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천자문역해』를 통해 『천자문』은 모두 13절로 단락 지을 수 있으며, 앞의 제1절 제2절 제3절은 天地人 三才의 이치를 서술했음을 밝히고, 나머지 10절은 三才의 이치를 따라 펼쳐진 개인의 인생 역정을 역사와 문화 속에 투영해 펼쳤음을 분석했다.
天地人 三才 사상은 공자의 『주역』에서 체계화되었다.
天地人 三才의 이치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최초의 문헌은 공자의 『주역』 十翼(십익) 가운데 說卦傳(설괘전) 제6장과 제10장이다. 먼저 제6장에서 공자는 “옛 적에 성인이 역을 지으심은 장차 성명의 이치를 순히 하려 하기 때문이니, 이로써 하늘의 도를 세워 음(陰)과 양(陽)이라 하고, 땅의 도를 세워 유(柔)와 강(剛)이라 하고, 사람의 도를 세워 인(仁)과 의(義)라고 하니, 三才를 아울러서 둘로 함이라. (昔者聖人之作易也는 將以順性命之理니 是以立天之道曰陰與陽이오 立地之道曰柔與剛이오 立人之道曰仁與義니 兼三才而兩之라)”고 하였고, 다시 제10장에서 “역의 글됨이 넓고 커서 다 갖추어 천도(天道)가 있으며, 인도(人道)가 있으며, 지도(地道)가 있으니 삼재(三才)를 겸하여 둘로 함이라. 그러므로 여섯이니, 여섯이란 것은 다름이 아니라 삼재의 도니라.(易之爲書也 廣大悉備하여 有天道焉하며 有人道焉하며 有地道焉하니 兼三才而兩之라 故로 六이니 六者는 非他也라 三才之道也니라)”고 하였다.
다시 말해 공자는 『주역』을 통해서 天地人 三才 사상을 정립하고, 천지자연의 이치를 본받아 人道의 四德인 仁義禮智를 펼쳐 보였고, 천하의 군자들로 하여금 이 길로 나아가도록 정리해 그 도를 전하였다. 그 대표적인 글이 乾괘 문언전 제4절이다. 하늘의 운행의 道를 나타낸 乾괘에 대해 文王이 元亨利貞(원형이정)의 四德으로 밝히고, 공자는 이를 풀이하여 문언전 제4절에 다음과 같이 담아냈다.

“元은 善의 어른이고, 亨은 아름다움의 모임이고, 利는 義의 화함이고, 貞은 일의 줄기니, 군자가 仁을 체함이 족히 써 사람을 자라게 하며, 아름다운 모임이 족히 써 禮에 합하며, 물건을 이롭게 함이 족히 써 義에 화하며, 貞固함이 족히 써 일을 주간하니, 군자는 이 네 가지 덕을 행하는 자라. 그러므로 가로대 건은 원형이정이라.(元者는 善之長也요 亨者는 嘉之會也요 利者는 義之和也요 貞者는 事之幹也니 君子體仁이 足以長人이며 嘉會 足以合禮며 利物이 足以和義며 貞固 足以幹事니 君子 行此四德者라 故로 曰乾元亨利貞이라)”
天地人 三才의 政事를 다룬 『서경』
위 내용이 仁義禮智로 정리되고, 앞서 나타낸 음양오행도로 요약해 볼 수 있다. 天地人 三才 사상은 이미 복희씨가 괘를 그리면서 확립된 사상이다. 天地人 三才의 이치를 기록한 가장 오래된 문헌으로는 공자가 요순과 하은주 삼대의 성인의 정치를 편찬한 『서경』의 기록이다. 『서경』의 기록 자체가 天地人 三才의 이치에 의거한 내용이고, 그 가운데 『周書(주서)』 泰誓上(태서상)편에 “천지는 만물의 부모이고, 사람은 만물의 신령스러움이니, 진실로 총명한 이가 큰 임금이 되고, 큰 임금이 백성의 부모가 되니라.(惟天地는 萬物父母요 惟人은 萬物之靈이니 亶聰明이 作元后요 元后 作民父母니라)”는 내용이 천지인 삼재 사상을 구체화하여 표현한 내용이다.
『大學(대학)』과 『中庸(중용)』에서 종합한
天地人 三才 思想(사상)
『서경』과 『주역』의 내용을 종합하여 천지인 삼재 사상을 합축적으로 표현한 글이 曾子(증자)가 쓴 『大學』과 子思(자사)가 『中庸』이다.
『大學』의 첫 구절은 “大學之道는 在明明德하며 在親民하며 在止於至善이니라(대학의 도는 밝은 덕을 밝히는데 있으며, 백성들과 친함에 있으며, 지극한 선에 그침에 있느니라.)”고 하였다. 大人의 학문이자 큰 학문이라고 일컬어지는 大學의 도는 삼강령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天地人 三才의 이치를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하늘의 밝은 덕을 본받아 천하를 밝히는 明明德(명명덕)과 만물을 포용하여 길러주는 땅의 덕을 본받아 백성들을 어질게 길러주는 親民(친민)을 통해 만민을 지극한 선에 이르도록 하는 止於至善(지어지선)이 바로 天地人 三才 사상에 바탕한 내용이다.
