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06 10:16:49
예전에는 공포영화가
콜라처럼 독하지만 짜릿했고
놀이공원 청룡열차가
아찔한 희열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달라졌다
공포영화 No 청룡열차 사양
이런 증세가 나만 있는건지 모르겠지만
이게 다 나이 탓
노약자로 향해 가고 있다는 증거인가
공포영화 찾아서 보고
청룡열차에서
야호~!
그러는 할머니 봤냐구
공포영화의 대명사 같은
'월하의 공동묘지' 가
공전에 히트를 치며
관객 수가 신기록을 세웠다고 하던
나의 국민학교 시절
겁도 없이 무섭다고 소문난 영화가
왜 그렇게 보고 싶던지
못보고 지나치면 두고두고
후회 할 것만 같았다
간절히 원했더니
영화 볼 기회가 왔는데
혼자 가기에는 으스스해서
심약하기 이를데 없는
여동생에게 같이 가자고 꼬드겨
안간다고 무서워 싫다는 동생을
부득부득 끌다시피
반강제로 극장에 데리고 가
둘이 관람했다
오래 전이고 어릴 적이라
온전한 기억이 안나지만
하얀 소복에 길게 풀어 헤친 머리
얼굴에 송곳니가 양옆으로 나와 있고
붉은 피가 뚝뚝 흐르는
포스터만 봐도 귀신은 서늘했다
나는 정작 무서운 장면은
눈감아 버리고 안봤다 그래서인지
솔직히 크게 무서웠던 기억은 없다
이상하게도 주인공보다
더 무섭게 느껴진 도금봉이
부뚜막에 앉아 바가지에 보리밥을 잔뜩 퍼서
급히 먹다가 얹혀
요란스럽게 딸꾹질을 딸꾹!딸꾹!
그 장면만 생각난다
그런데 사단은 영화 보고 온 날 밤에 일어났다
요령부득의 심약한 동생이
고지식하게 무서운 장면도 죄다 보았는지
안보고도 놀란건지
잠결에 엄마가 동생 걱정하는 소리가 들렸다
밤중에 식은땀 흘리고 헛소리까지 하는 바람에
한숨도 못잤다고 했다
동생이 자려고 눈감으면
영화에서 본 귀신이
나올 것 같아서 안자고 버텼다고
아침이 되자 병원에 데리고 갔다
지금도 동생에게 무서운 영화를 억지로
보게 했다며 두고두고 원망을 듣는다.
젊은 날에는 ' 엑소시스트 '를
감명 받았던 영화 중 하나로 꼽을 정도로
오싹한 것을 즐겼다
놀이공원에서 가장 끌리는 것은
무서운 속력에 스릴 넘치는 청룡열차였다
거꾸로 달리기도 하고 비비 꼬아서 달리기도 하는
우리 아이들이 청룡열차 탈 수 없는 나이일 때
어른이지만 얼마나 타고 싶던지 안면몰수하고
표 받는 곳에 아이들을 잠시 기다리라 해 놓고
기어히 청룔열차 타고 내려왔더니만
남매가 부모님 없어졌다며
악을 악을 쓰고 울고 있으니
지켜보던 주위에 사람들이
'뭐 저런 한심한 부모가 다 있나? '
하는 눈길로 쏘아봤다
이제 공포영화 청룡열차는 질색이다
그 많던 열정은 어디로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