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체지체능(體知體能)' 뜻
'체지체능(體知體能)'은 '몸으로 알고 몸으로 능하다'는 뜻입니다.
몸 체(體), 알 지(知), 몸 체(體), 능할 능(能). 이렇게 네 글자로 구성되어 있네요.
'능(能)'은 능하다, 능히 할 수 있다, 기량을 보이다, 재능이 있다, 화목하게 지내다, 할 수 있다, 응당 ~해야 한다 등의 의미로 쓰입니다.
'能' 자는 견디다는 의미로도 쓰입니다. 이 경우에는 '능'이 아니라 '내'로 읽힙니다.
원래 '能'은 곰을 뜻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곰이 재주가 뛰어나 '能'은 '재능'을 뜻하게 되었고, 곰을 뜻하는 글자는 '能' 아래에 불 '화(火)'가 더해진 '熊'으로 변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장 구성요건으로 볼 때 몸 '체(體)'를 주어로 읽으면 뜻이 더 뚜렷하고 깊어집니다. 이렇게요.
체지체능(體知體能) : 몸이 알고 몸이 능히 할 수 있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할 때 '안다는 것'의 주어는 마음이 되어야 할 텐데요, 흥미롭게도 마음이 아니라 몸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체지체능(體知體能)'이라는 문장에는 우리가 저마다의 좋은 삶을 위해 참고할 수 있는, 어떤 깊은 뜻이 있을 것만 같습니다.
과연 무얼까요?
2. 몸이 알고 몸이 능히 할 수 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 '체지체능(體知體能)'이란 문장이 국선도의 '핵심 가치'라는 점입니다.
국선도는 우리 민족 고유의 심신수양법입니다. 정신을 수양하고 신체를 단련하는 수련이 국선도입니다.
'체지체능(體知體能)'은 국선도의 수련시간에 사용되는 문장입니다. 그 명칭을 선도주(선道住, 한자 '선'은 사람 '人' 변에 하늘 '天')라고 하는데 일종의 '구령' 같은 것입니다.
수련생들은 단전행공(단전호흡) 할 때 이 선도주에 장단을 맞추어 합니다. 그래서 단전행공을 하는 수련시간 내내 만트라처럼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이 선도주를 반복해서 듣게 됩니다.
얼마나 중요하면 이 문장을 그렇게 수없이 되풀이해서 듣는 걸까요? 이 문장과 국선도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이 선도주의 원문과 뜻은 이렇습니다.
정각도원(正覺道源) : 진리의 근원을 올바로 깨달아
체지체능(體知體能) : 내가 진리와 능력을 얻어 가지고
선도일화(선道一和) : 하늘 사람 진리에 하나로 조화하여(※ 한자 '선'은 사람 '人' 변에 하늘 '天')
구활창생(救活蒼生) : 하늘 안의 모든 생명체를 구하리
- 「국선도 - 단전호흡의 모든 것」(고남준 지음, 청어, 2018년) 중에서
이 네 문장의 16개의 글자는 국선도를 처음 보급한 청산선사님의 목소리로 녹음되어 있습니다. '정각도원 체지체능 선도일화 구활창생 ···'. 이렇게 반복되는 선도주 진행에 맞추어 수련생들은 저마다 단계별로 정해진 단전행공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위 책은 '체지체능(體知體能)'의 뜻을 '내가 진리와 능력을 얻어 가지고'로 풀이했습니다. '몸이 알고 몸이 능히 할 수 있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하는 풀이입니다. 특히 '내가'라는 주어에 방점을 찍어 읽으면 '내 스스로' '나의 힘으로'라는 함의(含意)가 드러납니다. 어떤 일을 남이 대신해 줄 수 없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네요.
체지체능 - 몸이 알고 몸이 능히 할 수 있다.
3. 몸이 알고 몸이 능히 해내는 '아기 걸음마'
다른 분야도 그렇겠지만, 국선도는 유난히 '체지체능(體知體能)'이 강조되는 수련입니다.
국선도 수련의 목적은 신체를 강하게 만들고 마음을 올바르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려면 단계별로 정해진 수많은 프로그램을 직접 해야 합니다. 남이 대신해 줄 수 없습니다. 단전행공도 직접 해야 하고 신체단련을 위한 고통스러운 동작들도 직접 해서 극복해야 합니다.
수련하는 방법만 알았다고 해서, 그것을 얼마간 수련했다고 해서 바라는 효과가 금방 나지 않습니다. 하루 하루 '몸으로' 그 방법을 끊임없이 수련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몸이 알고 몸이 능히 할 수 있을 때까지 '몸으로' 수련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국선도의 경우 '운동한다'고 하지 않고 '수련한다'고 합니다.
이곳 '독서목욕'에서 '오유지족(吾唯知足)'의 뜻을 밝히면서 함께 살펴본 단어 '만족(滿足)'이 기억나실 겁니다. 여기에 발 '족(足)'가 들어간 이유가 생각나실 겁니다. '만족(滿足)'은 입으로 해서는 만족할 수 없고, 몸(足)으로 직접 실천해야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몸의 실천력이 강조되고 있네요.
'체지체능(體知體能)'을 생각하니 우리 아기들의 걸음마가 떠오르네요.
아기는 걸음마를 배우기 위해 수없이 넘어집니다. 인간이 두 발로 서고 걷고 뛴다는 것은 매우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안전하게 세우기 위해서는 삼각이 필요합니다. 두 개의 나무젓가락을 똑바로 세우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두 개의 다리를 가진 인간이 똑바로 서고, 게다가 걷고 달리는 일에는 얼마나 많은 연습이 필요하겠는지요?
체지체능(體知體能), 즉 몸이 알고 몸이 능히 할 수 있게 되기까지 아기는 수없이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몸의 연습'을 통해 드디어 몸이 알고 몸이 능히 할 수 있는 경지, '체지체능(體知體能)'의 경지에 오르게 되는 것이네요. 얼마나 대견한 일인지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체지체능(體知體能)'을 위해 날마다 '몸으로' 무엇이라도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