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길벗 소통·연대 연구]
하늘 땅 사람을 공경하는 이들은 어디든 있어요
자기소개를 나눠주세요.
밝은누리 인수마을에 사는 원입니다. 한 살과 일곱 살 아이 키우고 있어요. 아내와 저, 둘 다 직장을 다니고 있어서 하루에 절반은 육아하고 절반은 일하며 보냅니다. 오닉스 인사이트라는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만드는 일을 해요. 〈소통과 대안〉 분과모임 ‘에너지너머’에서 활동하고 있고, 삼일학림 교사이자 학생이기도 합니다.
살림학연구소 살림꾼으로 함께하기로 마음먹은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2022년, 여전히 돌림병이 한창일 때, 삼일학림 재학생과 졸업생으로 꾸려진 푸른이 풍물패 얼라와 유럽 평화순례를 떠났어요. 돌림병 중에 먼 길을 떠났으니 정말 많은 변수가 있었지요. 푸른이들이 ‘변수를 기회로’라면서 오히려 기운을 모아가며 배움으로 풀어가는 모습이 참 새로웠어요. 연대를 일 처리하듯 하면 나올 수 없는 모습이지요. 처음에는 내가 이끌고 돕는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오히려 영감과 신명을 받았어요.
살림학연구소 꿈 가운데 하나가 다음 세대가 자라갈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잖아요. 생태계는 기존 세대가 만들어 물려주는 게 아니라 다음 세대와 어우러지며 같이 새로워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제 40대 중반인데, 주변 친구들 보면 은퇴를 염려하고 자산이 얼마가 필요한지를 고민하면서 자기가 살고자 했던 삶과는 더 멀어지더군요. 그렇게 사는 것보다 다음 세대가 살아갈 생태계 만드는 일에 함께하는 것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해 함께하게 되었어요.
연구주제를 ‘지구촌 길벗 연대’로 정했는데, 어떻게 지구촌 길벗에 관심을 두게 되었나요?
직장 일로 해외 출장을 자주 다녔어요. 한번은 주말 끼어서 출장을 갔는데, 마침 그 지역에 역사가 100년 넘은 한몸살이가 있어 찾아갔어요. 저도 한몸살이로 살고 있다고 소개했는데, 한국에도 비슷한 모습으로 살고 있는 이들이 있다는 것에 놀라며 반가워했고, 그 이야기를 굉장히 궁금해했어요. 저는 그분들이 쌓아온 지혜와 철학을 들으면서 비슷한 점이 많아 놀랐고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까이에 있는 다른 한몸살이 마을에 방문한 듯이 깊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자본과 국가 질서에 따라 사는 삶이 이 사회 주류이고, 내가 살고 있는 삶은 특수한 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요. 그 생각이 오류라는 걸 역사 공부하면서 배웠어요. 하늘 땅 사람 공경하며 사는 이들은 역사 속에 늘 있었어요. 그리고 연대하면서 이를 몸 감각으로 들이게 되었어요. 같은 얼 품고 사는 분들은 어느 땅에나 있고, 그분들과 만남은 늘 오래된 친구와 만나는 일 같아요. 서로 이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지요.
그동안 길벗들과 교류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나누어주세요.
50년 정도 역사를 지닌 미국 리바 플레이스라는 한몸살이를 방문한 적이 있어요. 1950년대 전쟁 후 격변기, 대안을 만들기 위해 모인 분들이 여전히 그곳에서 노인이 되어 살고 계셨어요. 우리 방문을 반가워하셨고 며칠 머무는 동안 매일 이 집 저 집으로 초대받았어요. 설립 이야기부터 자신들의 실수와 지금 겪고 있는 문제, 그리고 여전히 꿈꾸고 있는 주제까지 진심으로 이야기를 들려주셨지요. 첫 만남이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애정을 담아 말씀하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리바 플레이스는 다음 세대 재생산에 많은 고민이 있었는데, 우리가 사는 이야기를 들으시면서 우리가 그분들의 꿈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이야기해주신 게 기억에 남아요.
서로 같음을 확인하며 일치를 경험하기도 하지만, 차이 속에서 배우고 객관화하는 기회가 있기도 해요. 삼일학림 학생, 교사들과 영국 대안대학인 슈마허 대학에 방문해서 학생과 교사들을 만난 적이 있어요. 그곳은 학교만 있기에 학생들이 졸업하면 흩어지게 되고, 그래서 배운 대로 살기 쉽지 않다는 어려움을 나누어주었어요. 삼일학림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교사와 학생이 한 마을에서 같이 살기에 더 깊이 관계 맺을 수 있는 것, 그리고 졸업 후에도 마을에 남아 학생들이 살아갈 수 있는 구조에 대해서 주목하신 게 기억나요.
마지막으로, 생명평화 고운울림 천일순례를 하며 비핵화운동센터(CND)와 연대했던 경험을 나누고 싶어요. 1970년대부터 비핵화 운동을 세계적으로 이끌었던 단체인데, 초기 활동에 주축이 되셨던 분들이 이제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되어 활동을 이어가고 계셨어요. 당시 저희 일행에는 아이들과 푸른이들, 이모 삼촌들까지 다양한 세대가 섞여 있었지요. 그 모습을 눈여겨보시고, “한국에서 오신 순례 길벗들을 맞이하며 깊이 끌린 마음은 희망입니다. 이렇게 많은 아이와 청소년들이 함께 왔습니다. 진정한 싸움은 ‘체념이냐 희망이냐’입니다. 우리는 희망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방문은 저에게 더 많은 희망을 주었습니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분들과 웨스트민스터 광장에서 평화 기도회를 하는 동안 비가 참 많이 왔는데, 누구도 자리를 뜨지 않고 한마음으로 함께했습니다. 평화를 구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하나 되었던 순간입니다.
앞으로 이어갈 연대활동 전망이나 기대하시는 바를 나눠주세요.
그동안 만나왔던 분들에게 연구소 창립 소식을 알리는 일부터 시작하려고 해요. 연대해가다 보면 지구촌 길벗 중에도 살림꾼으로 함께하는 분들이 생길 수 있겠지요. 그런 분들과 함께 연구하는 기회도 만들어가면 좋겠어요.
또 살림꾼들의 필요를 중심으로 펼쳐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해외연대는 자칫하면 누구나 쉽게 하는 방식, 자본이 만들어놓은 방식을 따라가며 거품이 생길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살림꾼의 역량이 자연스럽게 흘러넘쳐 연대가 이루어지도록, 일상에 분명한 중심을 두면서 역동적으로 곱게 어울리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원_한 살과 일곱 살 아이 키우며 지냅니다. 소프트웨어 만드는 일 하고, 소통과 대안 분과 모임 에너지너머에서 활동합니다. 삼일학림 교사이자 학생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