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 수민아~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지? 낮엔 너무 더워서 훈련받느라 땀좀 흘렸을 것 같구나. 여의도 벚꽃축제가 4월 13일부터인데 기온이 너무 높아서 벌써 벚꽃이 피기 시작했대. 주말마다 여의도가 북적댈 판이야. 그러고 보면 우리 아들이 활짝 핀 벚꽃길을 제일 많이 걸어본 사람 중 하나일 것 같구나. 여의도로 등하교를 했으니.. 게다가 축제 때마다 친구들과 놀러갔었으니 말야. 올핸 엄마도 아빠랑 네가 걷던 길을 한번 걸어 봐야겠어. 옛날 얘기하면서...
겨울이 물러가자마자 피어나는 봄꽃들은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를 주는 것 같아. 벚꽃, 개나리는 잎보다 꽃이 먼저 나온단다. 꽃이 지면 초록빛 잎사귀가 힘차게 올라오지. 한겨울 추위를 견디고 거친 나무껍질 속에서 여린 꽃잎을 피워올리기 위해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까... 그래서 사람들은 화사하게 터진 봄꽃들을 보며 자기 인생에 묻어 있는 겨울의 흔적들을 털어내고 봄꽃 같은 희망을 만나고 싶어 여의도로 모여드는 것 같다. 지금 우리 수민이가 시작한 군생활은 수민이가 인생의 꽃을 활짝 피우기 위한 가장 중요한 준비기간일 거야. 더 편한 자리, 군 면제 받은 친구를 부러워할 수도 있지만 길게 보면 네 선택이 옳았다는 걸 알게 될거야. 똑같은 시간을 보내고도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건 그 사람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했고 얼마나 성실하게 자기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는지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 오늘 수영이가 네 주소 페북에 올리고 핸폰도 정지시켰어. 휴가 나올 땐 그냥 114에 신고만 하면 된다더라. 엄마 아이폰은 요새 터치도 안되고 문자도 안 먹혀서 고생하는데 광수 삼촌이 급히 교체해서 낼 자기 쓰던 노트2 준다고 집으로 오래. 그래서 선호 선빈이 좋아하는 거 사들고 갈려고 그래. 수료식 때 가서 화질 좋은 걸로 우리 수민이 군복 입은 모습좀 찍어와야겠어.
우리 집 앵두꽃도 꽃망울 터뜨리기 시작했다. 우중충한 고가가 좀 환해지는 기분이구나. 이번 일요일엔 아빠랑 산에 갈 거야. 진달래 보고 싶어서. 꽃 속에 앉아 소주는 딱 한잔씩만 나눠 마시고 올게. 산에서 뒹굴면 안되니까(웃음). 오늘 하루 무사함에 감사한다. 사랑해 아들 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