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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의 사상(四象)
역은 음양의 변화로서 천지인 삼재의 도를 '연역(演繹)'한 것이다 .본디 점서의 책이었으나 '의리(義理)'로서 이를 해석하게 되어 점서와 의리를 겸한 것이 되었다. 음양이란 단지 우주 구성의 氣에 관해 말할 뿐아니라 온갖 사물의 현상과 그 성격 내지 작용에 관해 두 가지의 속성(屬性)을 나타낸다. 일체의 것은 혹은 음이 되고 혹은 양이 되어 무궁무진의 변화 작용을 하고, 그 변화 속에 일정 불변의 법칙을 갖는다.
음양사상
역의 사상의 중심은 음과 양이다. 음은 짝수(- -) 양은 홀수(ㅡ) 나타내고 있지만 이것은 남녀의 성을 바탕하여 동정강유(動靜剛柔)의 원리를 표현한 것이다. 즉 양은 강건(剛健)한 성질을 가졌고 음은 유순한 성격이다. 양은 동적(動的)이고 음은 정적(靜的)이다. 자연계 및 인간계의 일체의 사물은 그 때, 있는 곳, 지위에 따라 모두 이 음양으로 구별된다.
하늘, 해, 아버지, 남성, 仁, 위, 앞, 맑음, 가다, 낮, 존귀, 복, 등은 양이고, 땅, 달, 어머니, 여자 ,의, 아래, 뒤, 어둠, 오다 ,밤, 비천, 재앙, 등은 음이다. 이렇듯 음양은 서로 대립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음이 언제까지 음이고 양은 언제까지 양이라는 고정된 것은 아니다. '동'이 궁극에 이르면 '정'이 되고, 정이 궁극에 이르면 동이 되고, 정중에 동이 있고, 동중에 정이 있다. 혹은 강이 유가 되고, 유가 강이 되고 , '강중'에 유가 있고, '유중'에 강이 있다.남자는 여자에 대해 양이지만 자식으로서 어버이에 대해선 그 아들은 음이다. 여자는 음이지만 어버이로서 아들에 대해선 양이다. 앞은 뒤에 대해선 양이지만 앞의 앞인 자에 대해선 음이다.
그렇다면 앞도 아니고 뒤도 아니며 그 중간에 있는 자는 무엇인가 하면 中은 不中의 자에 대해 양과 음으로 나누어진다. 같은 하늘도 개면 양이고 흐리면 음인 것이다. 같은 사람이라도 크게 활동할 경우는 양이고, 조용히 독서 명상할 때에는 음이다. 이렇듯 음양은 무한의 변화이다.
이 무한의 변화작용을 설명한 것이 역의 사상이다. 계사 성전에 [일음일양, 이를 도라고 한다]고 했다. 이것은 道란 일음일양과 같은 것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일음일양은 같은 계사전에서 말하는 깊은 [일한일서(一寒一暑)] [일합일벽(一闔一闢): 열리면 닫히고 닫히면 열린다]과 같은 용법으로 하나의 음과 하나의 양이 대립하여 고정되고 존재하는 의미는 아니다. 천지의 사이에서 혹은 음이 되고 혹은 양이되며 변화하고 억만년을 두고서 그치지 않는 작용이 있다. 이 원리 원칙을 가리켜 道라고 했던것이다.
그러므로 혹은 음이 되고 혹은 양이 되어, 무한의 변화를 하는 바의 원리는 일(一)이지만 이 무한의 변화 작용 속에 꿰뚫고 있는 바의 二元的 원리를 뽑아내어 이를 음양이라 이름짖고 , 이것에 의해 우주의 실상을 설명하려 하는 것이다. 때문에 역의 사상에 있어선 음양과 二元이 설명 원리이다. 설괘전에 [옛날 성인이 역을 만듦에 있어, 이것에 의해 인성과 천명의 이법에 순응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그리하여 천도를 세워 음과 양 지도를 세워 柔와 剛, 인도를 세워 仁과 義라고 이름지었다. 천지인의 삼재를 아울러 합치고 저마다에 두가지의 덕이 포함되고 있는 것이다.(昔者聖人之作易也 將以順性命之理 是以入天之道 曰陰與陽 立地之道 曰柔與剛 立人之道 曰仁與義 兼三才而兩之)]
역의 의의는 이미 말했듯이 번역, 불역, 간역의 세가지 의의를 포함한다. 우주의 실상은 변화로서 동시에 불역이고, 복잡이고, 간단이다. 이 세가지의 명제는 서로 모순하는 것 같으면서도 서로 모순하지 않는 것이다.
