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선물
(전도서 3:9-15)
20231120
잔디밭의 적은 쑥과 클로버다. 마르지 않도록 물을 주고, 웃자라지 않도록 자주 깎아 줘야 하는 잔디지만, 심지 않은 쑥이 함께 자라고, 클로버 줄기가 잔디 뿌리 사이로 뻗어가면, 일삼아 앉아서 뽑아내야 한다. 다른 풀이야 나오는 대로 쏙쏙 잡아당기면 뿌리까지 뽑히는데, 쑥이나 클로버는 그렇지 않다. 쑥은 위로 쑥쑥 자라 올라오는 만큼 그 뿌리도 넓게 퍼지면서, 퍼져나간 자리에서 또 하나의 쑥대를 솟구쳐 오르게 하니, 부지런히 뽑아내지 않으면 금세 쑥대밭이 된다.
잔디밭에 자라는 클로버는 더러 갈등을 일으킨다. 물론 잔디밭을 망가트리는 잡초이니 부지런히 뽑아내야 하겠지만, 혹시 그 가운데 네 잎 클로버가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찾게 된다. 그러다가 아무리 찾아도 행운의 네 잎 클로버를 찾지 못하면, 공연히 클로버가 뭔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손가락 끝에 힘을 주어 그 뿌리까지 뽑아낸다.
네 잎짜리 클로버는 찾아도 보이지 않는데, 세 잎 달린 클로버는 뽑고 뽑아도 끝이 없다. 보이는 대로 다 뽑아 하나도 남기지 않았는데, 얼마 후 다시 보면 그 초록 이파리들이 소복하게 올라와 있다. 이파리와 줄기만 간신히 제거했을 뿐 그 뿌리가 남아서, 여름 소나기 한 번 지나가고 나면 새싹들이 보기 좋게 올라온다.
찾아도 보이지 않는 네 잎 클로버는 어쩌다가 다가올지도 모르는 막연한 행운이요, 뽑아도 다 뽑히지 않는 세 잎 클로버는 이미 누리고 있는 행복이란다. 그런데 세 잎 클로버는 보이는 대로 뽑아 버리려 하고, 찾고 기다려도 다가와 나타나지 않은 네 잎 클로버를 찾으려고 엄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먹고 마시는 것이 행복이다. 치아가 좋은 것은 오복 중의 하나라고 한다. 치아가 좋다는 것은, 이빨 그 자체가 튼튼하다는 의미도 되겠지만, 맛있는 음식을 잘 씹어 먹을 수 있고, 먹은 음식을 잘 소화 시켜 영양공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먹고 마시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먹지 못하고 마시지 못하는 배고픔과 목마름을 경험해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피 검사를 위해 아침 안 끼 굶고 늦은 아침을 먹어도 그 먹는 것이 즐겁다. 소화기관에 문제가 생겨 입으로 음식을 씹을 수 없고, 목으로 그 음식을 넘길 수 없어 코에 관을 끼우고 미움을 넘겨야 하는 순간 행복은 날개를 펴고 멀리 잡히지 않는 곳으로 날아간다.
착한 일을 하고 칭찬 듣는 것이 행복이다. 앉아 있던 자리를 어른에게 양보하고 버스 손잡이를 잡고 서서 가는 동안 다리가 피곤하기는커녕 없던 힘이 생긴다. 없는 가운데서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네팔 치트완 교회에 새 오토바이를 사 주었다. 누가 사백만 원을 보태줘도 남는 게 없을 판인데, 없는 돈에 사백만 원이나 보냈으니 부담이 될 만도 한데, 아무런 흔적이 없다. 그 돈 보내지 않았다고 해도 지금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렇게 보내놓고 나니 마음이 흐뭇하다. 들고 있는 것보다 그렇게 쓰고 나니 마음은 더 넉넉해진다.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이 행복이다. 돼지저금통 책상에 올려놓고, 한 닢 두 닢 동전을 모아가는 것이 행복이다. 당장이야 먹고 싶은 것 못 먹고, 쓰고 싶은 것 못 쓰니 불편하고 궁색하겠지만, 내일이 있음에 마음은 행복하다.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게 사는 것이 하나님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