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혹當惑
-만남은 헤어짐의 그림자를 낳는다-
김인구
헤어짐은 만남의 그림자
태양을 향하면 그림자가 없고,
땅거미 뒤, 카페 가스등이 그림자를 만들면 때쯤
사람은 당혹(當惑)한다
퇴근 후, 흑맥주 한 잔 카페
이별한 자는 가스등을 외면한다
낯선 것은 빛을 짊어지지 못하여
보지 못한 그림자 아니고
일어날 일은 시작부터 있었던 시간이다
가스등은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다
만남은 그림자를 목표로 하지 않아서 좋다
기억에 없는, 어머니가 아들에게 주는 만남과 그 그림자
헤어짐은 만남의 그림자
시간이 그림자를 만든다
만남은 작별의 그림자를 가진다
만남의 심박수 높이고, 눈 아픈 설렘의 하얀 밤 만들어도
헤어짐은 아픈 가슴으로 남고,
사람은 헤어지는 만남을 지운다
헤어짐은 만남의 그림자
시간이 그림자 만들면, 만남은 동반同伴하고,
이별은 낯선 것 아니다 다만, 시간이 낯설다
낯선 시간에게 눈인사 보낸다
당혹한 사람이 태양의 반대편을 볼 때쯤
시간은 내 옆에 서고
만남은 시간과 동행, 헤어짐을 향해 간다
만남은 헤어짐을 목표로 하지 않고
문득, 난 사람의 시간을 떠나보낸다
마을버스
김인구
밤의 끝자락으로 시작하는 하루는 설렌다
직각 삼거리, 모퉁이 다가오면
급한 마음,
마을버스 지나가는 조바심이 나고
삼거리 가운데 서면 지겨움이 다가온다
기다림 먼저인 사람 하나면 좋고,
내가 기다리는
처음 보고 대화 없는 사람도 하나, 둘…
여유가 있는 빛 틈이라 좋다
하루 첫 대화
결제를 알리는 은빛 음성
어제와 같은 좌석에 앉아
버스 창밖의 일출을 기다린다
마을버스는
줄어드는 좌석을 따라 흔들림이 심해지고
꾸벅 꾸벅…
요람이 된다
중간 어둠은 빛에 물들어가고
여명,
빛이 버스 안을 물들이면,
이미 창밖은 눈부시고
그 때쯤 은빛 음성은 작별한다
빛 틀, 첫 걸음
다음 사람을 기다리는 많은 초 시간
사무실 가장 먼저 도착한,
게으른 생계를 위한 시작은 고요하다
미명, 하루 첫 숨결
사십 년 전 이만섭의 웃음 속에서 들려오는
인생은 미완성
그 미완성의 시간이 옆에 선다
오늘, 미완성은
내일 완성이 되지 않는다.
오늘과 내일의 미완성은 평행선
서로를 향해 가지 않고
삶의 의무
이 빠진 동그라미를 향한
완성 없는, 끝나지 않은 여행
나는 접점을 향해 내일 밤 끝자락
설레는 길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