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라는 문
좋아요 1,582개
thequeens_guard 어제 토요일 여러 이슈가 있어 포스팅합니다.
첫번째는 미결제 건입니다. 연락 따로 없으셔서 이렇게 올립니다.
1) 브리티쉬 골든에일 3잔 + 논알콜 2잔 / 커플 – 바에서 드시다가 야외로 좌석 이동후 홀연히 사라지신…
2) 킹스 페일 에일 4잔 + 라임 진 2잔 / 6명 단체 – 2층 단체 테이블
평균적으로 하루에 두세팀이 결제를 안 하고 가시는데,
한 달에 백만원 정도로 로스가 두달째 생기고 있어요.
깜빡하셨다면 연락주세요! 결제 계좌 보내 드립니다.
또다른 이슈들은요. 외부음식물 섭취 후 남의 가게 앞에 몰래 버리고 가신 분들,
저희는 당일 손님들이 뭐 드셨는지 대충 다 알아요.
어제는 충격이었던 건 수박 반통… 그대로 옆 가게에 버리고 가셨더라고요.
저희 부부가 처음 오픈할 때 룰을 최대한 만들지 말자, 맛있는 술 싸게 팔자 하고 시작했어요.
맛있는 술, 좋아하는 안주랑 즐기시라고 외부음식물 반입도 허용한 거구요.
차림비를 받는 곳들도 많지만, 저희는 술을 최대한 부담 없이 즐기셨으면 하는 마음은 여전합니다.
아직 그러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통제가 힘들고 근처 가게 사장님들이 불편해하시면, 저희 시스템을 바꿀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퀸즈가드에서 좋은 시간 보내셨길 바라며, 좋은 밤 되세요!
어느 새벽, 결혼 전 남편과 자주 찾았던 맥주집의 SNS 글을 읽었다.
우리 팀 신입이 주말마다 그곳을 가려고 몇 번 시도했는데 실패했다는 말을 듣고 나서였다.
그때는 골목 사이에 아는 사람만 아는 곳이었는데. 최근 SNS로 유명해진듯 했다.
지갑이 넉넉치 않았던 사회초년생 시절, 일찍이 헤어지기 아쉬운 마음을 맥주 한 잔으로 달래던 곳이었다.
2-3만원을 훌쩍 넘기는 안주 값을 내지 않아도, 편의점에서 과자나 간단한 안주를 챙겨 맛있는 술 한 잔을 즐길 수 있던 곳.
“이것 좀 배에 올려둬요~” 서서히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던 때, 야외에서 잔을 맞대는 우리에게 담요와 온찜질팩을 가져다 주던 사장님이었다.
여러 모로 따뜻한 곳이었다.
“눈치 보더니 줄행랑…대낮 00 일대 식당서 ‘먹튀’”
“화장실 묻더니 삼겹살 3인분+주류 4병 ‘먹튀’한 일행”
“무전취식 연 10만여건에 자영업자 골머리”
이런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된 요즘, 또다른 사장님이 생각났다.
학창시절 아파트 단지 사이 초, 중, 고가 얽혀 있는 삼거리 떡볶이 집.
떡볶이 1,000원 / 떡볶이 세트 1,500원
우리는 그냥 떡볶이보다 떡볶이 세트를 즐겼다.
세트는 그냥 떡볶이에 계란 하나, 순대 3-4개가 더해진 조합.
당시 물가를 감안해도 저렴했고, 세트의 가성비는 더욱 훌륭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상한 소문이 돌았다.
“야 삼거리 떡볶이 집 있잖아. 그냥 떡볶이랑 세트랑 똑같다는데?!”
“에이 설마~ 내기해 내기!”
500원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우리는 그날 바로 집 가는 길에 그곳에 들렀다.
“아주머니! 그냥 떡볶이 3인분이요~”
마치 연극톤처럼 부자연스러웠던 친구의 목소리가 아직도 선명하다.
내기의 결과를 기다리며 서로 눈을 맞추던 순간도.
“맛있게들 먹어~”
익숙한 그릇이었다. 계란과 순대가 양끝에 놓인 세트 조합.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된 기분이었다.
그 뒤로 우린 세트가 아닌 그냥 떡볶이를 찾았다.
그러다 다시 세트를 시키게 된 건 별 이유가 없었다.
세트로 시키자는 한 친구의 말에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고,
우리 모두 그래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걸 서로 확인했다.
삼거리 사장님이 왜 그냥 떡볶이도 세트처럼 내어주었는지 정확히 알진 못했지만,
그 마음을 짚어보는 순간이 우리에게도 왔던 것이다.
아쉽게도 그 분식집은 우리가 졸업하고 몇 해가 지나 문을 닫았다고 했다.
우리들에게 어떤 문을 활짝 열어주고서.
‘먹튀’라는 단어를 보며 생각한다.
누군가의 마음을 짚어보는 일보다,
당장 나의 이익을 짚어보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첫댓글 [#이해라는 문]
통찰력: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엮어서 썼다는 점에서 시의성 있는 작문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들이 먹어 없애거나 버리고 간 것이 음식이 아니라 양심이자 체면이란 걸 알았음 좋겠네요(분노)
뭔가 현안이나 시의성 있는 작문을 쓸 때 칼럼을 참고하면 좋더라구요! 시간이 될 때 칼럼에선 현안을 어떻게 다루고, 어느 정도로 생각을 전달하는지 형식이나 분량을 참고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주목도:
우선! 인스타그램 게시글의 형식을 빌렸다는 점에서 갇히지 않은 작문이란 생각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가게 사장이 등장하는 1인칭 또는 3인칭 소설'보다 훨씬 상황이 정돈되게 전달되도록 하는 좋은 형식/장치였다고 생각합니다.
작문에서 글쓴이의 성정도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앞의 인스타그램 게시글 중 고소하겠단 말 대신 '깜빡하셨다면 연락주세요! 결제 계좌 보내 드립니다.'라고 쓴 부분에서, 불쾌하거나 당황스러울 수 있는 상황에서도 사람을 믿고 기회를 줄 줄 아는 성격일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냥 좋았답니다... (진짜 개인적인 생각)
'어느 새벽 ~ 유명해진듯 했다.' 부분:
이해에 무리는 없었어요! 다만 <어느 새벽/결혼 전/신입이 말한 때>등 시점이 많이 나와서 조금만 쉽게 다듬어주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