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석 상팔자!!! (아들놈과의 여행)
얼마전 서울에서 영근이가 저거 아들하고 고향에 등산 간다고 같이 가자는 전화가 왔었다. 내가 등산도 좋아하고 방학이라 가능하지 싶어서 전화를 했던 모양인데 가고 싶긴 했으나,
연수중이라 동행을 못했지만 ‘아들하고의 등산이라‘ 아이디어가 괜찮은 것 같아서 방학 막바지에 짜투리 시간을 내어서 아들놈하고 너서마들끼리만 여행을 한번 해보자고 제의를 해보았다.
군에 제대를 하고 워낙 바쁘게 사는 놈이라 안될줄 알고 혹시나 했는데 선듯 따라 나서는 바람에 무쏘밴 뒷칸에다 부랴부랴 텐트, 아이스박스와 맥주, 이불, 옷가지 등을 대충 챙겨서. 동해안을 거슬러 올라가다가 서울 입성해서 가족들 대충 만나보고 서해안으로 쭉 하강해서 원래 자리로 돌아오기로 하고
‘정처없이 기약없이’ 2박3일 정도 무작정 떠나기로 했다. 집집마다 골치덩어리가 다들 있지만 우리집엔 딸에는 성실하게 공부를 하여 그런대로 직장생활을 잘하는 편이나,
하나 있는 아들놈이 여간 속을 썩히는기 앙이다. 어릴적에는 수련장을 사다주고 같이 앉아서 공부도 시켜봤지만 애가 원래 공부에는 뜻이 별로 없는지라 책보다는 잡기에 능하고 친구 사귀기를 좋아한다.
군에 가기전엔 대학에 적을 두고는 있지만 밤을 낮삼아 돌아 다니고 책을 원수 보듯한다. 내가 학교 선생이라 수준이 좀 있고 인생살이에 꼭 봐두어야할 책들을 사다주고 온갖 좋은 이야기들을 다해주어도 지 마음대로다. 그렇다고 애가 옆길로 나가거나 뭐 별다른 문제가있는 것은 아닌데 내가 선생이라 늘 훈계조의 잔소리를 많이 해서 오히려 그 반작용으로 책을 싫어하는 모양이다.
‘요즘같이 취직하기 어려운 세상에 죽자고 공부를 하고 자격증도 많이 따두어야 할긴데......’ 늘 혼자서 속만 썩히다가 요즘은 '될대로 되겠지' 하고 포기하고 살기는 하는데 이놈 쳐다 볼때마다 속이 뒤틀린다.
군에 갔다오면 좀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를 하고 군에 입대를 시키고 안쳐다보니까 좀 살 것 같았다. 근데 요새 군대는 와그리 제대를 빨리 시키는지, 요새 애들 정신머리 같으면 복무기간을 더 늘려서 정신머리를 ?센載勺?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디 저거들이 들으면 큰일 날 소리다......
하옇튼 제대후엔 빤짝쇼인지 얼마나 부모에게 잘하고 생활이 건실해졌는지 ‘이젠 됐다!!!’ 싶었다. 공부는 썩 잘하지는 못해도 ‘성실하면 이세상 어느 구석에선가 도움이 되는 인간이 안되겠는가‘ 하고 생각하며 한시름 놓았다.
웬걸 제대후 서너달이 지나고 복학을 하고 사회때가 슬슬 묻기 시작하니 내나 옛날 그장단이다. 저거 애비의 우유부단한 성격을 닮아서그런지 친구들이 부르면 거절못하고 이리저리 뭉쳐 다니는 모습이 가관이다. 우째 아들놈하고 술이나 한잔하며 인자는 훈계나 설득 등을 다 치아뿌리고 지 생가이나 한번 들어볼라고 시간을 내어보라면 우째 그리도 바쁜지 술은 커녕 아들 얼굴 보기도 힘이 든다.
우여곡절 끝에 이놈하고 여행을 하게되어 여행다니며 아주 분위기가 좋을때 너서마들끼리 확터놓고 이야기나 한번 들어볼 작정으로 동해안으로 출발을 했다.
‘정처없고 기약없는’여행이긴 하나 모처럼의 기회라 대충의 여행전략을 잡아보았다.
