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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16일(금)~(2일째... Roncevaux~ Zubiri: 21.7km
순례자숙소: Ref.Municipal- '주비리' 공용 알베르게, 8유로)
아침 7시 30분경 불밝힌 성당 수도원 숙소를 나서니 사방이 어둑하다.
이곳 스페인은 아침 8시가 다 되서야 밝아온다는 것을 한참 시일이 지난후에야 알았는데
바로 '섬머타임'이 적용되는 기간이였다. 난 그것도 모르고^^...
작은 손전등을 비추며 소롯한 숲속길을 앞서가는 일행들을 따라가다 나혼자 천천히 걷기로 했다.
굳이 그들을 바쁘게 따라가야 할 이유가 없을 테니까...
어제 하루를 걷고나니 대강 그 길의 안목이 감이 잡힌다.
이곳 '산티아고 카미노'는 만남의 장이기도 하다.
세계 각국의 남녀노소가 모여 모두들 반갑게 인사하고 격려하며 즐거운 표정을 지어보인다.
'홀라'... '부엔 카미노'... '안녕하세요, 좋은 여행길 되세요'의 스페인식 인사말이다.
그들의 얼굴엔 늘상 웃음이 담겨있고 남을 배려하는 모습들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때론 문화의 차이인지라 비추어지는 행동들이 좀 버릇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곳 길을 걷는 사람들 처럼 서로 오가며 스스럼없이 반가운 인사를 나눌 수 만 있다면
세상은 참으로 더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론세스바예스' 성당 수도원에서 '라라소아나'까지 27km의 여정이다.
제주올레길을 걷는 속도로 천천히 걷기로 했다.
좁은 숲속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30여분을 걸었을까... 이른새벽의 먼동이 사위여들고 날이 밝아온다.
어느새 소롯한 숲속길을 빠져나오니 작은 동네 가운데에 아담한 바(Bar)가 보인다.
그곳에 들러보니 먼저 온 카미노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있다.
미소띤 여유있는 표정들이다.
나도 빵 두개와 따뜻한 우유(레체)한잔을 시켰는데 맛이 부드럽고 고소하다.
더욱이 그곳 미인 여사장의 웃는 얼굴과 미소가 단단히 한 몫을 한다^^.
다섯번째 셀요(스템프)를 그곳에서 받았는데 역시 그 재미가 쏠쏠하다.
아담하고 조용한 '부르구에테' 마을을 지난다.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 젊은시절의 '어네스트 헤밍웨이'가 이곳에 조용히 머물며 그의 작품을
구상했던 곳이라고 한다.
이젠 전설적 작가의 명성만이 머무른 채...
다시 길이 시작되고 아침햇살 가득 그길에 흩뿌려진다. 지금 한국은 오후 4~5시쯤 이려나...
'부르구에테' 마을에서 반시간 정도를 걸어와 어느 작은 '돌다리'가 신기하여 사진을 찍으려는데
마침 그곳에 도착한 외국인 두명이 그 돌다리에 올라서며 재미있는 죠크와 '치즈'하며
귀여운 표정을 선보여 서로 크게 웃었다^^.
잠시후 통성명을 하고... 이탈리아에서 온 '앨런'과 캐나다에서 온 '에릭'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둘이 처음 만나는 사이라는데도 십년지기처럼 친하게 보인다.
적막하니 아침풍경이 고요하다.
맑은 공기가 산뜻하다.
조금은 찬 기운에 옷깃을 여미여 걸어가고 있다.
'에스피날' 마을... 베란다와 창가에 놓여있는'제라늄'꽃 붉은향기가 나그네의 먼 발걸음을 유혹하는 듯 하다.
'주비리'에서 이곳까지 두시간(6.4km) 정도의 거리를 느긋이...
하늘이 푸르다.
누가 물들여 놓은 크레파스일까!
드넓은 목초지가 온통 초록 세상이다.
나란히 길을 걷는 어느 커플이 모습이 정겨웁다. 통성명을 했건만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곳에서 '찔레꽃 붉은열매'를 만나다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모양, 색깔이 한국에서 보는것과 꼭 같기만 한데...
오후 2시쯤 '주비리'에 도착하여 '라라소아나'까지 남은 거리를 살펴보았더니
겨우 200m라 그냥 '주비리' 공용 알베르게에 묵기로 했다.
숙소에 도착하여 그레덴시알에 셀요를 받고 숙박비를 지급한 후 방을 둘러보니 의외로 깨끗하고 널직하다.
(한국에서 오기전 공용 알베르게는 좀 지저분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근데 이상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쉬지는 않았지만 내나름 천천히 걸어왔는데 여섯시간만에 27km를...?
나중에 안 일이지만 5.3km를 더 걸어야하는데 그만 거리착오 실수를 한 것이였다.
덕분에 생장에서 만났던 한국아가씨들과 반갑게 재회를 했네요.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물빨래를 하고선 햇살가득한 한쪽 빨래줄에 걸어놓으니 기분이 상쾌하다.
그나저나 내일은 거의 40km 가까이를 걸어야한다.
저녁때쯤 알베르게옆 바(Bar)에서 마시는 생맥주 한잔의 맛이 정말 시원하고 부드럽다.
지금시간 저녁 7시 30분쯤... 외국인 카미노 친구들의 자유분방한 모습이랄까.
어느 활달한 아가씨가 그냥 팬티 차림으로 아무 꺼리껌없이 숙소를 막 돌아다닌다.
'서프라이즈(Surprise)!'... 문화의 차이^^...
'주비리'의 밤이 깊어간다.
첫댓글 고행의 길에서 깨달음을 얻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