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 20. 고양이 배의 온도
공모사업에 선정이 되어 협약식에 참석하기위해 서울을 가야했다
ktx역이 있는 부산역이나 물금역, 울산역 모두 버스와 지하철로 2~3번 환승을 해야한다.
물금역과 울산역으로 가는 전용버스의 배차시간은 교묘하게 ktx 출발시각을 비껴간다.
대중교통 이용자들의 편의와는 상관없는 배차시간표!
분명한 의도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입에서는 구구단이 튀어나왔다 2*9. 3*6, 6*3. 9*2
혼자서 타지에 갈 때에는 예매를 하지 않는 편이다.
예약해 놓는 순간부터 불안증이 올라오는 성격이다.
대부분의 경우 반환표를 구할 수 있었다.
답답한 좌석보다 통로쪽 간이 좌석이 넓고 바깥풍경을 바라다 볼 수 있다
뭔가를 우적거리며 씹어대기도 편하다
여유있게 부산역에 도착했다.
조그마한 울산역을 이용하다 거대하게 느껴지는 부산역에 오니 낯설고 쫄렸다
나의 이웃 이주민들이 한국에서 모든 것이 처음이었을 때 기분은 어땠을까?
판매기에서 반환표 찾기 귀찮고 간식도 먹을 겸 입석을 끊고 기차타는 곳에 일찌감치 내려왔다
계속해서 srt만 오길래 뭐지?
에스켈리이터 수리하시는 분들에게 물어보니 오늘 처음 일하러 왔다고 하신다
매점에 들러 졸고 계신 사장님을 깨웠다.
ktx는 8번이라고~
나원참! 촌사람 부산와서 많이 헤매는 구나
나 오늘 시트콤 몇편 찍을려나?
5분정도 남아 있어 ktx 타는 곳으로 건너가서 승차를 했다.
승무원이 표를 보자하여 영수증을 내밀었다.
승차권이 안나와서 입석은 영수증만 나오는 줄 알았다.
기계하단에 나온다는 것이다
영수증은 안되고 승차권이 없으면 표를 다시 끊어야한다고 여러번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5만원이 넘는 승차권을 ?
다행히 마일리지 적립을 위해 코레일회원번호를 입력해두어서 인터넷 영수증도 보여줄 수 있었다.
소심한 내가 이상하리만치 차분하고 물러섬 없이 주장했다.
승무원이 봐준다는 식으로 돌아섰다.
와~ 기가 약한 사람은 승무원의 기세에 다시 발권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야~ 우리 소심이가 오늘 웬일이냐? 최저시급으로 5시간 가량 일을 해야하는 돈이라서 그랬다!!
통로 건너편 빈자리 주황색잠바를 입은 여인이 이 상황에 끼어들었는데
어~ 소심이 아이가? 노안으로 안경을 머리에 끼고 주먹만한 핸드폰으로 영수증 확인에 여념이 없던 나는
젊은 시절 함께 했던 지인의 목소리를 기었해냈다.
어~~대박~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만나다니~
황태포에 뻥튀기를 나눠먹으며 그녀가 내리는 역까지 추억을 씹고 지인들의 투병소식에 한숨을 삼켰다.
공공부분 노동자들이 출연한 기금으로 지원을 받게 되었다. 협약식에서 만난 이사장은 내가 사는 지역 노동자들을 만나러 여러차례 오셨던 분이다. 강의가 제법 구수하고 이해가 쉬웠었던 기억이 난다. 인연이 끊어진 것 같다가 다시 이어지는 구나.
내려오는 ktx역에서는 4인석에 꼼짝없이 앉게되었다
내리는 순서대로 좌석을 바꿔앉았다
대화를 나누진 않았다.
술향기 뿜뿜나는 초로의 남성은 연신 미안하다며 마스크에 손수건까지 깔았다가 줄곧 바깥통로에 나가계셨다.
앞자리 건장한 초중년의 남성은 벽돌크기 배터리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는 사그러져가는 나의 핸드폰과 태블릿의 수명을 연장해주었다.
링거줄을 단 덕분에 접속이 줄곳 끊기는 ktx wifi 심술에도 인내심을 달달 긁어모아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다.
기차안 공기를 에탄올로 갈아끼워 질식사 직전까지 가게했던 초로의 남성이 먼저 일어섰다
"미안합니데이~ 술을 많이 무~가~ 잘 들 가이소~"
그 다음 남성이 일어나며 살며시 "살피가이소~"
수류탄만한 배터리는 가방에, 벽돌만한 배터리는 호신용으로 운동삼아 들고 다닌다는 무기가 필요없을 만큼 건장한 남성이 내리며
"언제 또 어떤 인연으로 만날지 모르지만 다음에 또 만나면 인사하입시데이~"
서로 이야기를 나눈 것도 아닌데~
다들 초면에 잠시 앉았다가 가면서도 인사를 건넨다 잘 가시라고
윤석열과 극우세력들이 국민들간에 분열을 꾀하고 있는 때에
일상은 아직 무심히 예의있고 은근히 다정한 사람들의 힘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당일 공유된 토론회가 때마침 고민하는 내용과 닿아있었다.
도착 시간과 얼추 맞아 참석할 수 있었다.
청년들이 많이 보였다.
또록또록한 의견들을 들으며 나의 생각과 연결해보았다.
성깔있고 외로움 많이 타는 고양이가 집에 있다. 걸음이 좀 빨라진다. 무릎위에 고양이가 또아리를 튼다.
오늘 하루의 온도는 고양이 배의 온도와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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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배의 온도
희망통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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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25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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