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 저자와의 대화가 있는 날입니다.
내일 할 일을 글로 정리해두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자연히 지난 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지난 10월, '장애'를 공부해 보자 하고 이웃들과 모였습니다.
첫 모임 후에 이런 글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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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 찝어 '장애'를 공부하자고 제안하는 일이 한편 심란했습니다.
누군가는 이 제안 자체가 불편했거나 아팠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닌데요.
저는 장애라는 말이 불편하거나 아프지 않습니다.
경험 없고 무지해서 공감하지 못하는 걸까요?
그럴 지도 모릅니다.
어떤 말을 떠올리기만해도 아픈 사람과
담담히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그 말을 두고 함께 공부할 수 있을까요?
저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험의 차이, 지식의 차이, 문화의 차이.
우리 사이 차이를 응시하고
저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겸손하게 공부하고 싶습니다.
공부하며 함께하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동건이형이랑 새인이랑 은우랑 지효랑 서해 바다를 오래 걷고 싶습니다.
호수랑 하윤이랑 은성이랑 시내에 볼링 치러 가고 싶습니다.
정겨운 사람살이를 위하여
수요일 오전 10시 공부 모임 잘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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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장애 공부 모임이라고 모임 이름을 정했다가
멤버 가운데 한 분이 모임 이름에서 '장애'를 빼자고 하셨습니다.
'장애 공부 모임'이라는 이름을 볼 때마다 마음 한 편이 아프다고 하셨습니다.
불편하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그만큼 둔했습니다.
수요 공부 모임으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첫 모임 후 4개월이 지났습니다.
그간 읽은 책
1. 선량한 차별주의자
2. 장애 개념
3. 그냥 사람
4. 기울어진 스크린
5.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
6. 부모와 다른 아이들 1권
본 영화
1. 코다
2. 스트롱거
2. 라이프 필스 굿
책과 영화 사이사이 서로 나눈 삶의 이야기는 책과 영화보다 빼곡합니다.
언제부턴가 휴지를 책상 위에 두고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거의 매 모임 우셨습니다.
한번은 한 멤버가 아이처럼 엉엉앙앙 울었습니다.
한 어른이 타인 앞에서 아이처럼 울려면 얼마만큼의 슬픔이 쌓여야할까.
그 울음 소리와 그 울음 섞인 이야기가 잊히지 않습니다.
4개월 간의 공부, 그렇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언젠가는' 하고 바랐던 일들이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집 밖에서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 어려워했던 아이가 마을로 처음 나왔습니다.
처음으로 '자기 활동'이 생겼다며 좋아했답니다.
처음, 처음이라는 말 뒤에 있을 두려움과 용기가 대견하고 안쓰럽고 미안하고 또 고마웠습니다.
서로 '다른' 아이들이 차츰 어울렸습니다.
함께 종이 접기 모임을 했습니다.
운동장에서 함께 공을 찼습니다.
함께 간식을 나눠 먹었습니다.
1박 2일 물놀이를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서로를 알아가고 있습니다.
아직은 서로 서툴어서 어려운 일도 종종 있지만 그래도 '함께'합니다.
우리 힘을 내요.
긴 공부 여정을 마무리하며
수요 공부 모임 멤버들이 일을 하나 더 벌였습니다.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 저자 백정연 선생님을 마을에 초대했습니다.
https://cafe.daum.net/daechaungholib/W9o4/3
동명초등학교 교장 선생님 찾아가 학교 강당을 빌린 뒤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도서관 쪽으로 걸어오시던 이정순 이정아 선생님의 당당한 모습!
조근조근 저자 섭외 통화를 하던 임은정 선생님
그 통화를 곁에서 엿듣던 멤버들
표정이 밝아지는 임은정 선생님을 보며 다함께 기뻐하던 순간, 잊지 못합니다.
호두님과 최정애 선생님이 행사 날 식사 준비를 두고 끄적이신 메모
이를 보고 비로소 '잔치구나' 실감했습니다.
혹시 부족할까
호두님은 50명이 먹을 약밥을 손수 만드셨습니다.
최정애 선생님은 추운날 따뜻한 국물이 좋다며 북어국을 끓이겠다 하셨습니다.
서로 조금씩 더 하셨습니다.
두 분 헌신의 의미를 가만히 생각합니다.
내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백정연 선생님과 동명초등학교 강당에서 만납니다.
9시
농활팀과 제가 도서관 청소합니다.
하루 종일 땔 장작을 팹니다.
참나무 담당 : 문정경
소나무 담당 : 이성령
11시 20분
마중팀(오수진 임은정 임혜연 연우 은우 은성)이 도서관 앞에서 모여 대전역으로 백정연 선생님 모시러 갑니다.
대전역에서 '우리 식'으로 작가님을 환영합니다.
12시
식사대접팀(최정애 권민정 호두)이 식사를 준비합니다.
세 분과 미리 오신 이웃들이 함께 준비합니다.
12시 30분
식사합니다.
식사 인원 최소 20명입니다.
도서관이 10평이니 한 평 당 두 명.
복작복작 앉을 자리도 없을 겁니다.
1시 30분
강의 준비하러 갑니다.
어른 준비팀과 어린이 준비팀이 함께 학교 강당을 꾸밉니다. (어린이 준비팀 준비 과정)
학교 현관부터 강당까지 손님들이 잘 찾아 올 수 있게 안내합니다.
어린이 준비팀 과업 : 강당 꾸미기(은성 서로 규리) 방역(연우), 참가비(세영), 질문지(예랑), 약밥(민채), 작가님 다과(은우)
강당 컴퓨터 조작 : 최선웅
2시
정각에 행사 시작
행사 사회 : 호두님
호두님 잘하실 겁니다. 파이팅!
3시 50분
기념 촬영과 사인회
4시
작가님과 작별
배웅 차량 : 오수진
작가님 타신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 흔들어요.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내일 손발이 척척 맞지 않아도 괜찮아요.
어설퍼도 실수해도 하하하 웃으며 안아주세요.
저마다 자기 자리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로
이웃과 합력하여 행사를 준비하는 호숫가 사람들
그렇게 이웃과 정겹게 사는 사람들
서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지난 기록
공부 모임 안내 - 10월 19일 수요일 오전 10시
수요 공부 모임, 잘해보고 싶습니다.
수요일 공부모임 - 임은정선생님 추천 책 목록
‘장애 개념’ 독후감
장애 관련 책들
수요책모임] 선량한 차별주의자
[수요책모임] <장애개념> 특강후기
[수요책모임] <기울어진 스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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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연작가님과 만나요~
'저자와의 대화' 어벤져스 준비팀
첫댓글 감동 감사
형언키 어렵네요...
선생님,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3.01.28 03:15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3.01.28 07:24
음....이렇게 많은 노고가 숨어있는
찬란한 마지막의 순간에
저는 그냥 한자리만 차지해
앉으려합니다.
감사히 감사히 잘 앉겠습니다.
윤별맘 고맙습니다.
준비하며 행복했습니다.
참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