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애씨 오후에 저랑 차 한잔 하러 나갈까요?"
고개를 아래로 숙이고 오른손 바닥을 입에 가져다 대며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네"
일찍부터 영애씨에게 선약을 걸어 두었었다.
옷가지를 챙겨 입으며 여느때와 다름없이 영애씨의 의견을 물어 듣고, 내 의견도 내보이며 서로의 생각이 하나되게 하였다.
휠체어에 앉아 잠시 기다리는 동안 그 틈을 참지 못하고 다시 영애씨의 화가 발동한 듯 상판을 잡아 당기고 밀고 한다.
'덜커덩 덜커덩'
"영애씨 아침에 저와 했던 약속 잊으셨어요?"
"차 한 잔 하기로 했잖아요"
"네에" 라고 함과 동시에 행동도 멈춘다.
"그래요 갑시다."
현관을 나서며 "영애씨 별로 안 춥네요." 라고 즐거운 듯 화제를 돌렸다.
커피하루로 향하는 길에 국장님을 만났다.
"영애씨 우리 아는 분인 것 같네요!"
라고 하니 영애씨가 반가운 듯 웃으며 손을 뻗었고 국장님도 손을 뻗어 주셔서 Hi five로 인사를 나눴다.
커피하루에 도착하여
"영애씨 어떤 음료를 드실래요?"
"우리 그림보고 고를까요?"
"잘 모르겠으면 영애씨 마음에 드는 색으로 고르셔도 돼요. 여기는 음료 맛집이라 뭐든 맛있어요."
영애씨의 손이 어쩔 줄 모르다가 바나나쥬스에서 멈춘다.
"네에 그럼 바나나쥬스로 주문할께요."
카운터에 팔이 닿지 않아 대신 금액을 지불하고 자리에 앉았다.
영애씨는 음료가 나오는 동안 또 여기저기 두리번거린다.
바나나쥬스가 나오니 쉬지 않고 마신다.
"차요, 조금 천천히 드세요 "
안 듣는다.
영애씨는 맛있는 바나나 쥬스를 먹었을 뿐이고.
하지만 이렇게 나란히 앉아 있는 것 만으로도 영애씨와 나는 작은 연결 하나가 더 생겨났음을 느낀다.
2024년 12월 23일 월요일 고정현
첫댓글 같이 커피숍에 앉아 차 마신 느낌이 납니다. 영애씨가 음료를 직접 고를수 있게 지원 잘 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