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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 성지 경주에서 ‘천도교 어린이운동’을 되살리며
“ 어린이는 한울입니다! ”
동학 성지 경주에 어린이 운동의 선구자 방정환 선생의 이름을 딴 ‘방정환한울어린이집’(경주시 현곡면 가정리 65번지 1층)이 지난 9월 개원했다. 수운 최제우선생의 생가이자 득도 장소인 용담정에서 멀지 않은 이곳에서 동학의 중심사상인 ‘사람이 한울’이라는 인내천 정신에 바탕하여 ‘어린이를 한울’로 모시고, 생명공동체 교육과 숲 생태교육을 실천하게 될 것이다.
설립취지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요 희망이다. 그런데 골목마다 넘치던 어린이의 고함소리, 웃음소리가 언젠가부터 사라져 버렸다. 놀이터에서도 신나게 놀고 있는 아이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중매체와 전자기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폭력과 음란물에 노출되어 황폐해지는 아이들, 어른들의 욕심 때문에 아동기를 빼앗기고 영악한 어른 흉내를 내는 어린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조기교육의 열풍과 경쟁 위주의 교육,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에 아이들이 멍들어 가고 있다. 아이들은 인성교육은 커녕 안전과 건강한 먹을거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들여다보면서 소파 방정환선생의 교육관에서 그 해법을 찾아보고자 했다.
일제강점기라는 그 암울한 시기에 우리 겨레의 희망을 어린이라고 본 소파 방정환선생은 천도교 인내천(人乃天)사상에서 출발하여 2세 교조 해월 최시형선생에 이르러 ‘아이를 때리지 마라. 아이를 때리는 것은 한울을 때리는 것이니 한울이 싫어하고 기운을 상하는 것이다’라고 하는 새로운 어린이관을 이어받아서 어린이운동을 펼쳐나갔다.
소파 방정환선생은 1923년 5월 1일 제1회 어린이날에 ‘어린이들을 윤리와 경제 압박에서 해방시켜 고요히 배우고 즐거이 놀기에 마땅한 가정과 사회를 만들자’고 선언했다. 어린이를 자기의 물건같이 여기지 말고 새 시대의 새 인물인 것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희망을 위하여 내일을 위하여 어린이를 잘 키우자고 호소했다.
그 선언이 나온 지 100년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우리 어른들이 새겨야 할 내용으로 남아있다. 방정환선생의 뜻을 오늘에 맞게 되살려 내야할 이유가 지금도 충분하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곳까지 와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방정환한울어린이집 만들기가 시작되었다.
설립 목적
앎과 삶, 지식과 지혜, 종교적 수행과 사회적 실천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동학의 세계관은 오늘의 교육 현실을 제대로 보게 하는 지침이 된다. 오늘날 대부분의 공교육은 지혜가 아닌 지식을 전달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린이교육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이에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교육적 환경을 동학의 교육철학을 기반으로 만들어 가고자 한다.
방정환한울어린이집은 소파 방정환선생이 어린이운동의 모태로 삼은 동학 천도교의 인내천 사상을 통하여 사람의 본성을 회복하고 한울세상을 만드는 생명평화 운동에서, 유아교육의 실천 방안을 찾으려 한다.
세시와 절기의 놀이, 먹을거리 문화를 중심으로 자연과 합일되는 천지부모(天地父母)를 공경하는 태도를 갖춘 어린이를 양성하고자 한다.
경천(敬天), 경인(敬人), 경물(敬物)의 삼경사상을 모체로 한 생태적 배움, 어린이 인권 도모를 위한 상생과 영성, 흙과 생명 살림농사, 공동체적 삶의 양식을 추구하면서, 인류와 온 생명의 평화에 기여하고자 한다.
소파 방정환 선생은 서구 근대교육을 극복하고 우리의 전통을 중심으로 어린이를 가르침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이미 그 자체로 재능과 소질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로 존중한다. 이런 선생의 생각을 계승하여 방정환한울어린이집은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보육이념으로 아이들을 만나고자 한다.
첫째, ‘모심’이다. 교사와 아이들을 한울로 존중하는 ‘모심’의 정신에 입각하여, 아이들이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소중히 아끼고, 주변의 사람과 모든 생명을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둘째, 스스로 자람을 돕는다. 어린이가 어른의 일방적인 가르침에 따라 만들어지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를 사랑하고 자율적으로 살아가는 존재임을 깨닫게 한다.
셋째, 생태환경 중심이다. 텃밭에서 식물과 교감을 느끼며 직접 안전하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재배하면서 인간과 자연이 공존 상생하는 생태중심 교육을 지향한다.
