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푸드칼럼니스트 |
세종시에 개고기 대신 소고기로 끓여낸 ‘소고기 보신탕’이 뜨고 있다.
세종시 보람동 시드니하트빌딩 3층에 있는 ‘수통골 소고기 보신탕’(대표 김난희) 세종직영점은 세종에서 처음 ‘소고기 보신탕’을 선보인 맛집이다.
보신탕은 본래 개고기를 주재료로 끓인 음식이지만 ‘소고기 보신탕’은 소고기를 주재료로 해 보신탕처럼 만든 요리다. 개고기식용에 반대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보신탕 소비가 줄면서 등장한 요리다.
금강수변공원 뷰(view)를 자랑하는 곳에 지난 1월 문을 열었다. 650㎡(200여평)의 넓은 매장과 주방이 오픈되어 청량감을 준다. 누룽지탕과 밑반찬은 무한리필이 가능하다.
아이들 놀이방을 갖추고 있고 180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좌석과 대형연회석까지 갖춰 각종모임과 회식에 적격이다.
소고기 보신탕 |
소고기 보신탕은 소고기만 빼면 보신탕에 들어가는 식재료 그대로다. 개고기를 좋아했거나 좋아하는 사람이 대체음식으로 즐겨 찾는 이유다. 평소에 개고기를 못 먹는 사람도 편안히 즐길 수 있다.
박희숙 점장은 “처음에는 보신탕이란 이름 때문에 반려견을 키우는 여성손님이 3번이나 망설이다 발걸음을 돌렸는데 한번 맛을 보고는 매력에 빠져 지금은 단골이 됐다”고 했다.
실제 소고기로 만든 보신탕의 실체를 알고 단골이 된 손님이 많다. 소고기 보신탕 맛의 비결은 보약수준의 육수다. 북어, 황태대가리, 무, 대파, 다시마, 고추씨, 청양고추 등 20가지 이상의 해물과 채소를 넣고 8시간 우려낸다.
이게 끝이 아니다. 소 사골을 10시간 우려낸 사골육수와 반반씩 섞어야 제대로 된 육수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 소고기 양지를 비롯해 토란대, 얼갈이배추, 부추, 깻잎, 들깨가루를 듬뿍 뿌려 손님상에 낸다.
사실 소고기 보신탕 맛의 7할 이상은 된장이다. 거의 절대적인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특제된장의 환상적인 배합으로 끓여낸 탕은 얼큰하면서도 시원하다. 땀 흘리며 한 그릇을 비우면 보신을 제대로 한 느낌.
가격도 착하다. 보통 보신탕 가격 1만 1000원~1만 3000원인데 소고기 보신탕은 6000원이다. 여기에 할인권을 지참하면 1000원을 더 할인받을 수 있다.
보신탕 애호가·반대론자 모두 만족
확 트인 개방형 주방. |
놀이방을 설치해 가족단위 외식으로도 좋다. |
“육수는 천연재료만 넣고 시럽 분말 등 가공식품이나 인공조미료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말 그대로 보약입니다. 손님들이 국물을 남기는 법이 거의 없지요.” 건강육수에 대한 김난희 대표의 자부심이다.
사실 소고기로 끓인 보신탕이 생소한 음식은 아니다. 개고기로 만든 보신탕에 대한 거부 정서의 대체용으로 탄생했지만 먹어보면 육개장이나 닭개장과 비슷하다. 보신탕 자리를 대신하기엔 부족함이 느껴지는 이유다.
하지만 이 집의 소고기 보신탕은 음식의 모양새와 맛은 물론 소고기의 질감과 씹는 느낌까지 보신탕과 흡사하다. 개고기 대신 소고기를 주재료로 사용했을 뿐이다.
