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 속에 놓인 교실, CCTV는 누굴 위한 것일까?
우리는 길을 걷다가도, 지하철을 타다가도, 회사나 상점에 들어가도 ‘이 지역은 CCTV 촬영 중입니다’라는 문구를 쉽게 볼 수 있다. 이제 CCTV는 우리 일상에 너무나도 익숙한 기술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교실 안에도 CCTV를 설치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최근 실제로 이와 관련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한 초등학생이 학교 안에서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한 이후, 교실 내 CCTV 설치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학생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CCTV 설치를 주장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CCTV가 과연 교실에 꼭 필요한가?”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왜 이런 논쟁이 일어나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프라이버시’, ‘감시사회’, 그리고 ‘교육 공간의 특수성’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프라이버시는 왜 중요할까?
프라이버시란, 한 사람의 사적 공간이나 사적인 정보를 보호받을 권리를 말한다. 예를 들어, 내가 친구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누군가가 그 내용을 몰래 녹음하거나 지켜보고 있다면 불쾌하고 불안할 것이다. 아무리 공공장소라 하더라도 모든 상황에서 감시당하는 것은 심리적 불편함을 준다.
특히 교실은 단순한 건물 내부가 아니다. 학생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며 친구와 교류하고, 실수도 하며 배우는 ‘성장의 공간’이다. 누군가의 눈을 의식하게 되면, 자유로운 행동이나 발언이 어려워질 수 있다. 수업 시간에 자신 있게 질문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보다, ‘찍히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움츠러들 수 있다. 이처럼 CCTV는 단순히 ‘기계’가 아니라, 공간의 분위기와 사람들의 행동까지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다.
감시사회로 가는 길
1984년 조지 오웰이 쓴 소설 『1984』에는 ‘빅 브라더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유명한 문장이 나온다. 이 소설은 모든 사람이 감시당하는 사회를 그리며, 개인의 자유가 어떻게 억압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물론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점점 더 많은 CCTV와 스마트기기가 우리의 행동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사회를 '감시사회'라고 부른다. 범죄를 줄이고 질서를 지키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지나친 감시는 결국 인간관계를 불신하게 만들고, 자유로운 사고와 표현을 억누를 수 있다. 특히 어린 학생들이 자라고 배우는 공간인 교실에서 이런 감시가 일상화된다면, ‘무엇이 옳은지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보다 ‘지켜보고 있으니 조심하자’는 식의 태도가 자리 잡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이유는?
물론 교실에 CCTV를 설치하자는 쪽의 주장도 나름의 타당성을 가진다. 최근 몇 년 사이, 교사에 의한 아동학대나, 학생 간 폭력, 안전사고 등의 사건이 발생하면서, CCTV가 있었더라면 좀 더 빨리 대처하거나 사실을 명확히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또한, 회사나 버스, 병원 같은 다른 공공장소에는 이미 CCTV가 설치되어 있는데, 왜 하필 교실만 예외여야 하냐는 주장도 나온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가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이 안전하길 바라는 마음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교실과 회사는 공간의 성격이 다르다. 회사는 업무를 위해 모인 공간이고, 교실은 성장과 배움의 공간이다. 교실에는 실수도, 갈등도, 성장통도 존재한다. 이를 모두 CCTV로 감시하고 관리하려 하면, 교육의 본질이 달라질 수 있다.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할까?
영국은 일부 학교에서 교실 CCTV를 허용하지만, 학생과 학부모의 동의를 받도록 한다. 열람도 특정 상황에만 제한적으로 가능하다. 반면 프랑스는 교실 내 CCTV 설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일본도 설치가 드물다. 이처럼 대부분의 선진국들도 학생의 사생활과 교육 환경을 중요하게 여겨 교실 CCTV에는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CCTV를 설치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는 단순한 기술 도입 여부가 아니다. 그 공간이 어떤 공간인지, 누가 그 공간에서 무엇을 느끼고 배우는지를 생각해야 하는 문제다. CCTV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에 따른 부작용도 충분히 검토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영상 열람을 학교운영위원회나 전문기구가 담당하도록 하거나, 일정 조건 하에서만 영상을 활용하도록 정하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믿음’이다. 교실은 믿음 속에서 배움이 이뤄지는 공간이어야 한다. 감시가 아닌 대화와 신뢰, 그리고 공동체적인 노력으로 더 안전한 학교를 만드는 것이 교육이 추구해야 할 길이 아닐까?
이리멘토
첫댓글 생각이 팡팡 터지는 8가지 질문
1. CCTV는 우리를 보호하는 도구일까, 감시하는 눈일까?
→ 기술의 역할과 한계에 대해 생각해보는 질문
2. 교실은 어떤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 교실의 본질을 다시 정의해보는 질문
3. ‘감시당할 때’와 ‘신뢰받을 때’ 사람의 행동은 어떻게 달라질까?
→ 감시가 인간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는 질문
4. 교실 내 CCTV 설치를 둘러싼 찬성과 반대 입장의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
→ 가치 간 대립 구조를 분석하는 질문
5. CCTV 설치 없이도 학생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 대안을 스스로 고민해보게 하는 질문
6. 왜 회사나 병원에는 CCTV가 있고, 교실에는 쉽게 설치되지 않을까?
→ 공간의 목적과 사회적 기준의 차이를 탐색하는 질문
7. 만약 당신이 선생님이라면, 교실에 CCTV가 달리는 걸 어떻게 느낄까?
→ 교사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게 하는 질문
8. 교실에서 자유롭게 말하고 실수할 수 있는 환경이 왜 중요할까?
→ ‘실수 속 성장’이라는 교육적 가치를 되짚는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