해소와 노동위 설립, 종교평화선언 추진, 종단쇄신위 청규제정과 의식개혁운동, 법계직무제도 수립 등 쇄신입법과 4대 분야 10대 과제라는 종단 쇄신안을 마련하는 등 성과를 이루었다”고 했다.
자승 스님은 “중단 없이 추진한 쇄신 결사가 이제는 교구와 사찰 스님과 신도가 함께 주인이 되어 정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결사 내용을 지역과 계층별 특성에 맞게 자발적이고 창의적으로 마련해 ‘붓다로 살아가자’는 저마다의 발원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결사 3주년 기념법회 참가자들은 발원문을 통해 “나와 너, 우리 모두가 붓다임을 한시도 잊지 않으며 온 세상이 생명평화공동체가 되는 그날까지 붓다로 살기 위해 쉼 없이 정진하고자 한다”고 서원했다.
이날 법회는 삼귀의와 반야심경, 자성과 쇄신 결사 동영상 상영, 결사추진본부 총괄부장 덕산스님의 경과보고, 도법 스님의 인사말, 자승 스님의 치사, 발원문 낭독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법회에는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교육원장 현응 스님, 포교원장 지원 스님, 결사본부장 도법 스님, 동화사 주지 성문 스님, 조계사 주지 도문 스님을 비롯한 사부대중 20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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