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테트리스처럼, 시내 주차난을 해결한 서울대생의 아이디어
[스타트업 취중잡담] 주차공간 관리 솔루션 ‘오토파킹럿’ 개발한 스타트업 프롭웨이브...인천, 광주 등 지자체에서도 써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청년들이 창업에 뛰어들며 한국 경제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취중잡담’을 게재합니다. 그들은 어떤 일에 취해 있을까요? 그들의 성장기와 고민을 통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탐색해 보시죠.
프롭웨이브 김승현 대표(25)는 서울대 재학 중 창업에 뛰어들어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도록 돕는 플랫폼과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김승현 대표 제공
추억의 게임 테트리스. 공백이 없도록 블록을 채워 넣는 것이 핵심규칙이다. 각기 다른 7가지 블록을 가로줄에 채워 넣으면 그 줄이 사라지며 점수가 올라간다. 테트리스처럼 정해진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빈 공간을 최소화하는 것에 몰두한 청년 창업가가 있다.
프롭웨이브 김승현 대표(25)는 서울대 재학 중 창업에 뛰어들어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도록 돕는 플랫폼과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프롭웨이브의 주차공간 관리 솔루션 ‘오토파킹럿’은 인천 송도, 광주 광산구 등 지자체에서 쓰고 있다. 2021년 연 매출 10억원을 달성했다. 김 대표를 만나 도심에서 벌어지는 테트리스 게임의 필승 비결을 들었다.
◇혼자선 할 수 없는 일
할아버지 영향으로 일찍이 부동산·건축에 관심을 뒀지만, 사업가로 꿈을 정했다. /더비비드
프롭웨이브는 프롭테크 스타트업이다. 프롭테크란 부동산(property)와 기술(technology)를 합친 말로 첨단 기술을 접목시킨 부동산 서비스 산업을 말한다. 프롭웨이브는 미국 부동산 솔루션 헬리패드(Helipad)에 이어 부동산 상담·데이터 가공 솔루션 집톡(Ziptok), CCTV 기반 주차공간 관리 솔루션 오토파킹럿(Auto Parking Lot) 등을 개발했다.
어려서부터 혼자가 편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다니던 학원을 관두면서부터 성적이 급상승했습니다. 혼자 계획을 세워서 스스로에게 잘 맞는 패턴으로 공부한 결과였죠. 전교 1등도 해보고 수학능력시험에선 한 문제만 틀렸어요.”
2016년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할아버지 영향으로 일찍이 부동산·건축에 관심을 뒀다가, 사업가로 꿈을 정했다. “할아버지께서 건축과 교수를 하셨습니다. 영국 국제인명센터(IBC)의 ‘20세기 뛰어난 학자 2000명’에 선정되셨을 만큼 건설기술분야에서 큰 족적을 남긴 분이세요.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건축이나 부동산에 관심은 많았지만 학자가 되는 데는 뜻이 없었습니다. 그보다 역동적인 활동이 저와 잘 맞았죠.”
힙합동아리 활동하던 모습. 그 외에도 법률, 토론, 경영 등 제대로 활동한 동아리가 10개는 된다. /김승현 대표 제공
2학년 무렵 혼자 온라인 쇼핑몰 사업에 뛰어들었다. “월 매출이 1억원을 넘을 만큼 잘 됐어요. 입점한 제품을 관리하고 고객 문의도 직접 응대했습니다. 하지만 혼자선 딱 거기까지더군요. 수업시간에 고객 전화받느라 들락날락하다 교수님께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내가 뭐 하고 있는 거지’ 싶었어요.”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을 절감하면서 동아리 활동에 심취했다. 힙합, 법률, 토론, 경영 등 제대로 활동한 동아리가 10개는 된다. 그중 4개 동아리에선 회장직도 맡았다. “가장 재미있었던 곳은 부동산학회와 창업 동아리였어요. 이 두 동아리가 결국 제 진로를 결정한 셈이죠.”
서울대학교 창업동아리 활동 중에 만난 안철수 의원. /김승현 대표 제공
주식투자나 금융에 관심이 몰리던 때 부동산 분야를 공부한다는 게 오히려 강점이 된다고 생각했다. “100억원대 종로세무서 부지 개발 안건을 학회원들과 분석하거나, 리츠·부동산펀드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에서 공개한 자료를 학회원들과 함께 분석하는 등의 활동을 했습니다.”
