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이 살아있는 참 배움터, 수원시민학교!
매탄마을신문이 기억하는 故 박무영 선생님과의 인연
10여 년 전 참교육학부모회 수원지회 모임을 통해 故 박무영 선생님을 처음 뵈었다. 겸손하고 올곧은 성품에 반하여 매탄마을신문에서 인터뷰 요청을 했고 흔쾌히 수락해 주시면서 인연이 시작되었다.
주민들의 자원활동으로 어렵게 마을신문을 발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고는 매월 정기후원 신청도 해주셨다. 배움의 때를 놓친 학생들은 많지만 가르칠 교사를 구하는 건 정말 어려운데 마침 마을신문에 실린 선생님 인터뷰 기사를 보고 수원시민학교 교사를 해보고 싶다 연락하신 분이 있다며 좋아하셨다. 활짝 웃으시던 박무영 선생님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둘째아이가 마음이 아파서 다니던 대안학교도 그만두고 힘들어할 때 뭐라도 해보자고 검정고시에 도전할 것을 제안했다. 하루 종일 집에서 혼자만 있는 것이 걱정되어 공부를 핑계로 학원이라도 가보는 것이 어떠냐 했는데 영 내키지 않아했다. 그 때 생각난 곳이 수원시민학교였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데리고 갔다. 배움이 절실한 어르신들, 지식뿐만 아니라 정을 나누는 선생님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는 다녀와서 잠시 고민하더니 수원시민학교 도움을 받아 검정고시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가끔 시민학교에서 만난 어르신들 이야기를 했다. 집이 같은 방향인 선생님과 카풀을 하기도 하고 어르신들이 챙겨주시는 간식을 받기만 하는 게 미안했는지 어느 날은 본인이 롤케익 같은 것을 사들고 가기도 했다. 서너 달 열심히 다니더니 무사히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수원시민학교 졸업식 날. 매 검정고시가 끝나면 합격한 학생들은 졸업식을 치른다. 학교에서 그동안 수고했다고 마련해주시는데 둘째아이 덕분에 나도 학부모로서 참석할 수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그렇게 소박하면서도 따뜻하고 감동이 있는 졸업식을 본 적이 없다. 어르신들의 각양각색 삶의 이야기가 마음을 울리고 그동안 정을 나눈 교사들의 눈물 속에는 진심이 담겨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우리 둘째가 이런 분들의 귀염을 받으며 이런 곳에 머물렀다는 사실이 기쁘고 자랑스러웠다.
모르긴 몰라도 수원시민학교를 거쳐 간 수많은 사람들이 여기에서의 배움과 추억을 간직하고 세상을 좀 더 용기 내어 마주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매탄마을신문에 든든한 이웃이 되어주고, 방황하던 우리 둘째아이에게 따뜻하게 곁을 내어준 수원시민학교는 살아있는 참 배움터다. 비록 박무영 선생님은 이제 돌아가시고 안계시지만 수원시민학교가 오래오래 지역에 뿌리내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훌륭한 배움의 터전이 되기를 바란다.
서지연 주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