이 실상을 설명하는 것이 바로 역의 음양론이다. [어떤 까닭으로 역엔 태극이 있다. 이것이 양의를 가져오고 양의는 사상을 가져오며 사상은 팔괘를 가져온다.(是故易有太極 是生兩儀 兩儀生四象 四象生八卦)] 팔괘의 근본은 노양, 소양, 노음, 소음의 사상이고, 사상의 근본은 음양의 양의이고, 그리하여 음양을 통합하는 것으로서 태극을 들고 있다. 여기서의 생은 태극으로부터 음양이 태어났다는 뜻이 아니라 생기다. 태극의 변화, 유전의 요소를 음양에 적용시켜 설명한 것이고, 태극이 곧 음양이고, 양의가 곧 사상이고, 사상이 곧 팔괘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태극은 무엇인가? 이것에 대해선 후세의 儒者들 사이에서 수많은 형이상학적 논의를 불러일으켰지만 역에서 말하는 본래의 뜻은 공영달의 <정의>에 [태극이란 천지가 아직 갈라지기 전, 원기가 섞여 하나(一)가 됨을 말한다]가 아마도 본디의 뜻에 가장 가깝다고 하겠다. 이 一元의 기가 변화되어 혹은 음이 되고, 혹은 양이 되어 무한의 작용을 하는 것이다. 때문에 태극은 음양을 포괄하는 大陽의 기라고 할 수 있다.
역의 사상은 음양을 대립시켜 설명하지만 , 가장 중시하는 점은 生成과 발전을 주로 하는 大陽에 있는 것이다. 때문에 태극도 또한 一로서 나타내고 있다. 거듭 말해서 역은 음양 이기(二氣)의 작용을 설명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아직 음양으로 나누어지지 않아 혹은 음이 되고 혹은 양이되는 바, 이 근본적인 일원기(一元氣)는, 활동적 유전작용(流轉作用)을 설명하는 역에 있어선 응집, 정지하는 음에 속해야 하는 게 아니고 활동 유전의 양적인 것이 예상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일원기가 음양으로 나누어져 강유 변화의 작용을 하며, 양덕(陽德)으로서 강건으로 하고, 음덕(陰德)으로서 유순으로 하고 양으로서 음을 거느리고, 음으로서 양에 좇도록 한다는게 역의 취지이다.
그러므로 역은 음양의 이원으로서 만물의 이치를 밝히는 것이지만 존중할 점은 양에 있고, 음은 양을 좇아 이를 받는 것이다. 도가에서 허정무위(虛靜無爲)를 주로 하는데 반해 유가에선 강건정대(剛健正大)를 받드는 것도 또한 이것에 근거 하는 것이다. 하기야 역은 본래 '점서의 책'이므로 점서의 원시적 의의로 말하면 [대연의 수는 쉰이나 그 사용은 마흔 아홉이다(大衍之數 五十 其用四十有九)로서 최초의 시(시) 하나를 취하여 태극으로 삼고 신명이 깃드는 것으로서 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까 점서로 보면 주간(主幹)인 一을 세워 본체로 삼고 이를 태극이라고 이름 지었다고 보아야만 하리라.
한마디 더 한다면 역의 사상에 있어서의 음양의 이원은 상대적의 것이지만 그것이 서로 대립하여 항쟁 혹은 상극(相剋)하는 것은 아니며, 서로 혹은 음이 되고 혹은 양이 되어 변화 착종해 마지 않는 것이고, 변화의 속에 생성과 발전이 있고, 순환의 사이에 조화와 통정(統整)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동양사상이 투쟁을 주로 하지 않고 조화를 중시하는 것도 이런데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으리라.
