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루의 해파랑길 걷기, 제11구간 경주해안 기행
동해에 연한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의 이동(以東)을 흐르는 여러 하천과 강들 중 경주에 있는 대종천은 작지만 특별함이 있는
하천이다. 토함산 동릉을 발원(發源)한 이 하천이 동해로 나가는 강구(江口)가 바로 신라(新羅)의 동해구(東海口)이기 때문
이다. 백제와 고구려를 멸하고 삼국을 통일했던 신라가 월성에서 바다로 나가는 길목이 바로 이곳이었다. 하천 이름은 반월
성을 침공했던 몽골군이 황룡사의 황금대종(黃金大鐘)을 약탈해 갈 때, 이 하천을 이용해 실어간 데서 유래한다 전한다. 흔
히 경주 남산을 일러 '지붕 없는 박물관' 이라 하듯, 이곳 대종천(大鐘川) 기수역(汽水域)도 그에 못지 않은 곳이다. 동해(東
海)를 지키는 문무대왕(文武大王·30代王)의 수중릉(大王岩)이 동해구 바로 앞 바다에, 기수역 북쪽 천변엔 감은사지(感恩寺
址)가, 뜸북재 아래 하구역 언덕에는 이견정(利見亭)이 이웃해 있다. 어느 한 곳 허투루 볼 문화유적들이 아니다. 그래서 이
곳도 경주국립공원이다. 인근에는 또 우리나라 최초의 방폐장인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부산에서 고성
까지, 동해안을 잇는 해파랑길 전체 50구간 중 제11구간(경주 제2구간)이 바로 이곳을 지난다.
지난 주말 해파랑길11구간을 다녀왔다. 양남면 나아포구에서 양북면 국립공원을 지나 감포항까지의 해안 트레일 19,9km 구
간이다. 구간 출발지 나아해변은 월성원자력발전소가 있는 곳, 해변에서 기념촬영을 한 후, 곧장 터널을 지나 방폐장을 거쳐
국립공원 대왕암으로 간다. 백사(白紗)와 작은 몽돌이 층을 이룬 봉길해변은 잔잔한 파랑(波浪)이 밀려와 하얗게 부스진다.
포근한 겨울바다의 대왕암(大王岩) 주위엔 갈매기들 무리져 날아 오르고, 해변에는 참배온 연인들의 사랑의 밀어들이 피어
오른다. 길게 누운 하얀 모래 해변, 수평선에 끝 닿은 푸른 바다, 그리고 그 위에 내려앉은 잿빛 하늘은 구도(構圖)는 단순해
도 아름답고, 대왕이 지키는 바다라서 한없이 평화롭다. 오랫만에 다시 찾아와 보는 풍경이라 그런지, 눈을 감으면 더 아름
답게 그려진다. 대종천 어귀를 따라 감은사지로 간다. 신문왕(신라 31대왕)이 부왕인 문무대왕을 기리고자 지었던 옛 감은
사 절터다. 당우(堂宇)들은 비록 자리에 없어도 2단으로 된 기단석에 높이 올린 3층석탑들을 바라보노라면 옛가람의 면모가
쉽게 어림이 된다. 다시 왕죽림(王竹林) 언덕 뜸북재를 넘어 대종천 어귀 이견정(利見亭)으로 간다. 신문왕을 비롯한 후대
의 왕들이 이곳에서 문무대왕 수중릉을 참배했다는 곳이요, 신문왕이 대왕이 보낸 만파식적(萬波息笛)을 얻은 곳이라 전한
다. 이 전설 속의 피리를 불면 왜구 등 적들이 스스로 물러났었고, 성난 파도 또한 쉬이 가라앉았다 한다. 정자에 오르니 난
간 너머로 동해의 대왕암이 아득히 눈에 든다. 창해일속(滄海一粟)으로 보여도 마음엔 그저 크게만 보인다. 신라 동해구(東
海口) 표지석을 돌아보며 대종천 기수역 탐승을 마치고, 대본리 해안으로 나간다. 이어서 본격적인 해안 트레킹에 올라 먼
감포항까지 걸었다.
양북면 대본항, 나정항, 전촌항을 지나 감포항으로 이어지는 해안들은 그야말로 그림들을 펼쳐 놓은 듯 했다. 크고 작은 곶
(串)과 만(灣)들이 발달한 아름다운 해안에는 다시 그 지역을 알리는 특별한 구조물들까지 세워 자연미에 인공미를 더했다.
그 중 나정해안에 세운 '바다가육지라면' 의 노랫말 비(詩碑)에는"모든 이들이 피서를 즐길 때, 정귀태 선생은 홀로 먼 바다
를 바라보면서 주옥 같은 어휘들을 주워 모아 노랫말을 만들었다" 는 오석(烏石) 판석에 새긴 글이 긴 여운으로 남아 보기
좋았고, 전촌리의 해안단구(海岸段丘)와 그 아래의 두 곳의 해식용굴은 망외(望外)로 얻어 보는 즐거움이었다. 다만 군사
지역이라 촬영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어 조금은 아쉬웠다. 트레일을 종주하며 담은 사진들을 함께 올려 본다.
2018, 12, 01. 촬영.
- 경주 양남면 나아해변과 월성원자력발전소
- 양북면 봉길리 해안 언덕에 있는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코라리움)
- 봉길해변
- 문무대왕 수중릉, 대왕암
- 신라 동해구
- 대종천 기수역
- 감은사지 3층 석탑
- 뜸북재 가는 왕죽림
-뜸북재에서 바라보는 대왕암
- 이견정(利見亭)
- 이견정 누대에서 보는 대왕암
- 대종천 기수역과 동해구
- 신라 동해구 표지석 / 이견정 바로 아래에 있다.
- 동해구 석비 비문
- 대본리 가는 해안길
- 대본리 해안 해파랑길 데크
- 대본리 해안
- 해안 방파제에 그려진 만파식적 그림 / 파도여 잠자라는 어민들의 염원이 배어 있다.
- 나정리해수욕장 '바다가 육지라면' 기념 노래비
- 전촌항의 비마상
- 전촌리 해안 '용굴'
- 감포항 남쪽 곶
-감포해안
- 감포항
첫댓글 경주 양남 해변을 시작으로 감포까지 멋진 해파랑길 이죠~~!!
포항에있으니 곳잘 찻는곳이지만 작가님의 작품으로 접하니 넘 아름답습니다
수고 하셨네요ㅡ
즐감하고 감니다
네, 고맙습니다.
터줏대감 계신 곳 가며
연락 못하고 다녀와 송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