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부던 바람에
만정도화 다 지거다
아이는 비를 들고
쓸으려 하는구나
낙환들 꽃이 아니랴
쓸어 무삼하리오 ..... 정민교
앞 다투어 꽃들 피기 시작하던 4월 초에 걷고 개인사정으로 3주 만에 다시 걸으려니
꽃잎들은 거의 다 지고 나무 그늘이 반가운 시절로 변했더군요...
오늘 걷기는
중리 4가 한국전력 대전충남지역본부 앞 버스정류장에서 시작이다.
아직 먼 일이지만 트램으로 건설된다는 2호선의 중리4가역에서 걷기라고 생각하고...ㅎ
송촌동 동춘당 쪽으로 걸을 계획이다.
그 동안 한,두분 늘 함께 해주셨는데 오늘은 혼자다.ㅠㅠ
그리움...
외로움...
함께 걸어주셨던 분들에 대한 감사...
거기에다가 오늘 걷는 길은
대전에서 40년 이상을 살았지만 처음 걷는 길이 대부분인지라 그만큼 설레임도...
하여튼 만감이 교차하고 있는데...
출발장소인 버스정류장 건너에서 미모의 여성이 나를 계속 쳐다보고 있어서 한 장 ...ㅋㅋ

가장 먼저 들린 곳은 <대전문학관>이다.


지역의 문학과 관련된 여러 가지 활동들을 하는 곳으로
안내서에는 강의실, 사랑방, 야외문학관 등을 문학과 관련된 행사 모임에는 무료로 대관해준다고 하는데...
우리 풍류인들도 잘 찾아보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겠다는 생각을...
문학관 뒷산으로 들어서는데
두런두런 앉아서 이야기 나누며 시조 한 수씩 하면 좋을 것 같은 정감 있는 장소 발견!!!

신동아 아파트의 뒷산을 통해서 <송촌평생학습도서관>옆으로 내려와
대양초등학교와 송촌 정수사업소 사이의 길을 걸어 동춘당 쪽으로 걸었다.
걷다가 만나 꽃구경 나온 닭가족들...ㅋㅋ

동춘당 공원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정감이 가는 송용억 가옥이다.



고택이지만 후손들이 아직 살아가고 있고
봄에 활짝 핀 철쭉이 무척 인상적인 곳이다.
집에는 사람이 살아야 한다.
문화재 등으로 지정만 해서 방치 하지 말고
그곳들을 전통문화를 보급하는 장소로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이런 유적지를 방문할 때면 자주 하게 되는데...
이곳은 사람 냄새가 나서 좋다.
물론 거주하는 후손들은 관광지여서 애로사항들이 많겠지만...ㅠㅠ
이곳 송용억 가옥은
필자가 풍류에 가장 심취해있던 대학시절에
지금은 작고하신 여러 선생님들 모시고 풍류했던 장소이어서 더욱 정감이 가는지도 모른다.
당시 종손께서 한복 두루마기 정갈히 입으시고 좌정하셔서 풍류 감상해주시고
서당에서 글 읽는 듯한 구수한 시조한수 하시던 모습이 떠올랐다.
현재 남아있는 울안에 있는 철쭉도 보통은 아니지만
당시, 그러니까 한 30년전에 가옥 앞에 철쪽은 정말 집채만 했는데...
송용억 가옥 뒤 산책길을 걸어서 오늘 풍류장소인 <대전무형문화재전수회관>에 도착했다.
대전지방문화재 가곡 보유자이신 한자이 선생께서 토요상설 프로그램의 하나로 3시에 공연을 하신다.



일상 생활 속에 살아있는 풍류를 구현하는 일을
화두로 잡고 공부하고 있는 필자의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정가들이 문화재로 지정되어서 보존된다는 것에 약간 삐딱한(?) 생각을 갖고 있지만...ㅎㅎ
대전에서 귀한 정가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고...
오늘 반주해주신
대금 신응재선생, 단소 조성보선생, 거문고 이수임 선생 등
대전지역에서 활동하는 연주자들 중에서 가장 진중한 음악을 하시는 분들의 연주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연주 중간에 김나혜라는 젊은 해금연주자의 노래와 연주는
연주자가 어떤 음악세계를 갖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유발할 만큼 매우 인상 깊은 무대였다.
아정한 공연 감상하며 나른해진 몸을 깨워 다시 걷기를 시작했다.
동춘당공원 맞은편으로 대덕구에서 조성해놓은 <스토리가 흐르는 정려길>을 따라서...


나름 테마가 있긴한데...
돈 들여서 조성해 놓은 거리는 실망스러울 정도였고...
걷는 내내 주변환경들이 별로 만족스럽지 못한...
세금갖고 하는일 좀 잘하지...
다시 용전동 신동아 아파트 뒷산을 타고 아파트 단지로 들어와 출발장소인 한전본부 앞으로 걸었다.
걷다가 아파트 뒷산에서 특이한 구조물을 만났는데 뭘까요?

차양비닐을 이용해서 만든 숲속 배드민턴장!!
솔숲과 잘 어우리지는 비주얼은 아니었지만...
나름 창의력을 발휘한 주민들의 휴식공간인 것 같아서 흐뭇한 미소가...ㅎㅎ
아파트 뒷산에서
오늘 걷기를 한 동춘당 쪽을 바라보니 계족산 등이 둘러선 모습이
은진 송씨 조상들께서 터전을 마련할 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주 토요일인 29일에는
4,9일에 서는 유성장날이어서 구암역에서 유성장을 거쳐 충남대학교 쪽으로 걸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