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하착(放下著)
마음을 내려 놓아라.
(禪話)는 당나라때 엄양존자(嚴陽尊者)가 조주선사(趙州禪師)를 찾아가서 가르침을 청하는데서 비롯된 것이다. 엄양존자가 묻기를 한 물건도 가져오지 않았을 때는 어찌해야 합니까? 하니, 조주선사가 대답하기를 방하착(放下著) 내려 놓아라고 하셨다. 엄양존자가 그 말을 듣고 어리둥절하다가 손에 든 염주와 짚고 있던 지팡이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묻기를 한 물건도 가지고 오지 않았는데 무엇을 방하착 내려놓으란 말씀입니까? 하니, 다시 조주선사께서 또 다시 방하착 내려놓아라, 하셨다. 엄양존자가 등에 맨 걸망까지 다 내려놓고 몸에 지닌 것이 하나도 없는데 무엇을 내려 놓아라하십니까? 했다. 조주선사님께서 그러면 착득거(着得去)라고 하셨다. 내려놓을 것이 없으면 그냥 짊어지고 가라고 했다는 말씀이다. 묻는 엄양존자와 조주선사 선문답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절집에서는 큰 스님들께서 자주 쓰는 말이 되었다. 그러니 불자라면 스님들 법문에서 자주 듣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조주선사 방하착 본지 뜻은 모른다. 조주선사께서 방하착 내려 놓으라고 하신 말씀은 염주나 지팡이나 걸망을 내려놓으라고 하신 말씀이 아닌데, 말귀 말뜻을 알아듣지 못한 엄양 존자는 조주선사께서 방하착, 내려놓으라고 한 말을 듣고 몸에 짊어지고 있던 걸망까지 다 내려놓고 내려놓았다고 했다. 선문답(禪問答)은 목격전도(目擊傳道), 동도방지(同道方知)라 했다. 눈빛만 보아도 “척, 도가 있는지 알아챈다. 깨달은 도의 경지가 같아야 서로 알게 된다는 말이다. 이 선화에서 엄양존자는 세 번씩이나 도를 물었으나 조주선사의 방하착 말도 뜻도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걸망까지 벗어놓고 다 내려놓았다고 하고 하나도 없는데 무엇을 내려놓으란 말이냐고 묻은 우문현답(愚問賢答)이라, 조주선사는 그러면 짊어지고 가라고 하셨다.
조주선사께서 방하착 내려놓으라고 하신 뜻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오욕칠정(五慾七情)의 집착심(執着心)을 내려놓으라고 하셨는데, 엄양존자는 손에든 염주 지팡이를 내려놓았다고 했으니, 듣기는 들었는데 말뜻도 못 듣는 우를 범하고 만 선화다. 방하착(放下著)과 같은 재미나는 현애살수(懸崖撒手) 선화가 있다. 어떤 스님이 절벽 가파른 길을 가고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나뭇가지를 붙잡고 매달려서 사람 살려! 라고 외쳤다. 그래서 스님이 매달린 사람을 보니, 눈먼 장님이었다. 장님이 매달린 나뭇가지는 땅에서 한 뼘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스님은 잡고있는 두 손을 놓으라고 말했다. 그런데 주위를 보지 못한 장님은 두 손을 놓으면 절벽에서 떨어져서 죽을 것을 염려해서 잡고있는 손을 놓지 못하고 사람 살려! 라고 소리쳤다. 애걸 복걸하는 사람 곁에 가서 스님은 잡고 있는 손을 놓아도 괜찮으니 놓으라고 했다. 그런데 장님은 스님 말을 듣지 않고 끝내 놓지 못하다가 그만 손에 힘이 빠져서 아래로 떨어졌다. 떨어지고 보니 그냥 발이 땅에 닿아서 넘어지고 나서 장님은 사람 살려! 라고 외쳤던 일이 개면적어서 황급히 그곳을 떠났다는 이야기다. 금강경오가해(金剛經五家解) 야보(冶父) 현애살수(懸崖撒手) 칠언절구(七言絶句) 송(頌)에는 이렇게 읊고 있다. 득수반지미족기(得樹攀枝未足奇)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것은 기특할것이 못되니, 현애살수장부아(懸崖撒手丈夫兒) 깎아 지른 절벽에서 손을 놓을 수 있어야 장부라네, 수한야랭어난멱(水寒夜冷魚難覓) 싸늘한 밤, 물도 찬데 고기는 낚이지 않아 유득공선재월귀(留得空船載月歸)빈 배에 달빛만 담아 싣고 돌아오누나. 했다. 절집 수행은 신명(神命)을 걸어 놓고 하는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의 뜻을 담고 있다. 방하착(放下著) 법문은 집착심(執着心)이 강한 어리석은 범부(凡夫)를 일깨우는 조주선사(趙州禪師)의 우문현답(愚問賢答)의 선화(禪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