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에 오동팔의 주막에는 뜻밖의 우뢰같은 소리가 나며 집이 저절로 드날려서 뜻밖에 엎어지고 사람과 세간은 상한바 없는지라. 동팔이 재목을 수습하여 다시 집을 짓다가 두 번이나 가듭 전과 같이 엎어지므로 할일 없이 공사를 중지하고 의막을 치고 지내더니 하루는 어떤 사람이 지나다가 그 경상을 보고 불쌍히 여겨 자진하여 겨우 서너 시간 동안에 집을 지어주고 품삯도 받지 안니하고 가더라.
대저 그 집을 지으려면 지으려면 보통 목수 십여일 품이 들 것이므로 이웃 사람들은 크게 이상히 여기고 종도들은 모두 태인 산위에서 천사께서 말씀하신 일을 생각하며 그 집이 엎어진 것은 신명들이 해산할 때 응징한 바요 다시 그 이상한 구조를 받은 것은 곧 천사의 권능이라고 생각하니라.
매양 천지공사를 행하실 때 모든 종도들에게 마음을 잘 닦아 앞에 오는 세상을 맞으라 하시므로 종도들이 하루바삐 그 세상이 이르기를 바라더니 하루는 신원일이 청하여 가로대 선생이 천지를 개벽하여 새 세상을 건설한다 하신지가 이미 오래이며 공사를 행하시기도 여러번이로되 시대의 현상은 조금도 변함이 없으니 제자의 의혹이 자심하나이다. 선생이시여 하루바삐 이 세상을 뒤집어서 선경을 건설하사 남의 조소를 받지않게 하시고 애타게 기다리던 우리에게 영화를 주옵소서 하거늘 천사 일러 가라사대 인사는 기회가 있고 천리는 도수가 있나니 그 기회를 지으며 도수를 짜 내는 것이 공사의 규범이라 이제 그 규범을 버리고 억지로 일을 꾸미면 이는 천하에 재앙을 끼침이요 억조의 생명을 빼앗음이라 차마 할 일이 아니니라.
원일이 굳이 청하여 가로대 지금 천하가 혼란무도하여 선악을 가리기 어려우니 마땅히 속히 진멸하고 새 운수를 열음이 옳으니이다. 천사 괴로히 여기사 칠월에 원일과 두어 종도를 데리고 변산 개암사에 가사 손가락으로 물을 찍어서 부안 석교로 향하여 뿌리시니 문득 그 쪽으로 구름이 모여들며 큰 비가 쏟아지고 개암사 부근은 청명하더라.
천사 원일을 명하사 속히 집에 갔다오라 하시니 원일이 명을 받고 집에 돌아간 즉 그 아우의 집이 비에 무너져서 그 권속이 자기의 집에 모여 있거늘 원일이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곧 돌아와서 천사께 그 사유를 아뢰니 천사 일러 가라사대 개벽이란 것은 이렇게 쉬운 것이라 천하를 물로 덮어 모든 것을 멸망케하고 우리만 살아 있으면 무슨 복이 되리요. 대저 제생의세(濟生醫世)는 성인의 도요 재민혁세(災民革世)는 웅패(雄覇)의 술이라 이제 천하가 웅패에게 괴롭힘을 당한지 오래라.
내가 상생의 도로써 만민을 교화하며 세상을 평안케 하려 하노니 새 세상을 보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요 마음을 고치기가 어려운 것이라. 이제부터는 마음을 잘 고치라. 대인을 공부하는 자는 항상 남 살리기를 생각하여야 하나니 어찌 억조를 멸망케 하고 홀로 잘 되기를 도모함이 옳으리요 하시니 원일이 이로부터 두려워하며 무례한 말로 천사를 괴롭게 한일을 뉘우치고 원일의 아우는 그 형이 천사께 추종하면서 집을 돌보지 아니함을 미워하여 항상 천사를 욕하더니 형으로부터 이 이야기를 듣고는 천사께 욕한 죄로 집이 무너짐이나 아닌가 하여 이로부터 마음을 고치니라.
원일의 부친이 서울 사람에게서 수만냥 밎을 얻어서 고기잡이를 하다가 실패함에 채권자가내려와서 원일의 집에 유하며 채무를 갚으라고 성화같이 독촉하더니 이때에 천사 원일의 집에 이르사 그 정상을 보고 민망히 여기사 채권자에게 일러 가라사대 오늘 비가 오고 아니올 것으로써 채무탕감할 내기를 함이 어떠하뇨 채권자가 허락하거늘 가라사대 그대가 비오리라 하면 나는 아니 온다 할 것이요 그대가 아니 오리라 하면 나는 온다 하리니 잘 생각하여 말하라 하시니 채권자는 구름 한 점 없는 좋은 일기임을 보고 비오지 않겠다 하거늘 천사는 반드시 비 오리라 하시고 곧 비를 크게 내리시니 채권자가 할 수 없이 그 빚을 탕감하니라.