『中庸』은 이상의 내용을 포괄하여 天地人 三才思想을 나타냈는데 그 대표적인 대목은 “오직 천하의 지극한 정성이어야 능히 그 성품을 다할지니, 능히 그 성품을 다하면 능히 사람의 성품을 다할 것이오, 능히 사람의 성품을 다하면 능히 물건의 성질을 다할 것이오, 능히 물건의 성질을 다하면 가히 천지의 화육을 도울 것이오, 가히 천지의 화육을 도우면 가히 천지와 더불어 셋이 되느니라.(唯天下至誠이어야 爲能盡其性이니 能盡其性則能盡人之性이오 能盡人之性則能盡物之性이오 能盡物之性則可以贊天地之化育이오 可以贊天地之化育則可以與天地參矣니라)”이다.
곧 천지와 더불어 셋하여 天地의 功業(공업)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지극히 정성스러운 덕을 가진 聖人이다. 『주역』 乾괘 문언전에서 말하는 ‘大人’의 모습으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무릇 대인은 천지와 더불어 그 덕을 합하며, 일월과 더불어 그 밝음을 합하며, 사시와 더불어 그 차례를 합하며, 귀신과 더불어 그 길흉을 합하여 하늘보다 먼저 해도 하늘이 어기지 아니하며, 하늘보다 뒤에 해도 하늘의 때를 받드나니, 하늘도 또한 어기지 아니하는데, 하물며 사람이며, 하물며 귀신이야!(夫大人者는 與天地合其德하며 與日月合其明하며 與四時合其序하며 與鬼神合其吉凶하며 先天而天弗違하며 後天而奉天時하나니 天且弗違온 而況於人乎며 況於鬼神乎아)”
鍾繇(종요), 天地人 三才 思想에 의거하여
一章의 大敍事詩(대서사시) 千字文을 쓰다!
『천자문역해』에서 분류하였고, 앞서 제3강에서도 일별해 보았듯이 첫 3절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제1절 : 乾道變化(건도변화) / 天道(천도)와 陰陽(음양)의 이치
제2절:坤厚載物(곤후재물) / 地道(지도)와 五行(오행)의 이치
제3절:聖人之道(성인지도) / 人道(인도)와 大德敦化(대덕돈화)
天地人 三才에 맞추기 위해 필자가 억지로 제목을 붙인 것이 아니라 종요의 『천자문』이 전개되는 내용에 따라 문단을 나누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따라 각 절의 제목을 붙인 것이다. 더욱이 제1절은 총5장, 제2절은 총4장, 제3절은 총9장으로 모두 18장으로 이뤄져 있다. 제1절은 天5, 제2절은 地4에 제3절은 天地를 합한 9이고, 총합 18은 여섯 효(爻)로 이뤄진 주역의 대성괘를 뽑는데 시초(蓍草)를 18번을 거듭하여야 완성되는 18변(變)의 수와도 맞아떨어진다. 우연이라기보다는
이치의 필연함이라고 본다. 梁武帝(양무제)가 『천자문』을 ‘神이 내린 글’이라고 격찬하는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종요의 『천자문』은 이 天地人 三才를 바탕으로 인생 역정은 十의 數로 다음과 같이 펼쳐진다.
① 제4절:人倫之道(인륜지도) / 孝(효)・敬(경)・忠(충)・信(신)
② 제5절:君子之道(군자지도) / 四德(사덕)과 五止(오지)
③ 제6절:鳶飛戾天(연비여천) / 소리개가 날아 하늘에 오르다
④ 제7절:名臣列傳(명신열전)
⑤ 제8절:四海之內(사해지내)
⑥ 제9절:進退之節(진퇴지절) / 관리로서의 자세
⑦ 제10절:安貧樂道(안빈낙도) / 은둔군자의 삶
⑧ 제11절:嚮用五福(향용오복) / 강녕된 노후의 삶
⑨ 제12절:回顧(회고) / 시대를 風靡(풍미)한 사람들
⑩ 제13절:修人事待天命(수인사대천명)
『천자문』은 8자 × 125장, 1천 글자로 이뤄진 짧은 글이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매우 방대하기에 온전한 뜻을 다 전달하고 낱글자의 파자해(破字解)까지 하려면 1주일 2시간 강의의 경우 최소 12개월은 걸린다. 10번의 강의로는 수박 겉핥기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천자문』이 갖고 있는 깊은 맛을 조금이라도 음미하려면 최소한 첫 3절만이라도 그 대강의 뜻을 공부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세 번에 걸쳐 첫 3절을 강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