건곤 2괘의 뜻
역의 사상 이해는 64괘 384효 저마다의 말을 거듭 읽고 천천이 음미함으로서 얻어져야 하겠지만, 64괘의 근간(根幹)은 건곤의 2괘이고 다른 62괘는 그 속에 포함되어 있다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건곤 2괘는 62괘의 기본이 되는 것이므로 건곤 2괘의 괘사(단전)와 효사(상전)를 숙독 완미(玩味)하면 절로 64괘의 의의에 통할 수 있다. 그것 뿐아니라 각 효마다 64괘, 384효가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건곤 2괘에 관해 각 효의 변화와 그 해명의 말을 맛보면 역도(易道)의 요리를 깨닫는데 이미 반은 달성했다고 할 수 있으리라. 그 문장의 간결하고도 예스러운 맛과 인용된 사물의 넓고도 깊은 자식은 진리로서 씹을수록 맛이 나리라. 만일 64괘의 384효에 관해 이것을 속속들이 이해했다면 사회전반의 사상(事象)에 관해 모르는 게 없을 것이고 그 해결 방법도 절로 떠오르게 되리라.
건곤 2괘는 건괘에 있어서도 설명되는 것은 강건의 도 뿐아니고, 곤괘에 있어서도 설명되는 것은 유약의 도만이 아니다. 여기에 역도의 무한한 변화가 있고 일음일양의 법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는 것이다. 이는 건곤 2괘의 예에 지나지 않지만, 무릇 이와같은 지극한 도리와 오묘한 문장은 성현이 인생 전반에 걸쳐 깊은 통찰을 하지 않았다면 도저히 창작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생성과 발전
(1) 단상(彖象) 2전을 통해 본 것
건곤 2괘의 단상(彖象)의 말을 보면 천지의 작용을 설명하고, 건곤의 덕이 위대함을 밝힌다. 건의 상전에 [크구나 건원이며 만물이 이로부터 시작되고 , 이리하여 하늘을 거느린다. 구름이 되어 유전하고 비를 베풀며 온갖의 것 들도 그 모습을 갖추기에 이른다(大哉乾元萬物資始 乃統天 雲行雨施品物流形)] 하늘은 구름이 가고 비를 베풀어 주는 공간이지만 그 속에 크나큰 일양의 원기(건원)가 있어 만물이 생겨나는 근원이 되고, 조화의 바탕이 되어 우주를 지배하는 것이다. 이것은 양이 일체를 포함하는 바의 태양을 가리킨 말이다.
이 하늘의 양기에 대한 것이 땅의 음기이다.곤의 상전에 [지극하거나 곤원이여 만물이 이로부터 시작되고, 이리하여 좇으며 하늘을 받는다. 곤은 두터운 것이 만물을 싣고, 덕은 무한한 것[건]과 합치며, 항홍광대하여 온갖의 것이 남김없이 형통한다(至哉 坤元萬物資生 乃順承天 坤厚載物 德合无疆 含弘光大 品物咸亨)]고 했다. 이것은 일음의 원기가 만물을 낳는 근본이 됨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 기는 단독으로서 유전 작용하는 것은 아니고, 하늘의 양기를 순승(順承)함으로서 비로소 만물이 생겨나는 것이다. 양인 하늘이 주가 되어 능동이 되고 ,음인 땅은 종이 되어 수동이 되는 것이다.
건의 상전에 또 [건도 변화하여 각각의 성명을 바르게 하고 대화를 보합함은 곧 이정이다(乾道變化 各正性命 保合大和 乃利貞)]고 했지만, 이것은 천도가 변화되어 무궁무진이고 음양이 서로 운행되어 만물을 생겨나게 하고, 이것에 의해 생긴 만물은 저마다 타고난 바의 본성을 잃지않고, 사람이고 생물이고 잘 발육하며 대화의기 즉 음양충화의 기를 보합 완비하여 각각의 성장을 이룩한다는 뜻이다. 때문에 역의 사상에 있어선 음양이기로서 만물이 생성됨을 설명함과 함께 이 이기의 조화에 의해 만물이 발전 진화되는 것을 예상하는 것이다.
