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많이 불고 손이 시렸다.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
매여동~초례봉~낙타봉~새미기재~대곡리.
11km. 6시간 반. 2만 보.
대덕화님. 주이니님. 스티나님. 산사랑님이
추운 날씨와 험악한 길 때문에 고생하였다.
낙타봉~새미기재 1.5km 구간은 여전히 험했다.
봉우리 몇 개는 건너뛰었는데도 힘들었다.
대구 부근에서 낙타봉 능선보다
더 험악한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
산사랑님이 지하철역에 장갑을 두고 왔다.
겨울에는 분실을 생각해서
한 벌을 배낭에 여분으로 넣어두는 게 좋겠다.
↓제일 왼쪽이 초례봉 제4봉.
그 옆으로 움푹 꺼진 곳이 초레봉과 낙타봉의 경계.
550m 까지 내려간다. 숙천동 골짜기 끝이다.
그 다음이 낙타봉 제1봉.
650m 까지 껑충 오른다.
맨 오른쪽이 새미기재. 550m.
매여동~초례봉은 평범한 오르막.
새미기재~대곡리는 차도.
거리 계산 착오로
하산 길에 급하게 서두른 점.
임도 길에 평속 4km로 걸은 점.
함께한 길벗님들께 사과드린다.
↓ 산수유(山茱萸)는
생으로 먹을 수 있는 빨간색 열매가
산에서 자란다는 의미다.
수유는 일상에서는 쓰이지 않는 한자다.
이런 한자는 중국에서도 초고수들만 안다.
'수' 글자에 붉다는 것을 표현하였고
'유' 글자에 손질 없이 먹을 수 있음을 나타내었다.
봄에는 노란 꽃, 가을에는 빨간 열매가 열린다.
중국 산동성이 원산지다.
전남 구례군 산동면이 산수유로 유명하다.
산수유 열매는 만병통치약이다.
등산로 입구
가운데 뾰족한 봉우리에 낙타봉 정상석이 있다.
낙타봉
초례봉
낙타봉
580m. 나불지 등산로와 매여동 등산로 합류점.
초례봉 오르는 길도
정상 바로 밑에서 갑자기
가풀막지고 험하다.
흙은 빗물에 씻겨 내려가
산꼭대기에는 바위만 남았다.
초례봉 남쪽 전망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산과 파란하늘 사이가 검은 띠로 뒤덮인다.
오늘은 날씨가 춥고 바람이 심하여
미세먼지가 좋은 편이다.
그래서 하얀 색으로 보인다.
↓초례봉 제1봉
초례봉 헬기장에서 점심.
초례봉 제3봉이다.
초례봉에서 보는 낙타봉.
산 아래에서 보는 모습과 색깔이 다르다.
나무가 제법 있는 것으로 보였는데
지금은 전부 돌산으로 보인다.
640m 초례봉 4봉에서 550m까지 내려갔다가
능선길이 다시 650m까지 오른다.
이곳 550 고개가 동구 숙천동 골짜기 끝이다.
낙타봉 제1봉이다. 650m.
세 번째 봉우리 꼭대기에 낙타봉 정상석이 있다.
따로 올라가지 않았다.
제4봉 민둥봉이다.
환성산 방향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까마득한 낭떠러지 밑으로 밧줄 타고 내려가야 한다.
봉우리 오르내리는 횟수 헤아리다 대부분 포기한다.
머릿속이 복잡하면 낭떠러지 내려가는데
지장이 많기 때문이다.
종이에 기록하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제대로 카운트하기 어렵다
지난 9월에 야월님. 대덕화님. 산사랑님과 함께
매여동에서 이곳으로 올라 대곡리로 내려갔다.
이런 길도 다리 힘이 좋고
키가 180 이상이 되는 사람에겐 쉬운 길이다.
160이 안되고 힘이 약한 사람은 버겁다.
체격이 작고 바위 능선길에 익숙하지 않은
스티나님이 많이 어려워했다.
"낙타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신경림의 시 ‘낙타’ ))
산에서는 잠시 세상이 생략된 듯하다.
저마다의 사연은 집에 두고 산으로 잘 나왔다.
울창하던 숲도 한 조각 낙엽으로 산산이 부서졌다.
바보이면서도 바보인 줄도 몰랐던
바보 같은 낙타 되어 오늘 걷는다.
이불 밖으로 한 걸음은 몹시도 힘들더니
산에서의 발걸음은 이리도 상냥하다.
오늘도 낙타등처럼 오르락내리락하다가
마침내 하산하겠지.
다리가 후들거리고,
눈앞이 아득하고,
한숨이 푹 나오고,
심장이 쫄깃해지는 곳이
적어도 10 군데 이상 된다.
그것도 몇 봉우리를 오르지 않고
우회하는 길을 찾아 건너뛰었을 때다.
이쯤 되면 오늘 따라온 것이 후회되고,
"도대체 앞으로 몇 개나 더 오르고 내려야 되나?"
라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한다.
낙타봉 끝 봉우리에 있는 이정표. 600m.
드디어 낙타봉 12개 봉우리 다 통과했다.
왼쪽으로 빠지면 대암봉 요령봉으로 간다.
새미기재가 100m 남았다.
드디어 새미기재다. 550m.
새미기재 평광동 방향으로 차단봉이 있다.
자동차 통행을 막았다.
여기서 평광동 버스 정류소까지 4km 거리다.
대곡리까지는 3km 다.
대곡리 임도.
박주가리 열매.
박주가리 이름은
가을에 박주가리 열매가 터지는 것에서
박이 쪼개지는 것을 연상한 데서 나왔다.
박주가리 열매는 길쭉한 뿔 모양이다.
여주처럼 울퉁불퉁 돌기가 있다.
가을이 되면 갈색으로 변하여 쪼개진다.
씨앗은 우산 모양의 풍성한 털을 달고 있어
바람에 날려 멀리멀리 날아간다.
명주실만큼이나 부드럽고 풍성한 털이다.
박주가리 종자에 붙어 있는 솜털을 모아서
서민들은 겨울 ‘옷’을 장만할 때 솜 대신으로 이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