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은 뜨겁다
라떼 이영란
통영은 도처가 지뢰밭이다.
발걸음을 옮길 수가 없다.
걸음을 옮기는 순간 발끝이 아니라 심장에서 폭탄이 터진다.
해마다 봄이면 나는 친한 일행들과 봉숫골로 향한다.
그곳에는 내가 좋아하는 맛있는 아구찜 식당들이 즐비하고, ‘전혁림 미술관’과 ‘봄날의 책방’이 있다.
그림 엽서같은 오래된 목욕탕도 있고, 아주 오래된 아파트 앞에서 직접 키워 내다파는 제철 나물들과 할머니들을 만난다.
그증에서 우리를 가장 열광하게 하는 건 벚꽃들이다.
연두빛 햇꽃들이 팝콘처럼 만개해서 팡팡 터지는 햇살 예쁜 봄날, 비처럼 마구 쏟아지는 꽃비를 맞으면서 우와~우와~ 감탄사를 연신 토해내는 기억들이, 추억들이 이젠 제법 두툼한 앨범이 되었다.
'벚꽃이 피면 지구가 한꺼번에 허공에 뜬다. 선술집 간판 높이만큼 허공에 떠서 흐흥흐흥 웃는다. 지상에서의 삶은 얼마나 하찮고 비좁은 것이었냐고.......'
-류근. 벚나무와 함게 허공에 떠서 중.
떨어진 꽃비들을 주워 서로에게 던지고, 또는 내 머리위로 뿌리며 또 연신 그 순간들을 포착하는 작업들은 반복하고 반복되어져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그렇게 지난해를 추억하고 다시 다음해를 기약하며 우리는 흐흥흐흥 웃는다.
꽃놀이를 마치고 커피도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아쉽지만 정겹다.
낮설지않은 오래된 풍경들이 주는 평온.
먼 듯 보이는 미륵산과 가까이 용화사와 아담한 북포루까지.
만약, 당신이 하루를 온전히 허락한다면 평림 일주로를 천천히 달려보시길 권한다.
그곳에서 만나는 일몰 때문에 울게 되더라도 그건 당신의 몫.
혹시 펑펑 울고싶은신 분~ 누군가가 그립거나 다시 사랑이 하고 싶으시다면 그곳에 가시길~
청춘의 한때보다 더 고운 일몰과 만나게 될 때 모든 언어들은 무의미해진다.
통영은 아이러니하다.
류근 작가의 책 제목(함부로 사랑에 속아주는 버릇)처럼 함부로 통영에 속아준다.
통영은 재밌고 맛있다.
통영이 궁금하시다면, 아직도 와보지 못하셨다면. 또 오고 싶으시다면 언제든 오시라~
작은 거인 통영이 기꺼이 그대들을 안아드릴 것이다.
내 고향은 통영이다.
자꾸자꾸 붉어지는 태양이 내 안에 있다.
통영 사람들은 그래서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