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신비한 생물들
아시아
바쿠나와 -달을 먹는 동물
보름달이 반달로, 그리고 초승달로 변하는 이윤ㄴ 무엇일까요? 바로 바쿠나와가 달을 꿀꺽 먹어 치우려고 들기 때문이에요.
상어 같기도 하고 날개 달린 뱀 같기도 한 바쿠나와는 심해의 가장 깊은 곳에 살아요. 하지만 한 달에 한 번, 달을 먹기 위해서 물 밖으로 힘껏 날아올라 대기를 뚫고 우주로 나간답니다. 실제로 아주 먼 옛날에는 지구 둘레를 돌던 달이 여덟개나 됐는데, 바쿠나와가 일곱개를 꿀꺽 삼켰어요. 다행히 하나는 너무 커서 먹지 못했지만, 아직도 덥석 물었던 이빨 자국이 남아 있어요. 달 표면의 움푹 팬 구덩이가 바로 그것이지요. 그런데 가끔, 바쿠나와가 몹시 굶주렸을 때는 이 커다란 달을 입에 쏙 넣는데 성공하기도 해요 이때가 바로 개기월식이에요! 하늘에서 달이 사라지면,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냄비와 항아리를 마구 두드려요. 그러면 바쿠나와가 깜짝 놀라서 삼켰던 달을 뱉어 낸답니다.
바쿠나와 놀이
아시아의 몇몇 나라에서는 아이들이 바쿠나와와 달을 흉내 내는 놀이를 해요. 한명이 달의 역할을 맡고 다른 아이들이 서로 손을 꼭 맞잡고 달 주변을 에워싸요. 그런 다음 바쿠나와 역할을 맡은 술래가 원 바깥에 서 있다가, 친구들이 맞잡은 손을 끊고 달을 잡는 게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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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멋진 자연경관은 모두 거인들의 작품이에요. 거인들은 산비탈을 따라 엄청난 크기의 빙하를 미끄러트려서 '피오르'라는 멋진 지형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그 주변에 달빛이 비치면 눈과 코, 턱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칠고 울퉁불퉁한 바윗덩어리를 남겨 두었지요. 노르웨이, 스웨덴, 아이슬란드의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들은 그 경관만큼이나 신비롭고 거칠어요. 그들은 언덕 아래, 성곽 안, 또는 꽁꽁 얼어붙은 호수 밑바닥에서 살아요.
<트롤> - 사람을 꾀는 괴물
트롤을 북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괴물이에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거인보다는 작지만 키와 몸집이 매우 커요. 얼마나 큰지 아이슬란드 연안의 바위에 걸터앉아 다리를 흔들거리면 발이 수심 75m까지 내려간다고 하지요!
이보다 몸집이 자은 트롤도 있지만 안심할수는 없어요. 그들은 강한 힘과 놀라운 마법 능력을 지니기고 있거든요. 작은 트롤은 사람들을 꾀어내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요. 문득 창문도 없는 언덕의 흙속이지요. 트롤에게 잡혀간 사람을 구할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언덕 근처에서 시끄럽게 종을 울리는 거예요. 그러면 트롤은 소음ㅇㄹ 참지 못하고, 사람을 집 밖으로 내던집답니다.
그런데 잠시라도 트롤과 함께 살았던 사람은 영원히 늙지 않아요. 그 결과 예전의 평범한 삶으로 돌아갈수 없게 되지요.
다행히 오늘날의 트롤은 예전만큼 위험하지 않아요. 머리가 더 나빠졌거든요. 만약 깊은 밤 트롤과 마주치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해가 뜰때까지 붙잡아 두세요. 트롤은 몸에 아침 첫 햇라이 닿으면 돌로 변해 버려요. 이렇게 돌이 된 트롤은 정원에 세워 두는 난쟁이 조각상보다도 쓸모가 없어요.
덴마크의 영웅 일루기는 대머리에 수염이 잔뜩 나고, 코털이 가득한 콧구멍으로 폭풍을 일으키는 트롤을 만난 적이 있다고 해요. 그런데 놀랍게도 이 트롤이 소녀였다고 하지요! 가끔, 정말 아주 아주 가끔, 이렇게 못생긴 트롤이 저주에 걸린 아름다운 공주나 멋진 왕자일 때도 있어요. 그러니 때로는 눈 딱 감고 트롤에게 입 맞출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해요. 물론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요.
트롤들의 대화
트롤은 머리가 영리하지도, 행동이 빠르지도 않아요. 그래서 자기들끼리 나누는 대화도 상당히 오래 걸린답니다. 한 예로 어떤 트롤이 "암소가 운다!"라고 소리쳤어요. 7년 뒤 다른 트롤이 대답했어요. "황소가 아니고?" 그리고 다시 7년이 지난 뒤 또 다른 트롤이 소리쳤어요. "계속 시끄럽게 굴면, 나 이사 가 버릴 거야!"
은혜갚는 트롤
만약 트롤 가족이 이웃집에 이사를 온다면, 친구가 되도록 노력해보세요. 그리고 밀가루나 소금이 있냐고 물으면 망설이지 말고 덥석 건내주세요. 트롤은 도움을 받으면 늘 두배로 갚거든요. 나중에 여러분이 빌려준 것보다 더 좋은 밀가루, 더 값진 소금을 듬뿍 가지고 온답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이브가 되면 골치가 조 아플 거에요. 트롤은 이웃들이 크리스마스 예배를 드리러 간 틈을 타 남의 집에서 신나게 파티를 열거든요.
