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개도국이 우리 EDCF 차관을 반기는 이유 중 하나로 차관 금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빠른 속도를 중시하는 문화적 특성이 곧 경쟁력이 되었으며, 이는 개도국 앞으로 제공되는 차관규모의 빠른 증가에서도 드러난다. 개도국들이 이를 반기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우리 기업들 역시 이를 통해 큰 수혜를 입고 있다. 이러한 차관을 통해서 대규모 수익사업을 수주할 기회가 매우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급속도로 성장하여 그 성적표는 가히 아름다운 수준이다. 202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국민총생산(GDP)은 약 2조 달러로 세계 11위 수준이며, 2023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약 36,000달러로 일본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놀라운 성장에는 우리가 치러야할 숙제가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의 책무로서 ODA 규모를 확대해야 함을 의미한다. 경제력이 커진 만큼 국제적 연대와 지원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OECD 국가들의 선진국 클럽이라고 일컬어지는 DAC(개발원조위원회)에서는 그 멤버 국가들에 대해 유상원조, 무상원조 전체의 ODA 비중을 GNI 대비 0.3%로 권고하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볼 때, DAC 멤버 국가들의 평균은 0.36%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0.17%에 머물렀고 이는 DAC 평균의 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ODA에 소극적이었다기 보다는 우리나라의 경제가 너무 빨리 성장한 탓인 것 같다. 한편, 원조규모가 절대적으로 가장 큰 미국의 경우는 ODA 비중이 GNI 대비 0.22%에 그치는 것은 다소 아이러니하다. 이와 달리 ODA 비중이 특히 높은 나라들을 보면 룩셈부르크는 1%, 스웨덴 0.9%, 노르웨이 0.86%, 일본은 0.39%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원조의 절대금액과 국민총소득 대비 윈조비중은 둘 다 유사한 경향을 보여준다.
어쨌든 최근 우리는 유상이든 무상이든 원조규모를 급격히 늘려 왔고, EDCF 차관의 경우 개별사업의 승인금액도 크게 증가해 왔으며 이는 통계적으로도 여실하다. 약 10년 전인 2013년에서 2014년에 걸쳐 두 해 동안 1억 달러 이상 사업의 승인건수는 총 6건이고 가장 큰 사업의 규모는 1억 3,800만 달러인 반면, 2023년에서 2024년에 걸쳐 1억 달러 이상 사업의 승인건수는 총 22건에 가장 큰 차관규모는 9억 500만 달러였다. 나아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25년 초에는 15억 9,600만 달러의 경이적 규모의 사업이 등장했다. 최근 2년간 대규모 EDCF 차관의 예를 들면, 우즈베키스탄 고속철도차량 구매사업에 2억 100만 달러, 필리핀 라구나호 순환도로 건설사업에 9억 500만 달러, 인도네시아 신수도 침매터널 건설사업에 6억 4,600만 달러, 그리고 모로코 철도차량 공급사업에 15억 9,600만 달러 순으로 차관금액을 승인한 적이 있다.
이를 통해 우리 기업들만 사업에 참여하게 조건을 붙이는 EDCF의 유상원조사업에 많은 국내기업들이 몰려든다. 중소기업이나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 처음 진출하는 분야의 경우 이 EDCF는 마중물 역할을 해왔다. 우리 기업들은 EDCF 사업에 참여한 사업경험이 곧 그 회사의 해외수출실적으로 남게 되고 이는 세계은행이나 ADB 등 국제기구의 발주 사업이나 개도국 정부의 자체 국제경쟁입찰에서도 가점을 받을 수 있어서, 우리 기업들의 수출 기반 확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