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필로스 님 저는 미사 때 맨 앞자리에 앉습니다. 이 것도 다행인 게 새로 다니는 성당에는 늦게 와도 앞자리는 비어있습니다. 예의가 바르셔서 그런지 앞자리는 아무도 안 앉아 늘 저의 차지입니다. 행복합니다. 이전 성당에서는 할머니들과의 암투가 벌어졌었지요. 30분 전에 가도 늦었습니다. 자리를 차지했다고 하더라도 안심할 수가 없었지요. 지팡이라고 짚고 절뚝거리면서 앞자리에 떡 서 계시는 요량이라도 되면 깊은 관상에 빠져 탈혼 상태로 진입하지 않은 이상 눈치 때문에 더 이상 앉아 있기 힘들었지요. 생각을 되짚어보니 아련~합니다.
왜 사람들이 앞자리에 가지 않을까요. 물론 저도 뒤에서 미사 드릴 때도 있습니다. 직업상 연락받을 곳이 있을 때는 그렇습니다. 다른 분들도 다 그런 사정이실까요. 모르겠습니다. 저는 앞자리를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뒤에 안 보인다고 뭐라고 하셔도 할머니들이 비켜달라고 하시더라도 안 하고 싶습니다. 못됐다. 나쁘다고 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저는 좋습니다. 거룩한 미사시간에 제대에서 눈을 떼고 싶지가 않습니다.
제가 미사 때 앞자리에 앉기 시작한 계기는 이렇습니다. 콘서트에 가보지는 않았지만 티켓이 앞자리부터 비싸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로얄석이라고 하나요. 그렇다면 하느님께서 제대에 계시다면? 어떨까요? 저는 전능하신 분이 미사를 통해 재현되고 있는 모습을 구경하듯이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열두 해 동안이나 하혈하는 여자는 그 숱한 군중 속을 헤집고 들어가 예수님 옷자락이라도 만지려는 마음에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매 미사 때마다 제물이 되셔서 우리에게 먹히시러 오시는. 우리의 몸으로 들어와서 함께하시려는 예수님의 모습을 뒷사람에 가려 분심 들면서 집중력 없이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좀 극성적으로 말씀드렸지만 그렇게 할 일이 아니라는 마음이 저에게 일어서 그렇습니다.
테오필로스 님 미사시간에 앞자리는 비싸지 않습니다. 심지어 무료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유언과도 같이 말씀하셨던 '너희는 먹고 마셔라' '이는 내 몸이다.'라고 하신 생생한 순간을 진심으로 함께 하고 싶습니다. 말하자면 정성을 쏟고 싶은 마음이 맞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신앙 선조들이 스스로 하느님을 알아 그 모진 박해와 고생을 목숨과 바꾸시면서 지켜오신 신앙입니다. 오늘날 성당 간다고 죽이지는 않습니다. 피로인한 박해 없이 아주 편하고 안전하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우리들. 편하고 좋을 때 하느님께 더더욱 정성을 다해 섬깁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