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27.
은우가 준비한 그림 선생님 섭외 대본의 일부다. 예상 답변을 생각하고 이에 따라 할 말을 각각 준비한 은우의 궁리가 눈에 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저희가 부탁드릴 일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이번 방학에 그림 모임을 합니다. 그래서 마을 그림 선생님을 찾고 있습니다. 관장님에게 듣기로 선생님께서 미술 전공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그림 모임에 한 번이나 두 번 정도 오셔서 그림을 가르쳐 주실 수 있나요?
예상 답변1. 아니요. 거절 이유 1. 시간이 안 맞아서 안 된다. 이에 준비한 말. 아쉽지만 어쩔 수 없네요.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설명회나 수료식 때 시간되시면 놀러오세요. 감사합니다.
거절 이유 2. 부담이 된다. 이에 준비한 말. 꼭 수업처럼 안 하셔도 되고 저희 그림 모임 친구들과 함께 그림 그린다고 생각해주셔도 돼요.
예상 답변2. 예. 이에 준비한 말. 감사합니다. 저희가 내일 설명회인데 설명회 후에 그림 모임 친구들이 확정되면 다시 연락드릴게요.
예상 답변3.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준비한 말. 내일 오전까지 생각해보시고 알려주세요. |
해피타임 컨테이너에서 열심히 적었다. 그 시각 바로 해피타임 계산대 앞에 그림 선생님을 부탁드릴 해피타임 사장님 따님이 계시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에 더 떨려하며 적었던 것 같다. 은우와 나 서로 떨려하며 대본을 어떻게 쓸지를 궁리했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호들갑을 떨고 은우는 대본을 썼다.
대본을 들고 해피타임으로 갔다. 준비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호숫가마을 도서관에서 온 최은우..."
"저는 이번 겨울 호숫가마을 도서관에서 지내며 활동하는 실습생 김민서입니다."
그리고 은우가 준비한 대본을 읽었다.
"혹시 그림 모임에 한 번이나 두 번 정도 오셔서 그림을 가르쳐 주실 수 있나요?"
답변을 기다리던 찰나...
우우웅
선생님의 핸드폰이 울렸다. 잠시 전화를 받으러 가셨다.
은우와 눈을 맞추며 긴장을 나눴다.
선생님께서 자리로 돌아와 모임 시간과 날짜를 확인하시고 좋다고 하셨다. 우와! 성공이다!
정확한 모임 인원이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흔쾌히 좋다고 해주셨다.
감사 인사를 건네고 선생님의 연락처를 받았다. 순서가 늦었지만 선생님의 성함도 여쭈었다. (성함도 안 여쭈고 부탁을 드렸다는 사실을 연락처를 저장하며 깨달았다. 어설픈 선생은 보지 않고 또박또박 부탁하는 아이를 보시고 섭외 부탁을 수락하셨겠구나 싶었다. )
최효선 선생님!
선생님께서 성함을 알려주시는 그 순간에 마음이 확 일렁였다.
그림 모임을 하고 나면 아이들이 해피타임 사장님 따님이 아니라 최효선 선생님으로 부르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첫댓글
은우 심장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려요
'선생님께서 성함을 알려주시는 그 순간에 마음이 확 일렁였다.
그림 모임을 하고 나면 아이들이 해피타임 사장님 따님이 아니라 최효선 선생님으로 부르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
그 일렁임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