동해안은 우리 남가들의 시조발상지라(신라시대 중국사신이 일본갔다 귀향길에 파선하여 영덕 축산항에 상륙하여 남씨시조가 되었다.) 남가의 뿌리도 찾아보고 철지난 바다지만 다니다가 군데군데 조용하게 해수욕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고 강릉까지 쭉 북상하고, 춘천 가평의 남이섬(남이장군의 무덤)에서 남이장군의 기개를 느껴보고 강릉수목원을 돌아본후 서울 입성하여 용산구의 새남터(카톨릭 김대건 신부의 순교성지와 남이의 사형터)를 돌아보고 서울가족들(우린 8형제 인데 서울에만 4형제가 살고 있어 서울서 나까지 모이면 과반수다) 만나본 후 서해안으로 쭉 내려오면서 해미 등지의 카톨릭성지를 돌아보며 시간나는대로 서해안 해수욕을 계속 즐기다 살던 곳으로 돌아오기로 했다.
대충 여행의 전체전략은 조상과 신앙(카톨릭)의 뿌리를 찾아보고 틈나는 대로 철지난 바다에서 조용한 해수욕이나 즐기면서 아들 길들이기를 할 작정이었다.
하옇튼 계획대로 2박3일의 여행은 대충 끝내었다. 8월 20일부로 해수욕장이 폐쇄되어서 조용하기 한량없고 샤워장같은 시설들도 공짜로 이용할 수 있고, 식당은 대개가 친절하고 바가지가 없어 마음놓고 회한점에 소주 일잔하며 아들놈과 여유롭게 여행을 즐길수 있어 서민들에겐 철지난 바다가 이래저래 좋았다. 특히 동해안은 고래불 해수장, 서해안은 군산 위쪽의 무창포 해수욕장이 마음에 들었다. 큰도시로 부터 멀리 떨어진 곳이 인심도 좋고 깨긋하고 조용해서 좋았다.
여행은 즐겁고 좋았는데 아들놈 길들이기는 실패했다. 이번 너서마들끼리의 여행에서 충분한 대화(대화라봐야 아버지의 걱정썩인 훈계나 설득정도......)를 통해서 아버지의 마음을 전달하고 남은 대학생활과 사회진출에 대한 정보제공을 해주려고 생각했었는데,
이러한 모든 것들이 대자연속을 돌아다니다 보니 별 의미가 없었다. 거저 발길 닿는대로 가다가 경치가 좋고 분위기가 좋아 보이면 여장을 풀고 적당한 안주에다 자식놈과 술잔을 주고 받으며
“근석아(부지런해라고 勤碩이라 이름지음) 이렇게 너서마들끼리 다니니깐 니도 좋제” “예 아부지 정말 좋습니다!!!” “아버지 제가 다음엔 돈 마니 벌어서 아버지를 모시겠습니다.” 비싼 음식을 살때마다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밉지는 않았다.
'좋다는데' 무슨 말이, 무순 훈계가 더 필요하겠노,
“그래 실컨 마셔보자” 자식놈도 나를 닮아서 술 좋아하고 바다를 좋아하니 둘이서 운전 돌아가며 해가며 돌아 다니기까니 딱이다.
‘아이고 내욕심 채우려다, 자식과 관계만 더멀어지고 자식들한테 왕따 당하느니 지하고 싶은대로 살도록 낫두는 기다.’
성경에 보면 ‘걷정하지 마라, 저 하늘의 새들은 아무도 돌봐 주지 않아도, 먹을것 입을것 축척해두지 않아도 저렇게 잘 자라지 않는냐. 걱정하지 말아라!!!’ 말씀을 되새기며 내일부터 속세로 돌아가면 매마찬가지로 여러 가지로 걱정하며 살겠지만 여행하는 동안만이라도 마음을 비워보았다.
2박3일의 여정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니 자식놈이 ‘그래도 집이 좋습니다.’ 우리들이 늘 하던 말을 지도 한다. ‘자식이 없어도 걱정, 있어도 걱정이지만’ 그래도 여행돌아다니며 운전시켜먹고 술한잔씩 같이하니 없는것 보다는 조금 나은것 같기도 하다는 착각속에 2박3일의 여행을 접었다.
댓글 리스트
남춘희 작성시간06.08.26
카페에 가식이 난무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기린이가 솔직한 글을 올려놨네! 나도 좀더 솔직해지기로 했다(원래 솔직하지만서도 ^^) 우선 정말 뜻있는 여행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아들과의 여행이라..울신랑 같으면 생각도 못하고 있을걸? 아마도..모두 자식이야기라면 하기가 쉽지 않을 터인데..자식자랑도 나무람도..제일 관심은 많으면서도 말야..이해가 간다. 글 보니 걱정 안해도 되지싶다. 왜냐고? 기린이같이 자상한 아버지가 있응께...요즘애들 호강스럽게 자라서 옛날 우리들 클때 잣대로 재면 안된다. 너무 뭐라 하지말고 칭찬많이 해주며 관심갖다보면 재목으로 자랄끼다.