때문에 함괘(咸卦)에서도 [함은 感이다.....이기가 감응하여 서로 화합하는 것이다.(咸感也 ... 二氣感應以相與)]라고 했고, 귀매괘(歸妹卦)의 상전에도 [천지가 섞이지 않는다면 만물이 일어나지 않는다(天地不交而萬物不與)]고 하여 부부 짝지음의 의미와 비교한 것이고, 그 밖에 예괘(豫卦) 이괘(이卦) 解卦(해괘) 익괘(益卦),구괘(姤卦) ,혁괘(革卦)의 상전에서도 주장하는 바는 모두 천지음양의 이치와 만물의 소장 발전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듯 64괘 가운데 천지 음양의 이치와 만물의 소장(消長) 발전의 도를 설명하지 않는 것이란 없을 정도이다. 천지의 작용은 바로 음양의 소장인 것이다. 박괘(剝卦)의 상전에서 [군자가 언제고 소식 영허의 도리를 소중이 생각하는 것은 그것이 하늘의 도이기 때문이다.(君子尙消息盈虛天行也)]라고 함은 바로 이 점을 가리킨 것이다.
(2) 계사전을 중심으로 본것
이미 역이라는 명칭이 변역의 의미를 갖고 있듯이, 역의 사상은 생성 변화의 도를 나타내는 것이다. 계사 상전에 [生生 이를 역리라고 한다(生生之謂易)]고, 만물이 생기고 생겨남으로 변화되어 쉬지 않음을 역이라고 일컫는다고 했으며 ,다시 계사 하전에서 [천하의 대덕을 생이라고 한다.(天地之大德曰生)]고 하여 만물이 생성하는 것이 곧 천지의 큰 덕이라고 한다. 역은 천지로서 음양에 짝짓고 그 생성의 작용을 가리켜 친지의 덕이라고 하는 것이다.
같은 뜻이지만 서괘전에도 [천지가 있고 나서 만물이 태어나고(有天地然後萬物生焉)] [천지가 있고 그런 뒤에 만물이 있고 , 만물이 있고 그런 뒤에 남녀가 있고, 남녀가 있고 그런 뒤에 부부가 있고, 부부가 있고 그런 뒤에 부자가 있고, 부자가 있고 그런 뒤에 군신이 있고, 군신이 있고 그런 뒤에 상하가 있고, 상하가 있고 그런 뒤에 예의가 두어지게 된다.(有天地然後 有萬物 有萬物然後 有男女, 有男女然後 有夫婦, 有夫婦然後 有父子, 有父子然後 有君臣, 有君臣然後 有上下, 有上下然後 禮儀有所錯)] 또 계사 하전에 [천지가 밀접하게 섞임으로서 만물이 훌륭히 만들어지고, 남녀가 그 정기를 섞어 합침으로서 만물이 생겨난다(天地絪縕 萬物化醇 男女構精 萬物化生)]
이렇듯 천지음양의 기가 서로 섞여 만물을 생성하는 것을 가리켜 '일음일양의도'라고 일컫는 것이다. 그 작용이 지극히 오묘하여 측량할 수 없음을 가리켜 [음이 되고 양이 되는 변화의 예측할 수 없는 활동, 이를 신 즉 역의 신비성이라고 일컷는다.(陰陽不測之謂神)] 고 하는 것이다. 또 마찬가지로 [형이상의 것은 이를 도라 부르고 형이하의 것은 이를 기라고 부른다(形而上者謂之道 形而下者謂之器)]고 하여 형태로 나타내는 것과 형태로 나타나지 않는 즉 무형의 것으로 나누고 있지만, 음양을 2기로서 생각하면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곧 유형의 것으로 생각되기 쉽다.
그러나 현상으로서의 음양이 아니고 형상을 일으키는 바의 원동력인 음양으로 생각할 때 그것은 단순한 과학의 분석을 할 수 있는 물질은 아니며, 강적(剛的)의 것과 유적(柔的)인 것이 추상적 형이상적의 것으로서 생각되지 않으면 안 된다. 요컨대 이와같은 음양 2기의 오묘한 작용이 만물의 생성과 발전의 근원이 되고, 그 작용과 응용이 우주와 인생의 전반에 걸쳐 설명되고 있는 게 역의 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