부동산 공부를 하면 할수록 의아한 지점이 있었다. “정보가 분명 많은데 다 흩어져 있는 게 문제였어요. 가령 아파트 시행사가 해당 부지 주변 분양가 정보를 알기 위해선 인근 부동산을 일일이 방문해 정보를 수집해야 했죠. 뉴스 기사를 찾아보면 부동산 데이터를 관리하는 기술이 많이 개발됐다고 하는데 현장에서 적용되지 않고 있었어요. 누구나 부동산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여러 길 파는 것 같아도 결국은 한길이다
프롭웨이브는 서울대 부동산학회와 창업동아리를 중심으로 출발해, 한양대, 중앙대, 연세대 등 명문대 출신 직원 20명이 모였다. /김승현 대표 제공
비전문가도 부동산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안고 2020년 9월 프롭웨이브를 세웠다. 부동산학회와 창업 동아리에서 만난 동료들과 함께 미국 부동산 관련 솔루션 헬리패드(Helipad), 부동산 상담과 데이터를 가공해주는 집톡(Ziptok)을 연이어 개발했다.
“헬리패드는 미국 부동산 관련 정보를 다루는 솔루션입니다. 미국은 우리나라에 비해 민간 업체의 부동산 매물 망 시스템이 더 보편화돼있다는 점을 파고들었죠. 틀을 갖춘 단계에서 미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가진 다른 기업에 운영권을 양도했습니다.”
집톡은 부동산 거래를 앞둔 사람이라면 흔히 느끼는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개발한 플랫폼이다. “부동산 시장 정보가 부족한 2030 세대를 겨냥해 세무사·공인중개사 등 전문가와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상담 서비스의 특성상 정량화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어요. B2B(기업 대 기업) 관련 아이템을 구상해보기로 했습니다.”
인구밀도가 높을 때 생기는 대표적인 문제가 주차난이다. /더비비드
시선이 옮겨간 곳은 도심 주차장이었다. “우리나라 인구밀도가 2020년 기준 1㎢ 당 516.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입니다. 일본은 334명, 미국은 33.6명에 불과하죠. 인구밀도가 높을 때 생기는 대표적인 문제가 주차난입니다. 특히 수도권에선 주차할 곳 찾느라 같은 골목을 몇 번씩 배회하기도 하죠. 빈틈이 없을 것 같지만 분명 있습니다. 그 빈틈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주차난을 해소할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문제의식에 착안해 2021년 상반기 약 6개월에 걸쳐 CCTV를 활용한 주차공간 관리 시스템 오토파킹럿을 개발했다. “AI(인공지능)가 영상을 프레임 단위로 분석해 물체의 위치를 추적하는 MOT(Multi Objection Tracking)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자동차가 어디에 오래 서 있는지,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를 빠르게 파악하고, 그 정보를 통해 주차공간과 보행로를 구분하죠. 시간대별 주차 수요를 파악하고 예측할 수도 있습니다.”
오토파킹럿은 CCTV 1대로 최대 수십 대의 주차 가능면을 확인할 수 있다. /프롭웨이브 제공
기존 주차관리 시스템보다 단가를 대폭 낮춰 이용자 부담을 덜었다. “많은 주차장들이 주차면정보제공시스템을 이용하는데요. 주차면 하나하나 마다 감지 센서가 필요해서 관련 설치비용만 1000만원이 훌쩍 넘습니다. 오토파킹럿은 CCTV 1대로 최대 수십 대의 주차 가능면을 확인할 수 있어요. 10만원대의 CCTV 설치비용과 월 30만~50만원대의 솔루션 이용료만 지불하면 됩니다. "
◇'그 할아버지에 그 손자’가 되기 위해
김문한 서울대 건축과 명예교수(왼쪽)와 김승현 대표(오른쪽). /김승현 대표 제공
도심의 고질적인 고충인 주차 문제를 겨냥한 덕에 오토파킹럿 출시 1년 만에 연매출 10억원이라는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주최한 2021년 AI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탔다. 인천 송도, 광주 광산구, 세종 스마트시티 등 지자체와는 MOU를 체결했고 주요 주차 업체들과 계약을 했다. 최근엔 도로교통공사도 오토파킹럿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학회 활동, 관련 창업 등을 하며 부동산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세웠다. “부동산은 공간, 금융 그리고 커뮤니티(사람)으로 구성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엔 ‘사람’에 관심을 많이 두고 있어요. 사람들의 생활양식에 따라 부동산 시장도 달라지니까요.
이와 관련한 플랫폼도 2월에 출시할 예정이에요.”
프롭웨이브에서 2월 출시를 앞둔 커뮤니티 플랫폼 슈슉. /프롭웨이브 제공
조심스럽게 블록체인에 대한 얘기도 꺼냈다. “블록체인을 엉뚱한 방식으로 쓰면 사기꾼 소리 듣기 십상이죠. 하지만 잘 활용하면 혁신적인 기술이 될 수도 있어요. 부동산 분야에 블록체인을 적극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학문으로 이름을 날렸던 할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세상에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창업가가 되는 게 목표다. “부모님께선 제가 할아버지처럼 뛰어난 학자가 되길 바라신 것 같아요. 이것저것 많이 한다며 저를 문제아로 보시죠. 할아버지께 부끄럽지 않은 손자가 될 겁니다. 학자가 아니어도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창업을 통해 세상에 유의미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더 나은 삶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