보신수육 |
보신전골 |
보신수육은 바닥에 부추를 깔고 소고기 도가니, 사태 살, 양을 얹고 사골육수를 부어 자박하게 물 수육 형태로 내놓는다. 상에서 끓여가면서 먹는 방식인데, 개고기 수육과 달리 담백하고 깔끔해서 술안주로 인기가 많다. 가격은 대중소로 나뉘는데 3-5만원이다.
보신전골은 전골냄비에 편육처럼 썬 양지와 부추, 깻잎, 토란대 등을 넣은 뒤 사골과 해물채소 육수를 붓는다. 마지막으로 들깨가루를 얹어 손님상에 내는데, 고기와 채소를 양념한 후 하루 정도 숙성시켜 간이 적당히 배인 게 맛의 비법이다.
인덕션 위에서 서서히 끓여가며 먹는데, 깊은 맛이 우러난다. 고기와 채소 양도 푸짐하다. 투박해 보이지만 정직한 맛이다.
보신전골 한상차림 |
소고기보신진국 |
전골이 끓으면 각종 채소와 고기를 건져 들깨가 들어간 양념장에 찍어먹는다. 야들야들한 고기를 씹을 때면 누린내만 없을 뿐 영락없는 개 수육 느낌이다. 보신전골 한 냄비는 보통 3~4인이 먹을 양이다. 가격은 대․중․소 크기별로 2만2천원부터 4만4천원까지다.
최근에는 신 메뉴로 소고기 보신진국(1만원)을 출시했다. 사골육수와 야채육수를 반반씩 섞은 육수에 당면과 도가니, 사태살, 양지가 푸짐하게 담겨 나오는데 국물 맛이 진국이다. 언뜻 보면 설렁탕과 비슷해 보이지만 육수와 내용물이 질적으로 다르다.
암 투병 남편 살려낸 건강육수가 비법
암 투병 중인 남편을 살려낸 건강육수로 소고기 보신탕을 개발한 김난희 대표. |
세종맛집으로 거듭난 이곳은 원래 샐러드 바를 이용하는 마라소 소고기샤브샤브로 유명했던 집이다.
김난희 대표는 7년 전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하는 남편이 직장암 3기 판정을 받아 힘들다고 할 때 건강음식으로 병구완을 해 암을 완치시킨 맹렬여성이다.
암 환자 가족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우울증까지 얻었다. 김 대표는 남편을 위해 건강육수를 만들었는데, 남편이 완치된 뒤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소고기 보신탕을 개발했다.
주위의 시선 때문에 보신탕집을 찾지 못하는 애호가나 보신탕에 혐오감을 가진 사람 모두 만족할만한 소고기 보신탕이 출시되자 입소문이 나 식사시간에는 식당이 북새통이다.
한국인에게 개고기 식용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있어 밤새도록 논쟁을 벌여봐야 결론이 없다. 이제 영양이 더 많은 소고기로 보신탕의 맛만 제대로 낼 수 있다면 지루한 논쟁에도 종지부가 찍히지 않을까 싶다.
오늘은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소고기 보신탕의 매력에 빠져보자. 후회는 없을 것 같다.
수통골 소고기 보신탕은 세종시청 앞 시드니하트 3층에 있다. |
창밖으로 금강수변공원이 보인다. |
○ 주소: 세종시 시청대로 219(보람동 616-2) 시드니하트 3층
○ 연락처: ☎(044)863-1216
○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
○ 휴일: 없음(설 명절 2월15일~16일 휴무)
○ 좌석: 180석
○ 차림표: 소고기보신탕 1만원(할인가 6000원) | 소고기보신탕특 1만2000원(할인가 8000원) | 보신전골 소 2만8000원(할인가 2만2000원) | 보신전골 중 4만2000원(3만3000원) | 보신전골 대 5만6000원 (할인가 4만4000원) | 보신수육 소 3만원 | 보신수육 중 4만원 | 보신수육 대 5만원
※할인권은 1일 한정 100명에게 5000원 권 증정
○ 주차장 : 건물 지하 1․2층
이성희 kisinze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