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요청내용-
날 이해해주지 않는 부모님 때문에 가출하고 싶어요. 전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이에요. 그런데 공부보다는 춤에
관심이 더 많죠. 부모님은 이런 날 못마땅하게 생각하세요.
전 정말 춤이 좋아요. 춤을 추고 있으면 아무 걱정도 생각나지 않고 진짜
내가 된 것 같은 희열을 느끼곤 해요. 전 댄서가 될 거예요. 꼭 유명해지지 않아도 되고 돈을 많이 못 벌어도 좋아요. 그냥 내 마음대로 편하게
춤을 출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고등학교에선 1, 2등을 하지 않으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없어요.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할
바엔 아무 대학에나 가서 남들과 똑같은 그저 그런 인생을 사느니 차라리 지금부터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일인자가 되고 싶어요. 하지만
부모님은 좋지 않은 제 성적에 아직 미련을 가지고 춤은 안된다고, 대학에 가야 하는데 정신차리라고만 하세요. 엄마, 아빠도 대학은 나오셨어요.
하지만 그분들은 진정으로 자기 삶을 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저 단순하게 돈을 벌고 그 돈에 만족하면서 아무 꿈도 없이 사는 것
같아요.
난 엄마, 아빠처럼 살기 싫어요. 하기 싫은 공부 억지로 하면서 소모전만 벌일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춤에 내 에너지를
더 집중하고 싶어요. 부모님은 이런 내 맘을 이해해 주질 못하세요. 왜 춤추는 걸 나쁘게만 보는 건지 도저히 이해가 안돼요. 자꾸 안된다고만
하시면 차라리 집을 떠나 빨리 독립해서 하루라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래요. 이렇게 부모님과 싸우면서 시간만 보내고 싶지 않아요.
-상담내용-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 백댄서라는 직업을 장래희망으로 꿈꾸는 이가 많아진 만큼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치러야 할, 부모님과의 갈등 때문에 **님처럼 고민하고 있는 친구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춤을 추고 있으면 모든 근심 걱정들이 사라지고 춤을 추고 있는 때가 진짜 나 자신이 된 것 같은 희열을 느낄 정도라면
정말 춤을 사랑하고 있는 친구 같군요. 사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하고 미래에 대해서 이상적으로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감각적이고 화려하게 보이는 춤이
인기를 끄는 건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겠어요. 그래서 춤을 잘 추는 이는 물론이고 춤을 잘 추지 못하는 친구들도 '춤'하면 일단 흥분하면서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들 하는가 봐요.
**님이 춤을 사랑하기에 앞으로 춤에 자기 인생을 걸고 싶어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자기 인생에서 앞으로 자기 할 일을 찾아내고, 또 마침 그 일을 사랑하고 있다면 그것만큼 큰 축복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이성적이고 계획적인 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금은 부모님이 너무 반대하시니까 **님의 댄서를 향한
꿈을 지키기 위해서, 약간은 감정적이고 극단적으로 대처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평생에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발견했고 그 꿈을
이루려고 하는 의지가 꺾일 것 같으니까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지키려는 마음은 당연할 거예요. 왜냐하면 그것을 함으로써만이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이제는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혀서 감정적으로 대응하며 갈등하면서 시간만 보낼 것이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생각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님 생각엔 미래에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좋고 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좋고 집을
나가서라도 하고 싶은 춤을 하겠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막상 그렇게 됐을 땐 **님의 꿈을 이루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댄서라는 것이
다소 이상적이고 감성적인 직업 같게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댄서도 엄연히 하나의 직업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면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물론
학력에는 상관없는 직업 같아 보이지만 기본적인 학업을 마치는 것이 **님에게 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님 부모님은, 비록
댄서가 되더라도 기본적인 학업을 마쳐야 **님이 어디서도 못 배운 사람이라고 무시당하지 않겠지 하는 생각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부모님의
걱정도 아주 틀린 건 아닙니다. 백댄서라는 직업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우리 사회가 편견과 선입견에서 많이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비록 백댄서라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자질은 갖추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없지 않아 있기 때문이지요.
댄서라는 직업이 때가
있듯이 공부도 때가 있는 법입니다. 춤은 **님이 어렵게 찾아내어서 개척해나가야 할 분야인 반면, 공부는 어떻게 보면 **님에게 노력 없이 그냥
주어진 기회입니다. 너무 오랫동안 공부에만 매달렸기 때문에 그런 생각조차 들지 않겠지만 모두들 학창시절을 떠올리면 하나같이 다시 공부해보겠다는
생각들을 하곤 하는데, 잘하든 못하든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기는 **님에겐 앞으로 다시 찾아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비록 성적이 뛰어나지
못하고, 공부에 별 취미가 없다고 하더라도 어떤 것이든 자기에게 주어진 적시 적소의 기회를 가볍게 포기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가출을 하고 싶다고 했지만 학업을 중도 포기하고 집을 나가 맘껏 춤을 출 수 있다고 하더라도 **님 인생에서 오랫동안 댄서의
모습으로 남기에는 오히려 역효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부모님의 반대 때문에 괴롭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니까 자신을
죄어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다소 감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선 더욱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
드려야 합니다. 우선 댄서를 함으로써 생기는 수입이나 전망, 무엇보다 **님이 춤에 대해서 어느 만큼의 소질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주위에서
얼마나 인정받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부모님께 먼저 알려드리도록 하세요.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부모님은 댄서에 대한 선입견이 있기 때문에 당장에
허락 하시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님이 정말 자기의 꿈을 사랑하고 있고 지키길 원한다면 그 마음을 부모님께서도 알아주실 때가 반드시 올
겁니다.
꿈은 꿈꾸는 자신이 포기하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포기하게 할 수 없습니다.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님이라면 더욱 그러시겠지요.
단, **님이 댄서를 향한 그 꿈을 이루는 과정이 지금처럼 감정에 치우쳐서 이상적이고 극단적으로 흐르게 되면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게 되고
**님에게도 부모님에게도 상처만 남기게 될 거라는 사실을 꼭 명심했으면 합니다. 부모님이 반대하더라도 난 춤만 추고 싶으니까 다른 건 다 싫으니
포기하겠다고 한다는 식은 앞으로 **님이 댄서가 된다고 하더라도 버려야 할 좋지 못한 모습입니다. 댄서라는 직업은 다른 어떤 직업보다 프로의식이
강하고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춤 실력 못지 않게 대단한 성실성과 책임감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지금의 학교 생활을 댄서가
되는데 있어서 시간과 에너지만 낭비하는 걸림돌로만 보지 말고, 댄서가 되기 위한 인간적이고 기본적인 자질, 성실성과 책임감을 기르는 연습의
장이라고 생각하고 학생으로서의 의무에 할 수 있는 데까지는 충실하기를 바랍니다.
끊임없이 부모님을 설득해야 하고, 또 춤 연습도
해야하니 다른 친구들보다 더 힘든 시간을 맞이해야 하겠지요. 그러나 주어진 궤도를 벗어나 자기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것은 그만큼 힘들고 고달픈
반면 그 결과는 더욱 빛나고 값진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용기를 가지고 극복해 나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