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368
동봉
"'해돋이日出', '해넘이日沒'
매우 사실적인 말이야!
눈에 보이는 대로 표현했으니까."
과학에 한참 재미를 붙인 아들이
아빠의 중얼거림에 한 마디 합니다.
"아빠, 해는 돋는 것도 지는 것도 아니예요."
아빠가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그럼 뭐라고 해야 할까?"
"지구 자전에 따라 생기는 현상이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과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게
아빠로서는 실로 대견스러웠습니다.
"그래, 아들! 지구가 도는 게 맞아!"
영어로는 뭐라 하나요?
해돋이를 선라이즈Sun rise
해넘이를 선셋Sun set이라 합니다.
다른 말로는
선업Sun-up
선다운Sun-down이지요.
지는 해를 바라보며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어! 해가 지고 있네!"
솟아오르는 해를 보고는
"벌써 해가 돋았어." 라고 합니다.
해가 '지고 있다'는
진행형의 표현 속에는
아위움과 여운이 남아 있고
해가 '돋았다'는 말은
'돋다'라는 동사가
과거분사로 표현된 것입니다.
이를 영어에서는
셋팅선Setting Sun으로
선리즌Sun Risen으로 표현합니다.
셋팅은 킾keep처럼
어떤 움직임이 계속 유지됨이고
리즌/라이즌은 동작의 완료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한 지 사흘이 지났지만
우리는 지나온 시간에 대한
여운을 안고 살아갑니다.
칼로 무를 자르듯
완벽한 단절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새해를 맞은 지 사흘째,
오늘도 해오름을 바라보며
진작 솟아있었던 듯 표현합니다.
과거 시간과의 연결을
은근히 내재시키고 있습니다.
과거와의 완전한 단절이 없듯
오늘 솟아오르는 해는
어제의 그 해입니다.
그러나 시간은 다릅니다.
어제의 시간이 이어지지만
오늘은 오늘의 시간이 있습니다.
불교의 삼세론
이어짐이면서
또한 새로움이지요.
지구가 자전하는 현상!
과학적 표현도 나름대로 좋지만
어떻습니까?
'낙조落照'나 '해오름'처럼
서정적인 표현도
꽤 멋지고 아름답지 않습니까?
01/03/2016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