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에서 스트리밍으로 라이브 듣는게 뭐 대단한거냐 하시겠지만.. 은근히 긴장감이 있더라구요. 베를린 실시간으로 공연시간 기다렸다가(새벽 3시ㄷㄷㄷ) 방구석에서 나도 청중의 한 명이라는 느낌적인 느낌..(인터미션에 화장실도 갔다 오고ㅋ) 기분이 묘한게, 이미 음반으로 화석화된 연주를 듣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현재성을 같이 느끼면서 듣는게 좀 다르더라구요. 마치 결과가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스포츠를 라이브로 긴장하면서 보는 느낌이랄까. 이 짓도 덕질의 끝판왕 중 하나인 듯. 작년에 가장 인상깊었던 공연 중 하나가 야니네 얀센의 시벨리우스 바협이었는데 너무나 멋진 호연이었습니다. 보잉 하나하나 긴장하면서 들으니 안 들리던 것도 들리면서 이렇게 섬세하고 풍부한 표정의 연주가 다 있구나 했습니다. (칼같은 얼음공쥬 힐러리 한과는 대척점의 연주)
그런데 가격이 좀 나갑니다. 제작년 1년치 결제할 때 한화로 대략 20만원정도였는데, 첨에는 지를까 말까 고민고민하다가 어차피 넷플릭스 프리미엄도 한달에 17000원이고 1년치면 비슷하네 하면서 질렀습니다. 라이브공연 못 보더라도 옛날 아카이브 포함 최근 라이브도 몇 주 지나면 언제든 스트리밍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자주 애용하면 돈이 아깝지는 않습니다. 다만 취향의 문제인게, 베를린필이 실험적인 현대곡들을 많이 합니다(클라우디오 아바도 음악감독 이후의 흐름). 현대곡에 맞지 않으면 쌩판 첨 듣는 작곡가의 이상한(?) 곡들이 자주 올라올겁니다. 그리고 상임지휘자인 키릴 페트렌코.. 아주 나이스하고 잘 하긴 하는것 같은데, 전 아직 이 사람의 매력을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젊고 십수년이 지나면 뭔가 거장의 풍모가 느껴질 지도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제가 오페라를 좋아하는데 오페라 프로그램이 없습니다(베를린필 콘서트홀은 오페라 극장이 아님) 솔직히 독일 낭만주의가 주 레파토리인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나 도이치 오퍼 베를린 같은 곳에서 이런 라이브 스트리밍 비슷한 걸 만들면 바로 갈아탈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단 작년 시즌 끝나고 결제를 보류한 상태인데, 올해 베를린필 상주 음악가로 조성진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지금 또 결제할까 말까 고민되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