이 뒤에 고부 선돌 박창국의 집에 이르시니 창국의 아내는 천사의 누이라 마침 벗은 발로 밖에 다니는 것을 보고 민망히 여기사 가라사대 이 도량에 독사가 있으니 벗은 발을 물면 어찌 하리요 하시고 길게 휘파람을 부시니 문득 독사 한 마리가 풀밭으로부터 기어나와서 뜰 밑에 이르러 머리를 들고 가만히 엎드리더니 이윽고 창국이 밖으로부터 들어오다가 독사를 보고 깜짝 놀래어 곧 상장(喪杖)을 들어서 때려 죽이거늘 천사 한숨 지으며 가라사대 독사를 상자( 喪 者)가 보면 상장으로 쳐 죽이고 도승이 보면 선장(禪杖)으로 쳐죽이건마는 누이에게는 아무것도 제어할 것이 없도다 하시고 독사의 피가 땅에 있음을 보고 가라사대 이 피를 벗은 발로 밝음면 해가 있으리라 하시고 친히 그 피를 밝아 독기를 제하시니라.
섣달에 함열로부터 구릿골로 가실 때 길이 심히 질어서 길 걷기가 어려운지라 천사 [칙령치도신장 어재함라산하 이어우전주동곡 勅令治道神將 御在咸羅山下 移御于全州銅谷)]이라 써서 불사르시니 진 길이 곧 얼어붙어서 굳어지거늘 이에 마른 신발로 떠나시니라.
구릿골 앞에서 술장사하는 정괴산이 극히 가난하되 매양 천사를 지성으로 공대하더니 하루는 천사 그 집에 가시니 괴산이 천사께 공대하려고 질솥에 개장국을 끓이다가 문득 질솥이 깨어짐에 괴산의 아내가 낙담하여 울고 섰거늘 천사 불쌍히 여기사 신경원을 명하사 그 경영하는 솥점에서 철솥 한 개를 가져다 주었더니 이로부터 괴산의 가세가 점점 넉넉하여 지니라 그 뒤에 괴산이 태인 방아다리로 이사할 때에 그 철솥을 환평 정동조에게 팔았더니 괴산은 도로 가난하여 지고 동조는 넉넉하게 되었으므로 모든 사람들이 그 철솥을 복솥이라고 일컬으니라.
하루는 용화동 박봉민의 주막에 이르사 술을 찾으시니 마침 술이 떨어졌다 하거늘 천사 술 빚어 넣었던 독을 가져오라 하사 물을 채워 부으시고 손으로 저으신 뒤에 마시시며 종도들에게 나누어 주시니 그 맛이 본래 빚었던 술맛과 같더라.
스무 하룻날 신원일이 와서 여쭈어 가로대 내가 일찍이 궁감이 되어 궁도조 백수석을 범포하였더니 그 궁에서 부안군수에게 부탁하여 독촉이 심할 뿐 아니라 장차 가산을 적몰하려 하므로 할 수 없이 피하여 왔나이다.
천사 가라사대 그 일을 끄르기는 어렵지 아니하니 이곳에 머물러 있으라 원일이 가로대 이 일을 끄르려 하면 국조를 변혁하거나 법제를 고치거나 두 도리 밖에 없는데 한 사람의 액을 끄르기 위하여 이렇듯 중대한 일은 이루기가 어렵지 아니 하니이까.
천사 가라사대 한 사람의 소리가 곧 대중의 소리니라 하시더라 원일이 달포를 머무른 뒤에 천사를 모시고 서울을 다녀와서 집에 돌아가니 궁토의 제도가 혁파되고 따라서 여러 궁감의 범포도 모두 면제되었거늘 원일이 여러 사람을 대하여 말하되 나로 인하여 까다로운 궁폐가 없어지고 여러 궁감들이 모두 살 길을 얻었도다 하더라.
하루는 금산사 청련암 승 김현찬에게 명당쓰기를 원하는냐 현찬이 대하여 가로대 평생소원이로소이다 가라사대 믿고 있으라 하시고 그 뒤에 또 김병욱에게 일러 가라사대 명당을 쓰려느냐 병욱이 대하여 가로대 고소원(固所願)이로소이다. 가라사대 믿고 있으라 하시더니 그 뒤로 수년을 지내도록 다시 말씀치 아니하시므로 두 사람은 다만 천사의 뜻만 바라고 있다가 하루는 병욱이 여쭈어 가로대 전에 허락하신 명당은 언제나 주시려나이까 천사 가라사대 네가 아들을 원하므로 그때에 명당이 쓰였나니 이미 발음(發蔭)되었느니라 하시니 원래 병욱이 자식 없음을 한하다가 명당을 허락하신 뒤에 작은 집을 얻어서 아들을 낳았더니 그 일을 이르심이라 병욱이 심히 허탄하게 여기거늘 가라사대 선천에는 벡골을 묻어서 장사하였으되 후천에는 백골을 묻지않고 장사하느니라 하시더라 그 뒤에 현찬이 또 묻거늘 가라사대 명당은 이미 써서 발음이 되었느니라 하시니 대전 현찬도 명당을 허락하신 뒤에 퇴속하여 장가들어 아들을 낳았으므로 이 일을 이르심이러라.
김갑칠이 친산(親山)을 면례(緬禮)하려고 모든 기구를 준비하였더니 천사 일러 가라사대 내가 너를 위하여 면례하여 주리라 하시고 준비한 널과 모든 물품을 모두 불사르신 뒤에 그 재를 앞내에 버리며 하늘을 보라 하시거늘 갑칠이 명하신대로 하늘을 우러러 보니 문득 이상한 기운이 북쪽에서 남쪽까지 뻗쳤더라.
자료출처 : 대순전경 제이장 천사의 성도와 기행이적 2:41~ 2:50
첫댓글 증산상제님의 말씀을 댜시 한 번 되새기게 됩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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