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수록 어려운 우리말
김철교(국제PEN한국본부 부이사장)
인간에게 언어가 가장 중요하다. 요즘처럼 사회가 흉흉하고 거칠어진 것은 말과 글이 어지럽고 오염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정치판에서부터 오염된 언어는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는 사실이 매우 우려스럽다.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국민이 투표를 통해, 저급한 말과 후안무치한 거짓말이 난무하는 정치권을 정화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요령부득한 글들이 SNS를 통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어 이미 인구의 다국적화에 앞서 언어가 다국적화 아니 무국적화(無國籍化) 되어가고 있는 느낌을 버릴 수 없는 현실이다. 지구상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외계인들의 언어가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이니 말이다. 특히 외국어 트라우마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SNS나 광고판에 쏟아내는, 한글로 표시된 외국어를 보면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날 뒷산을 오를 때 현수막을 보고,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려견 펫티켓’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한참을 생각하다가 ‘반려견 예절’이라고 썼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 저것을 쓴 사람은 중고등학교 다닐 때 영어 트라우마에 걸렸기 때문일 거야’라고 아내에게 웃으며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화장품 회사의 제품 소개 홈페이지에 가면 더 가관이다. 우리말에 적당한 단어가 없으면 몰라도, 능히 아름다운 우리말로 쓸 수도 있는 단어들조차도, 어거지로 외국어를 선택해서 그것도 한글로 표기하고 있다. 차라리 “원어로 표기했으면 이해가 쉬웠을 것”이라는 나의 주장에, 아내가 ‘그런 말을 하면 꼰대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글 쓰는 것을 일상으로 삼고 있는 나에게조차도, 글을 쓰다 보면 우리말이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특히 산문의 경우, 대화 같은 인용문이 아니면 철저하게 문법을 지켜야 한다. 언젠가 단편소설집을 출간할 때, 내가 몇 번이나 컴퓨터 프로그램 등을 통해 교정을 보고 출판사에 넘겼고, 출판사에서도 교정을 마쳤는데, 평설을 부탁하느라고 국어를 전공한 친구에게 넘겨주었더니, 여러 군데 문법적 오류를 지적해준 적이 있었다. 너무나 당연하게 쓰던 단어인데 지적을 받고 보니 소위 작가라는 나는 부끄럽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공식 문법에 맞지 않지만, 용인되는 단어와 띄어쓰기도 있다. 특히 시(詩)에 있어서, 문법 규칙과는 달리, 어디서 띄어 쓰느냐에 따라 호흡이나 분위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표준어를 쓰면 의미의 혼선이 올 수도 있다. 나는 특히 ‘바람’과 ‘바램’을 구분해 쓰는데도 출판사에서 바램이라고 쓰면 바람이라고 바꾸어 놓는다. 노사연의 노래 제목에서 <바램>을 ‘바람’이라고 바꾸면 어떻게 될까? 내용을 다 들어보기 전에 제목만 보면, ‘소원’의 뜻이 아니라, 언 듯 ‘바람이 분다’는 물론이고 때에 따라서는 ‘바람난다’는 뜻으로 오해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말 중에는 앞뒤 맥락을 짚어보지 않고 거두절미하고 들으면 오해할 수 있는 말도 많다.
시간과 장소에 따라 뉘앙스도 달라지는 것이 언어이고 특히 우리말이다. 올바른 언어 교육과 훈련이 사회를 아름답게 하는 한 가지 방법이겠다. 이 글을 다시 읽어보니 외래어가 제법 있다. 그러나 이 정도는 용인되지 않을까 싶어 그대로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