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속음식점「토담골」과 카페「아카비아」
일요일 아침이다. 어제 밤에 아들아이가 늦게 들어와 잠을 자지 못한 까닭일까, 아내가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부지런을 떨어 깨운다는 것은 염려스러운 일이다. 아침 8시쯤 서울대공원 호수를 한 바퀴 돌고 오는 일을 하고 있을 시간인데 망설이고 있었다.
밤 11시나 되어야 회사에서 퇴근하는 딸아이 점심이나 사줄까하여 겨우 얻어낸 약속이 아침 10시였지만 막상 깨우면 한참 후에야 일어나곤 하였다. 9시쯤 일어나 소파에 앉은 아내를 본다. 아들아이를 탓하며 TV를 켜고 반쯤 감긴 눈으로 바라본다.
선식으로 타서 먹고 나선 시간은 12시가 넘어서였다. 밖으로 식구들과 함께 나선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 즐거움을 위해서는 참고 노력하는 과정이야 어떻든 간에 같이 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별일이 없으면 이라는 조건에 한해서 말이다.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미안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차를 몰고 88대로로 접어들었다. 중부고속으로 들어서 얼마 안가면 경안 광주IC가 눈에 들어온다. 나오자마자 바로 우회전하여 달리다 다시 우회전하여 천진암 방향으로 가다가 양평방향으로 좌회전하면 카페와 식당들이 사람들을 기다린다. 계속 가다보면「토담골」이라는 한옥기와로 지어진 멋스런 토속음식점이 있다.
한두 번 와본 곳도 아니고 자연스레 입구 주차장에서 내려 신청하니 20분 기다리라는 지시에 따라 건너편 마루에서 녹색 정원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기다리는 사람들과 함께 어색하지 않다. 흐린 날이긴 해도 나무 사이의 바람이 시원하다. 약속대로 시간이 되니 우리를 불러주었다. 잠시 기다리면 음식이 들어온다. 맛깔스런 나물류와 야채, 된장찌개 그리고 육류와 생선이 고루 나온다. 음식을 잘한다고 알고 있는 몇 단골집 중에 한 곳이다. 맛이 있고 짜지 않게 잘 나온다.
다 먹고 나서도 밥을 숟가락으로 사발에 담고 남은 돌솥에 물을 부어 누릉지를 불렸다가 구수한 숭늉을 만들어 마신다. 이어서 식혜로 마무리되는 식사였다. 가리는 게 많은 딸아이도 나와서 먹는 식사는 잘 먹어 보기가 좋다.
자리를 내주고 나서 커피를 한 잔 뽑아 건너편 작은 마루 칸에 앉아 벽에 기대어 자연 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쾌적함을 만끽하며 즐겨본다. 음식점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보기도 하면서 담소를 나열한다. 음식점에 갈 적에는 고속도로를 탔지만 집으로 돌아갈 때는 국도로 달려 남한산으로 들어가「아카비아」카페를 들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다가 토마토 축제기간이라며 프랜카드로 홍보바람에 사 넣었고 좀 더 달리다가 호박고구마를 샀다. 45번 국도가 중부고속으로 가느라 무척 막혔다. 나오다가 서울 하남 방향 이정표가 보이는데 처음 만나는 것은 45번이고 그 다음이 43번이다. 남한산으로 갈려면 43번이다. 막힘이 없이 쏜살같이 달릴 수 있는 길이다.
「아카비아」카페는 도로 옆에서 경사 길로 우회전을 급히 꺾어 올라가야했다. 숲이 우거진 카페 주변 자리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실내에서 에어컨 바람을 맞느니 야외에서 자연바람을 맞는 게 낫다고 생각해 밖에서 자리를 잡았다. 딸아이의 건의로 팥빙수 하나에 비엔나커피와 카프치노커피 한 잔을 시켰다. 바람은 시원하고 편하게 우리를 맞아주었다.
사람들은 많은데 조용조용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뭇잎사귀 색깔이 아직도 연초록을 유지하고 반기듯 웃어주었다. 여유로운 시간이 달콤한 빙수와 부드러운 커피 맛으로 즐겁게 만들었다. 올 때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카페의 모습에 새롭기만 하였다. 햇살을 가리고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주는 정성이 고마운 것이다.
내가 없이 그냥 그곳에 나를 맡기는 만큼의 시간이 여유를 만끽하도록 즐거움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커피 값이 다소 비싸긴 해도 그 즐거움의 댓가를 지불한다는 생각이 나를 편하게 한다. 마음먹기에 따라 세상은 얼마든지 아름답고 즐거울 수 있다는 말을 실감하게 하는 카페「아카비아」가 오늘도 나를 불러주었다. 그리고 피로를 씻어내는 휴일로 만들어주었다.
돌아오는 길을 막힐까봐 걱정하였으나 세곡동사거리 앞을 지나는 길로 시원스레 달렸고 남태령 고개를 올라 사당역을 지나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 일과란 지내놓고 보면 짧기만 하다. 그러나 어떻게 보냈는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마음을 편하게 갖는 일이 무엇 보다 소중한 것이 아닐까?
2010년 6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