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범농협 사고 근절 협의회, 2022년 8월 내부통제시스템 개선·보완과 함께 횡령사고를 근절키로 이석용 농협은행장 지난 6월 “내부통제 방안을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있다” 밝힌지 2개월만에 또 금융사고
[사진=농협은행]
농협은행이 지난 4년간 직원의 횡령을 파악하지 못하고 4년째 방치해오다 지난 20일 감사에 착수하자 사고에 연루된 직원이 극단적 선택한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농협은행의 내부통제시스템에 대한 의문과 함께 농협은행의 자체감사 결과를 보고 대응이 필요한지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농협은행의 서울 한 영업점의 직원은 지인 명의를 도용하는 방식으로 거액의 대출을 일으켰고 사고 기간은 지난 2020년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약 4년 동안으로 사고 금액이 현재 확인된 것만 11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은행의 금융사고는 이전에도 수차례 발생했으나 올해들어 벌써 네번째 금융사고가 적발돼 농협이 2022년부터 강조한 사고근절 실천운동의 취지를 무색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의 경영 전반 및 지배구조가 전반적으로 취약하다고 진단하고 종합적인 개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지난 5월 정기검사를 실시한 바 있다.
[제작=필드뉴스]
농협은행의 올해 3월 발생한 금융사고는 A지점 직원이 부동산 브로커로부터 금품을 수수하며 이들과 공모해 사문서 위조·행사(허위계약서 작성 등) 및 담보가액 부풀리기를 통해 11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취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5월에 발행한 금융사고는 B지점에서 국내 금융업무가 익숙지 않은 귀화 외국인의 동의 없이 펀드 2억원을 무단 해지하고 횡령했다. 이 직원은 다른 금융사고를 유발해 내부감사 시 적발된 적이 있으나 적절히 관리되지 않았다. 또 6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금융감독원은 파악했다.
금감원은 농협은행의 사고예방 등을 위한 내부통제 체계의 취약성이 향후 추가적인 금융사고로 인한 은행 손실 및 소비자 피해 발생 등으로 이어져 은행 경쟁력을 저해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난 2017년부터 2022년 6월까지 사고건수가 23건으로 사고액이 138억6700만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중앙회와 농협은행은 금융사고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자 2022년 8월 22일 제1차 범농협 사고 근절 협의회 개최하고 내부통제시스템 개선·보완과 함께 횡령사고를 근절키로 했다.
이재식 농협중앙회 부회장이 지난 2022년 8월 22일 열린 제1차 범농협 사고 근절 협의회에서 내부통제 시스템을 개선·보완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사진=농협중앙회]
이재식 농협중앙회 부회장은 “최근 발생한 횡령사고 등으로 농업인 조합원과 고객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내부통제 시스템을 개선·보완하고 청렴한 조직문화를 공고히해 농업인·국민 모두에게 신뢰받는 100년 농협을 구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농협의 금융사고는 이후에도 계속됐고 농협은 2023년 8월 23일 농협은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범농협 감사업무, 준법감시업무 담당 부서장 34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고근절을 위한 23개 실천방안을 담은 범농협 사고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범농협 사고 근절 종합대책에는 각종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내부통제·감사 전산시스템 고도화를 추진하고 취약부문에 대한 대응시스템 발굴·보완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농협은 올해 2월 22일에도 범농협 사고 근절 협의회를 열고 농협중앙회 부회장이 위원장으로 주관하고 감사업무 및 내부통제 담당부서장 11명이 위원으로 참여해 사고 근절 계획 수립, 윤리경영 정보공유 등을 통해 범농협 사고예방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키로 했다.
이날 회의에는 법인별 사고 근절 계획을 발표하고 청렴윤리 경영 캠페인 운영계획도 공표됐다. 내부통제 강화, 전산감사시스템 보완 등 사고예방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사고 취약부문 특별점검 강화, 임직원 준법의식 개선 교육 실시 등을 통해 사고예방활동을 지속 추진키로 했다.
이재식 농협중앙회 부회장은 이자리에서 "농협 내에 확고한 윤리경영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전 임직원이 범농협 사고 근절 대책을 철저히 이행해 농업인과 국민 모두에게 신뢰받는 청렴농협을 구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재식 농협중앙회의 2년여간 계속된 내부통제 강화 주문에도 농협은행의 금융사고가 그치지 않는데 대해 농협중앙회 내부에서도 비난이 거센 것으로 알려졌다.
이석용 농협은행장은 지난 6월 19일 기자들과 만나 "내부통제 방안을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있고 금융사고 근절 방안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지만 2개월 만에 또다시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농협중앙회와 농협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 추진이 결실을 맺고 있는지 의문이 되는 대목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월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내은행 20곳 은행장 간담회에서 “횡령 사고는 은행 존립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경영진이 고객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조직문화를 정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금감원장은 "최근까지도 서류 위조 등으로 인한 횡령 사고가 끊이지 않는 등 임직원의 도덕불감증, 허술한 내부통제 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준법 및 윤리의식이 임직원들의 영업행위 및 내부통제 활동에 깊이 스며들 수 있도록 과감한 변화를 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연합회장 및 19개 은행 은행장들과 금융안정을 위한 리스크관리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은행권 혁신을 논의한 자리에서 “은행권을 중심으로 끊이지 않는 금융사고에 대해 환골탈태하는 심정으로 내부통제 시스템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협은행은 지난 2022년 8월 범농협 사고 근절 위원회를 개최하고 본격 활동에 나섰지만 지난 2년간 금융사고가 그치지 않아 그동안 허송세월만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감독기관을 비롯해 상부기관인 농협중앙회 등이 농협은행에 대해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해줄 것으로 요청하고 있지만 연달아 터지는 금융사고에 대해 구체적인 혁신 방안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는 농협은행의 잇단 금융사고에 대해 감독기관과 상부기관이 감사를 소홀히 할 경우 자칫 은행의 부실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해 은행 경쟁력을 상실하고 불신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