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토요일이었다. '은교'와 '힐링'을 썼던 작가 박범신과 함께하는 북 콘서트가 선경도서관에서 열린다고 하여 찾아갔다. 부끄럽지만 수원에 이사와 살게 된지 벌써 십년이 더 넘었지만 선경도서관은 초행길이었다. 남문에서 화성행궁의 북쪽담 너머로 팔달산 언덕을 오르자 거대한 건물이 여느 도서관들과는 사뭇 달라보였다.
이날 행사는 '내 집 앞에도 도서관이 있다' 도서관 기네스 도전' 가족 책 탑 쌓기'등 그밖에도 어린이와 학생들을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이 많았다. 그중에도 대강당에서 열리는 '작가와 함께'는 젊은 학생들과 성인들에게 큰 관심과 인기를 끌었다.
2014 수원 독서문화축제 대성황 이뤄_1
2014 수원 독서문화축제 대성황 이뤄_2 오후 2시30분부터 시작된 이날 행사는 식전 행사로 퓨전 국악, 아름드리 팀의 '아리랑'과 '베사메무쵸' 등이 연주 되었고, 곧 내빈 소개와 국민의례에 이어 염태영 시장과 시의회의장의 축사로 시작되었다. 염태영 시장은 앞으로 11개의 도서관을 개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새로 생기는 수인선 고색 전철역사에 도서관이 들어설 것이라고도 말해 강당을 가득 메운 5백여 명으로부터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책을 많이 읽은 가족들에게는 상이 주어졌고, 3대가 2천700여 권의 책을 읽었다는 가족도 있어 놀라게 했다. 또오목천동 작은 도서관 등에는 각각 1천권의 도서가 기증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염태영 시장은 도서문화축제는 시민들이 책을 많이 읽고 문화적 소양을 넓히는데 그 목적이 있다며, 걸어서 10분만 가면 도서관을 만날 수 있는 그런 수원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도서관은 책만 보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소양을 높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2014 수원 독서문화축제 대성황 이뤄_3
마침내 진양혜 아나운서의 사회로 작가와 함께 하는 북 콘서트 오프닝 공연은 '북밴' 멤버의 노래와 연주가 있었고, 이어서 작가 소개와 함께 염태영 시장과 작가와의 생생 토크도 있었다. 이때 염 시장은 앞서 영상을 통해 이외수 작가로부터 받은 고은 시인의 시집을 수상자들에게 주겠다했고, 박범신 작가는 자신의 책 '힐링'을 수상자들과 이외수 작가에게, 염 시장은 이외수 작가의 '괴물'을 박범신 작가에게 서로전하겠다고 도 했다.
작가와의 대화에서 사회자는 '영원한 청년작가라 소개 된다'고 하자 박범신작가는 67세라고 했다. 자신의 부모님이 70세에 돌아가셨는데 몇년밖에 안 남았다,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며 웃었다. '은교' 얘기를 하자 그는 독자들이 영화보다는 소설이 낫다며 평해준다 했고, 이 소설은 늙어가는 슬픔을 노래한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이 소설에 감사한 것은 젊은 독자들이 많은 것이라고 했다. 늙어가는 희노애락을 예민하게 따지고, 이해하려는 젊은이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2014 수원 독서문화축제 대성황 이뤄_4
오늘의 빌게이트를 만든 것도 시골의 작은 도서관이었다고 말하는 작가는, 걸어서 10분만 가면 도서관을 만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수원 시장님께 공감한다고도 했다. 즉문즉설에서 사회자가 인문학에 대해 묻자 그는 인문학은 학문이 아니고 우리 마음속에 있는 행복지수다, 죽어라 일해서 행복을 느낄 수 없다면 되겠는가. 정신이 변해야 한다했고, 이때 사회자는 그렇게 해서 나온 책이 바로 '힐링'이 아닌가싶다 했다.
작가는 '힐링'을 읽고 목소리를 낮추고 순해지고, 삶에 지친 사람들이 앞에서 뿐만 아니라 뒤에서부터 읽어도 이 책은 좋다. 그래서 힐링이 된다고 했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마음이 우리에게는 있다. '반이 어두운 것이 그것이 정상이야!' 사는데 너무 힘이 들 때, 나 혼자 아픈 거 같은 때, 너무 외로워 기차에 올라 끝없는 이 길을 떠나요, 북밴 멤버의 이런 가사의 노래가 관중들을 사로잡으며 대강당은 힐링 속으로 한껏 빠져들었다.
끝으로 이어지는 순서는 독자와의 대화였다. 여러 사람의 질문과 대답이 오갔다. 고향이 어디냐고 묻자 작가는 "논산은 싫어 공주로 가려고 했는데 논산 시장을 만나게 되었다. '형님! 나이 들어 고향으로 오셔야지요.' 하며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그 소리가 이명처럼 다정하게 들려와 가게 되었다. 훈련소는 각박한데 박범신이 살면 감소되지 않겠냐, 소설 배경을 논산으로 하고 싶다. 그런 사연으로 은교도 강경을 배경으로 하였고, 고향 사랑이 깊어졌다. 고향을 부정하고 살아왔다. 그동안에는 가난과 싸우며 고향을 등지고 버리며 살아왔다. 생존전략이었다. 그러나 이제 고향은 행복하고 첫사랑은 행복한 것이다. "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질문이었다. "결혼했냐"는 작가의 물음에 "아직 시집 안 갔다"는 그는 "사랑이 뭐냐"고 물었다. 그러자 작가는 "외출 나갔던 욕망을 본성 가까이 갖다 놓아야 한다"고 했다. 힘들 때는 어떻게 하셨는지, 묻자 "시인이나 작가는 예민해진다. 연민과 사랑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내 것으로 예민하게 받아들여지면 글을 쓸 수 있다."
정말 들어도, 들어도 빠져 들어가는 시간이었다. 끝이 없을 것 같아서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 같다. 작가는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신 염태영 시장님께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다들 5분이나 10분 있으면 떠나가 버린다고 했다. 글을 읽으므로 독자의 머릿속에서 인생을 배우게 된다고 하자 떠나갈듯 박수가 쏟아졌다.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었다며 '힐링'을 사봐야겠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신음처럼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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