남향숙 작성시간06.08.30
춘희야, 가식이란 기준은 항상 애매모호하다. 그것은 판단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니가 생각하는것 처럼 본인은 정작 솔직히 표현한다고 하는데 듣는 사람이 가식이라하면 그게 가식이 되는것일까? 사람마다 표현방법이 다르고 또 좋은일이나 행복한일이 생기면 가까운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게 사람의 마음인데... 그걸 표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줄수 있다면, 그렇다면 많은 친구들이 더욱 마음을 열지않을까 생각해봤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친구라면....
남춘희 작성시간06.09.02
그라마 나도 맘놓고 자랑 좀 할걸..ㅎㅎ 가식이든 안가식이든 글 많이 올라오면 좋지! 아니꼬아 할 것도 없이 자기가 알아서 들으면 되징~~~~~~~~~~
김영봉 작성시간06.08.2
자식만은 내 마음대로 안 된다더라만, 부모된 입장에서 용은 써봐야지? 지난번 등산 때 운전해 주는 너거 아들 봤는데, 묵고 사는 데는 걱정 없을 관상이더라.
김계숙 작성시간06.08.26
부자간에 소중한 시간을 갖었구나 ~~~~~ 효자가 따로 없구먼 ㅎㅎㅎㅎㅎㅎㅎ 함께 할 수 있음에 얼마나 좋노!! 자식 농사 잘 지었네^^
남일우 작성시간06.08.26
사람 죽것네, 딸딸이아부지 약올리는기가 머꼬!! 부럽다, 나는 가질수없는 멋진 "너서마들"의 인생분위기다. 손자놈 참 잘생겼다!!!!!
ㅡ>남기린작성시간06.08.28
딸은 결혼전까지만 걱정이고 아들놈은 평생 걱정거리다.
남향숙 작성시간06.08.26
아들과 목욕탕 함께 가는것도 행복이라던데 여행까지 함께 했다는건 행행복인가? 이상하게도 엄마와 딸들은 함께 잘 다니던데 아들과의 여행은 쉽지 않은것 같던데... 어쨋거나 남샘 좋은시간 가졌네. 아들내미 보니 아빠보담은 더 야무져 보이는구먼요.^^
서영근 작성시간06.08.27
같이 그렇게 다니는 것만으로도 자식에게는 큰 교훈이 된다. 나머지는 저위에 계시는 분께 맡기는 거다.
박판식 작성시간06.08.27
초등학교 다닐때만해도 같이 엉키잘라고 용을 씨더마는 어느순간부터 저거옆에 누우며는 잘겁을한다.대화를 하고 스킨쉽도 할려고 노력을하건만 아...옛날이여.
최갑종 작성시간06.08.27
기린아! 아들래미 몇살이고???????????
ㅡ>남기린 작성시간06.08.28
마산에 사둔할 사람 잇다 카두마는 사돈 양다리 걸치려꼬???
최갑종 작성시간06.08.29
우리집 딸 둘이다 아이가
하양수 작성시간06.08.28
옛날에 농사중에 자식농사가 제일이라 했는데 기린는 걱정없겠다.꼭 가르쳐 주지않아도 아버지와 함께 한 그 시간속에서 많은것을배운다 .무자식이 상팔자다 무신소리 그래도 자식이 있어 삶이 행복한거야~~~
윤종대 작성시간06.08.28요즘 너서마 표본이다. 걱정 안해도 될것 같다 인물 만으로도ㅎㅎㅎㅎ술 좋아하는 아부지에 아들 꼭이다 우리 너서마들도 그렇다 내보다 술을 더 마시니 이거야 원참~~나역시 현재 써 먹을수 있는게 운전 뿐 이다ㅋㅋㅋ
구상근 작성시간06.08.29잘 생겼다 인생공부 벗으로 넒은세상 헤처나가길 바라네~~~
유현숙 작성시간06.08.29
우리친구 기린이의 휜칠한 인물만큼 아들또한 멋지구나...기린아 우리도 사돈하까?......
ㅡ>남기린작성시간06.08.29
좋지!!!! 서울 며느리 보면 좋겋다.
강영희 작성시간06.08.29기린이가 아들자랑을 하고싶나보다 ㅎㅎㅎ 근석인 지 몫은 너끈히 해 낼 것잉게 너무 꺽정 하지 마소!!!부전자전이란말 괜히 생긴게 아닌게로(부자간의 여행속에 한참 웃음짓다 간다)
ㅡ>남기린06.08.30나이 들어가니 느는게 자랑이요, 뚜꺼워지는게 이맛살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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