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2023 계묘년
심영희
오늘 내일이면 토끼해도 자취를 감춥니다. 검은 토끼해라고 떠들썩 하던 1년이 어느새 청룡에게 자리를 내주게 되었습니다. 토끼처럼 가벼운 몸놀림으로 한해를 살려고 노력은 했습니다만 마음대로 되지는 않았습니다.
늘 하는 일이 정해져 있습니다. 글쓰고 그림 그리고 한지공예도 합니다. 이 재능을 살려 춘천남부노인복지관에서 한지공예, 한글, 민화를 정해진 요일에 나가서 가르치고 있으니 특별할 것도 없지만 새해가 되면 기대를 걸고 살아갑니다.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해도 우리들은 꿈과 희망을 가지고 기대를 하며 살아갑니다.
2023년에는 타고 다니던 승용차를 13년만에 매매하고 네 번째 새 승용차를 구입해 잘 타고 다니고 있습니다. 전에 타던 승용차에는 없던 기기들이 있어 요즘 같이 추운 겨울철에 엉덩이와 등도 따뜻하고 핸들에도 열선이 있어 손을 호호 불지 않아도 되어서 좋습니다. 첫손녀가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간호사로 인천 모 병원에 근무하고 손자는 보충병으로 행정복지센터에서 군생활을 하고 있으니 옆에서 수시로 만날 수 있어 마음이 편안합니다.
좋은 일만 있었느냐고요. 아니지요. 주위 사람들로부터 늘 건강하다는 칭찬을 들었는데, 난생 처음 다리가 아파 정형외과도 다녀오고 허리가 아파 또다시 같은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다리는 엎어지는 바람에 다녀왔는데 그래도 별 이상 없이 물리치료만 받았고, 허리가 앉았다 일어설 수 없이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엑스레이까지 찍었는데 아무 이상이 없답니다. 역시 물리치료만 받았으니 천만다행입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무거운 물건을 들었냐고 하는데 그런적이 없었고 문제는 감기 기운에 피곤하다고 쉰다며 거실 바닥에 엎드려 책을 읽고 텔레비전을 본 것이 허리 아픔의 주범이었지요. 어쨌든 지난 12월 20일부터 고혈압약까지 먹게 되면서 검은 토끼해에는 처음으로 병원과 가까워졌습니다.
처음인 것은 이것 뿐이 아니랍니다. 한국민화협회에 가입하면서 올해 처음 인도에서 한국.인도수교 50주년을 기념해 한국민화초대전에 작품을 출품하여 전시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다른 해에도 족자 작품을 출품하라고 했는데 마땅히 출품할 그림이 없어서 못냈는데 올해는 청룡을 그려 족자를 만들어 두었던 것이 있어 출품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추억들을 뒤로 하고 2023년은 사라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요즈음 신문 기사에 1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동해안 바다열차를 한번도 타보지도 못했는데 서운한 마음이 앞섭니다.
오늘은 춘천에 아침부터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1년 동안 찌든 먼지들을 깨끗이 청소라도 하듯 소복소복 쌓이고 있습니다. 승용차 위에 쌓인 눈을 한바탕 치우고 왔는데 눈은 쉴새 없이 내리고 있습니다. 밖을 내다보니 깨끗해서 좋기는 한데, 벌써 승용차가 언덕길을 내려오다 미끄러져서 휴대폰 매장을 정면으로 들이 받았으니 차타고 어디 가지 말라는 전화도 받았습니다.
세월도 인생도 양면성이 있어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기 마련입니다. 만나면 헤어지고 탄생하고 사라지는 그 진리를 우리들은 배우며 실천하고 있습니다.
신문기사에 따르면 2007년부터 강릉~동해~삼척 53km해안선을 달리던 동해안 바다열차는 16년 동안 2만 1000회이상 운행 됐으며 누적 이용객은 195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해당 열차는 디젤 열차를 개조해 의자를 모두 바다 쪽 통유리창으로 향하게 하면서 모든 승객이 바다 경치를 감상할 수 있어 동해안의 손꼽히는 관광상품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운행 종료 소식이 전해지자 바다 열차를 타기 위해 전국에서 예매 문의가 빗발쳤고 치열한 열차 티켓팅이 펼쳐지면서 주말은 물론 평일까지 일찌감치 전 좌석이 매진 됐다고 합니다.
한국철도공사와 지자체가 여러차례 논의를 했지만 막대한 예산이 드는 관계로 조율이 어려웠고, 부득이 운행 종료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이 바다 열차를 나는 한번도 타보지 못했다. 실은 까맣게 잊고 있다가 신문에서 25일까지 운행하고 사라진다는 것을 알고 예매하려다 참았다. 이유는 이태원 참사 이후 사람 많이 모이는 곳은 무섭다. 그래서 지금은 서울에 가서도 지하도 계단을 오르내릴 때 꼭 손잡이를 잡는다. 아차해서 넘어지면 나만 넘어지는 게 아니라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와 타인을 위해 늘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