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책 여행 첫 모임날, 아이들이 각자 과업을 정했습니다.
과업을 어떻게 정하는 게 좋을까?
아이들이 각자 이번 여행에서 왜 그 일을 하고싶은지,
왜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지에 대해서 돌아가며 이야기하기로 했습니다.
서로: 으아아 떨려 ㅜㅜ (종이에 할 말을 적으며)
하윤: 음 난 생각이 완료됐어 오케에이!
규리: 하..
아이들은 긴장하며 자기가 하고자 하는 과업을 이야기했습니다.
한명 한명 이야기하는 것을 천천히 듣다보니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역할에 꼭 맞게 과업을 나누게 됐습니다.
숙소: 하윤
교통: 규리
식사: 선빈
회계: 서로
감사/기록 : 은우
*
첫모임 이후로 4번 더 모임을 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모임때이건, 모임때가 아니건 여행을 준비했습니다.
# 숙소팀 하윤이
여행을 갈 때, 숙소와 교통편(기차)를 예매하는 것은 빨리 할수록 좋습니다.
그때그때 할인율도 다르고, 잘못하다가는 좋은 숙소를 구하기가 어려우니까요.
과업이 정해지자마자, 하윤이는 "아 집가서 바로 알아봐야겠네" 하며
어디 근처에서, 얼마 정도의 예산으로 숙소를 구할지 궁리했습니다.
학교 끝나고 도서관으로 온 하윤이는
규리 선빈 서로 은우와 도서관 컴퓨터로 한참을 검색합니다.
위치가 창덕궁 근처인지,
샴푸 린스 바디워시가 구비되어 있는지,
수건이 무한리필인지 아닌지,
우리가 밥을 먹을만한 장소가 있는지,
체크인 시간은 언제이고 체크아웃은 언제인지,
먼저 묻지 않아도 하윤이가 꼼꼼히 비교하며 살폈습니다.
어디는 가격이 저렴한테 침대가 별로고
어디는 편의시설이 있는 대신 비싸고..
도서관 컴퓨터 탭에 숙소 링크가 여러개 쌓였습니다.
자신이 묵을 숙소를 꼼꼼히 찾아가는 하윤이.
이런 동료라면 얼마든지 또 함께 여행 가고 싶습니다.
# 식사팀 선빈이
"저는 맛있는 곳을 잘 찾아가요"
선빈이가 식사팀에 지원하며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갈 곳 중에는 놀이공원이 있기 때문에
식사에 돈을 너무 많이 쓰면, 여행비가 너무 많이 듭니다.
맛있고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지
선빈이가 오래 고민했습니다.
선빈이는 미리 숙소 근처 편의점 위치를 찾아두었습니다.
그리고 근처에 갈만한 간식 가게 몇군데를 메모했습니다.
롯데월드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는 둘째날 점심이 가장 고민이었습니다.
메뉴가 대체로 비싸고, 식당 종류도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선빈이는 롯데월드 홈페이지를 샅샅이 살펴보고
또 각종 블로그 리뷰를 살펴본 뒤,
적당한 가격대의 리뷰가 괜찮은 중국집을 골랐습니다.
롯데월드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위치 또한 외웠습니다.
야식으로 먹을 치킨이 얼마정도 하는지 미리 예산을 계획하고,
간식은 언제 언제 먹을지, 편의점에서는 1인당 얼마씩 쓸지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선빈이는 아이들과 의논해가면서
여행에서의 식사을 준비했습니다.
# 교통팀 규리
"저 길치예요."
규리는 과업을 정한 다음 날 부터
우리가 타야할 버스 번호, 소요 시간, 타는 정류장과 내리는 정류장,
지하철 갈아타는 곳은 어디인지, 몇번 출구로 가야하는지...
이 많은 정보를 손바닥 보다 작은 수첩에 빼곡히 적었습니다.
규리가 배차간격이 엄청 큰 고속버스를 타려고 수첩에 메모하길래,
다시 의논하고 몇몇 경로를 수정했습니다.
