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못할 것 같은 것!!
곽진영(동대문1기)
모파상의 ‘목걸이’를 다시 한번 읽어 보게 되었다. 마틸드는 친구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할까도 생각하지 않았을까? 과연 마틸드는 그렇게 솔직히 말하는 것이 고민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을까? 어쩌면 마틸드도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차라리 빚을 내는 게 더 나을 정도로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마틸드의 목걸이’는 이처럼 머릿속으로는 자기의 문제점을 인식하지만 죽어도 차마 행동으로 옮기기 힘든 것의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나도 마틸드처럼 문제점을 인식하지만 죽어도 행동하기 싫은 것이 무엇인가 살펴보았다. 먼저 지금까지 살면서 꼭 해야 할 일이지만 괜히 죽어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한번도 해보지 못한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았다. 남들 앞에 노래 부르기, 시어머니에게 애교부리기 등등 아주 사소한 것부터 점검해 보았다. 잘 생각이 나지 않아 남편에게도 물어 보았다. 남편은 뜬금없이 이야기를 시작하니 무슨 말이냐고 한다. 그래서 모파상의 ‘목걸이’이야기를 해주고, ‘마틸드의 목걸이’가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해 주었더니, 남편은 “듣는 사람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서두 없이 갑자기 이야기하는 것”이 나의 문제점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특히 남편에게는 그냥 스스럼없이 얘기하여 더욱 그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남편이 나의 안 좋은 점을 말하면 그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자기방어기제가 작동하게 된다. 그냥 인정하고 고치면 될 것을 왜 그렇게 회피하면서 방어를 하려고 할까?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부모님에게 나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며 지내지는 못한 것 같다. 내성적이고 착한 딸로만 살다 보니 큰 어려움을 겪지 않으면서 어떤 일에 욕심을 부리거나 도전을 하려고 하지 않은 것 같다. 그냥 물 흐르듯이 살았다. 이렇게 오랜 세월을 살다가 몇 년 전부터 나에 대해 자세히 이해하게 되고, 나를 인식하면서 나는 조금씩 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지만, 그래도 한 발짝씩 나아가려고 애쓰고 있다. 남편도 이런 나를 바라보며 말로는 아니지만 마음속으로 지지해주고 성장해 가는 나를 보며 흐믓해 하고 있는 것 같다. 사춘기 시절을 무난하게 보냈는데, 지금에서라도 사춘기다운 사춘기를 보낼 수 있음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