일본
<바쿠>-인간의 악몽을 먹는 요괴
바쿠는 꼭 끔찍한 악몽 속에서 튀어나온 괴물같아요. 곰의 몸에 코끼리 코와 상아, 코뿔소 눈, 호아소 꼬리, 호랑이발까지, 여러 동물의 모습이 뒤죽박죽 섞여 있든요. 하지만 겉모습만 보고 바쿠를 오해하지 마세요. 바쿠는 악몽으로부터 여러분을 지켜줄수 있는 유일한 존재랍니다. 바쿠는 우리가 잠자며 꾸는 꿈을 먹고 살아요. 그중에서도 나쁜 꿈을 먹지요. 그래서 바쿠의 모습을 그린 종이를 배게밑에 두면, 무서운 괴물들에게 시달리지 않고 푹 잘수 있어요. 그런데 바쿠는 왜 이렇게 흉측한 모습을 갖게 된 걸까요? 그건 신이 다른 동물들을 만들고 남은 재료를 모아서 바쿠를 만들었기 때문이에요.
아프리카
아프리카는 두 발로 선 '인류의 조상'이 처음 등장한 대륙이에요. 이들은 말을 하고 서로 대화를 나누는 방법을 익혔어요.. 도구와 무기도 만들었지요. 그리고 나아가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대해 처음으로 질문을 던졌어요. 사람은 왜 죽는 걸까? 세상은 왜 이런 모습을 갖게 된거지? 왜 신은 우리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 거야?
그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수많은 질문을 품고 유럽, 아시아, 그리고 새로운 대륙으로 건너갔어요. 인류는 지금도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답니다.
이민자들과 함께 세계로 퍼진 아닌시 이야기.
아난시는 작고 영리한 동물이 크고 강한 동물을 이기는 이야기에 자주 등장해요. 1960-70년대 수리남이나 카리브제도 사람들이 유럽으로 이주함녀서, 아난시 이야기가 더 널리 퍼졌지요. 영국작가 닐 게이먼은<안난시 아이들>이라는 소설을 쓰기도 했어요.
이야기 지혜롭고 싶었던 아난시.
아난시는 자신이 영리하기는 하지만 지혜롭지는 앟다는 것을 잘 알았어요. 사람들을 속이고 골탕 먹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지만 누군가 '아난시, 사람은 왜 영원히 살지 못하는 거야?' '세상에는 왜 배고픔이 존재하는 거지?' 같은 질문을 하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거든요.
그런 질문들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아난시는 점점 더 괴로워졌어요. 빈 배를 채우기는 쉬웠지만, 지혜로 머릿속을 채울 수는 없었지요.
아난시는 이제 막 비운 조롱박 하나를 들었어요.
"집마다 돌며 박 안에 지혜를 넣어 달라고 부탁하자. 이 박이 가득 차면 나도 지혜로워질 거야!"
아난시는 마을의 모든 집에 찾아가서 지혜를 구했어요. 마을 주민들은 웃으며 기꺼이 지혜를 나누어 주웠어요. 다들 아난시가 이 지혜를 꼭 필요한 곳에 쓸 거라 믿고 기대했지요! 하루가 끝날 때쯤이 되자 아난시의 조롱박은 들기도 어려울 만큼 무거워졌어요. 아난시는 이제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생물일거란 생각에 뿌듯해햇지요. 하지만 이 박을 떨어트리면 지혜도 모두 사라질 테니 안전하게 보관할 곳을 찾아야 했어요. 아난시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키 큰 나무를 발견했어요.
"바로 저기야! 저 가지들 사이!"
아난시는 밧줄을 가져와서 조롱박을 배에 칭칭묶고 나무를 탔어요. 하지만 불룩한 조롱박 때문에 꼭대기까지 올라갈수 없었지요. 그때 아난시의 막내아들이 찾아와 나무 위를 올려다보며 물었어요.
"아빠 거기서 뭐 하세요?"
"지혜가 가득 든 박을 올려두려고 나무를 타고 있지!"
"그러면 박을 배에 묶는 것보다 등에 묶는게 더 낫지 않을까요?
그말에 아난시는 잠시 생각하다가 아들에게 말했어요.
"이봐, 아들! 코흘리개 어린이는 이제 집에 갈 시간이지 않니?"
아난시는 아들이 수풀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냉큼 조롱박을 등에 묶었어요. 정말 이게 훨씬 낫네요! 아난시는 나무꼭대기에 이르러 조롱박을 손에 들고 크게 외쳤어요.
"여기에 이렇게 많은 지혜를 담았는데도 난 여전히 어린아이보다도 지혜롭지 못하는 구나! 자, 지혜야! 세상으로 돌아가라!"
아난시가 공중에 조롱박을 흔들자, 그가 모았던 지혜는 바람을 타고 세계 곳곳으로 흩어졌어요. 우리가 오늘날 세계 곳곳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조차 지혜를 얻을수 있는 이유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