규리는 그럴때 마다 에이포용지 종이를 잘라, 수첩에 다시 붙였습니다.
서울역에서 숙소로 가는 길,
숙소에서 창덕궁 가는 길과 같은 주요 경로는
친구들과 로드뷰까지 보며 익혔습니다.
꼼꼼하고 세심한 규리가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과업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런 규리가 교통팀으로 여행에 함께해주어 행복했어요.
# 감사 기록 은우
감사와 기록 담당은, 여행 전에는 다른 사람보다 할 일이 적을 수 있습니다.
은우는 자신의 몫을 준비하고서 친구들의 여행 준비를 도왔습니다.
규리와 함께 버스 지하철 노선을 알아보기도 하고
서로가 돈 계산 하는것을 돕기도 하고
뭘 먹을지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고..
감사장을 쓸 종이와 펜을 챙겼습니다.
여행 가서 어떻게 기록할까 궁리했습니다.
은우 덕분에 이번 여행은 감사와 기록이 참 풍성합니다.
# 회계팀 서로
집에 계산기가 있어서 회계팀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서로.
이번 여행에서 돈 관리는 서로가 하기로 했습니다.
계꾸(계산기꾸미기) 도 하고,
예상 지출 비용을 하나하나 정리했습니다.
서로는 에이포용지로 책을 만들어서
거기에 우리가 쓸 고정비용과 추가비용을 적어두고,
여행가서 기록하기 위해 빈 칸을 그렸습니다.
엄마의 카드를 여행 때 쓰기 위해
전화로 계좌번호를 받아적으며
"계좌번호라는 게 왜이렇게 길어?" 하던 서로가 기억나요.
돈 계산이 막막할 수도 있을텐데
하나하나 차근차근 해나가려고 만반의 준비를 하는 서로.
서로의 그런 모습이 멋졌어요.
# 이웃이 도와주신 여행
제때 예매하지 않으면 놓치는 기차표,
선빈 규리 엄마 이소희 선생님께서 미리 예매해주셨습니다.
롯데월드 제일 싸게 가면 좋을텐데..
항상 고민하던 하윤이 옆에서 이선아 선생님께서 찾아보시고는
가장 싼 방법으로 미리 결제해주셨습니다.
숙소팀 하윤이가 열심히 고른 숙소,
연재흠 선생님께서 옆에서 많이 도우셨다고 들었어요.
숙소도 미리 얼마쯤 깎아서 선결제해주셨습니다.
첫날 추동에서 대전역 가는 길,
서로네 아빠 박세환 선생님이 데려다 주시기로 하셨습니다.
여행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연재흠 선생님이 아이들 각자 집에 태워주시기로 하셨어요.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들이 준비하고 아이들 둘레 이웃이 도운 여행,
신기해요.
고맙습니다.
*
# 책여행이니까
책 '재밌게 걷자 창덕궁 창경궁' 을 읽고 여행을 떠납니다.
모여서 30분 책읽고, 각자 인상깊은 장소와 꼭 가보고 싶은 장소를 골라 이야기했습니다.
선재 업고 튀어가 생각난다며 낙선재에 가보고싶다는 은우
춘향전 이야기의 배경인 부용지가 궁금하다는 서로
600년 세월을 버틴 금천교가 신기하다는 선빈
푸른 지붕 선정전이 궁금하다는 하윤이
딱히 인상깊은 건 없다는 규리
아이들과 다함께
한손에 책을 듣고
한양으로 여행갑니다.
첫댓글 '선재는 없다 뛰어.'
이때는 몰랐겠지
체력의 바닥 밑에 또 다른 체력이 광기라는 이름으로 도사리고 있을 줄은...
고맙습니다.
가을에 저도 가려고요.
최하영 이주은 선생님처럼 아이들 돕고 싶어요.
'아이들이 준비하고 아이들 둘레 이웃이 도운 여행'
이렇게 다녀오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