넷째, 공동체 생활을 한다.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공동체,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지역공동체, 자연과 함께하는 생명공동체를 지향한다. 이를 통해 경쟁보다 협동이 중요한 삶의 가치임을 일깨워 나간다.
다섯째, 몸․마음․영성의 조화를 지향한다. 이성과 감성, 정신과 육체, 지성과 영성이 조화롭게 발달하여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준비과정
방정환한울어린이집은 천도교 한울연대가 2013년 동계수련회를 통해 제기한 교육문제를 2014년 핵심 사업으로 선정하고 추진위원회 구성하였다. 공부모임을 통해 어린이집 설립방향을 잡고 사업계획서를 만들어서 추진해가면서 성공적인 어린이집 설립을 위하여 ‘21일 새벽기도’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7차에 걸친 새벽기도를 마치고, 지난 11월 24일부터는 ‘49일 새벽기도’로 확대하여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해가는 힘을 기도 속에서 찾아가는 중이다.
9월에 어린이집 개원을 목표로 우선 교육 공간을 마련해야 했다. 기왕 동학 천도교의 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라면 경주에서 시작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모아서 경주 용담정 근처에 건물을 임대했다. 이후에 생태어린이집의 모습을 갖추기 위한 환경을 만드는 작업이 시작되었는데, 몇 차례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생태건축을 하고 있는 좋은 목수님을 만나면서 공간 구성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문제는 예산확보였다. 이 문제를 한울연대 내부 회의와 워크샵을 통해 준비를 해가며 우리의 취지와 목표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이 뜻에 동참할 사람을 찾아 나갔다. 홍보지를 만들고 보도 자료를 만들어 각 언론에 호소하고, 천도교 교당과 연원조직을 찾아서 ‘방정환한울어린이집’을 알리기 시작했다. 조금씩 호응해주는 사람들이 생기고 예산 1억을 만들어 가는데 힘을 보태주었다. 어린이집을 개원하기까지 예산 1억을 만드는 과정에서 130여명의 후원자가 생겨나는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 밖에도 자발적인 노동후원으로 공사현장에서 땀을 흘려주었다. 또한 컴퓨터, 커튼 등 물품후원이 이어졌다. 공사비 결재를 두고 곳간이 비어갈 때 마다 꼭 필요한 만큼 채워주는 후원자들의 거룩한 정성으로 방정환한울어린이집이 탄생했다. 어린이집으로 들어가는 현관문을 열면 제일 처음 만나는 것이 한 벽면에서 천정으로 이어지는 나무와 가지를 본다. 그 가지마다 매달린 동그란 나무토막에 후원자들의 이름이 적혀있다. 그 많은 사람들의 기운과 정성이 결집되어 만들어진 어린이집이기에 그 기운이 내내 아이들을 지켜줄 것이다. 그리고 운영을 하다보면 마주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을 극복해내는 힘이 될 것이다.
환경구성과 프로그램.
마당에는 아이들이 맘껏 흙 놀이를 할 수 있도록 흙을 깔았다. 그리고 커다란 흙 동산과 동굴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그 동굴 속을 드나들면 놀이를 한다. 흙 동산의 흙으로 두꺼비집도 만들고 밥과 반찬을 해서 소꿉살림도 한다. 흙 동산 곁에 있는 커다란 바위는 평상이 되고 그 주변으로 나무 의자를 박아두었다. 나무울타리 위에는 작은 풀꽃들을 심을 수 있는 좁고 긴 화단을 만들었다. 봄이 되면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줄 꽃들이 피어날 것이다. 마당 한 쪽에 닭장도 생긴다. 마을 어른이 닭을 두 마리 분양해 주기로 했다. 아이들은 꼬꼬닭과 이야기를 나누고 먹이를 주면서 함께 커 갈 것이다. 건물 벽 오른쪽으로는 텃밭이 있다. 마을 어른이 경작하는 밭인데, 따뜻한 봄이 오면 그 텃밭에 작물들을 심을 수 있도록 허락해 주었다. 인제 아이들은 작은 농부가 될 것이다.
방정환한울어린이집을 처음 구상을 할 때 숲 생태어린이집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자료를 모으면서 우리는 실내에서 뭔가를 가르치기보다 매일 나들이를 하면서 자연 속에서 스스로 배우기를 바랐다. 그렇다면 매일 나들이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있어야 한다. 지금의 장소를 선택할 때 그 조건이 우선되었다. 어린이집 근처에는 야산이 있고, 용담정(천도교유적지-숲과 계곡이 있다), 저수지, 들판, 과수원, 계곡 등이 있다.
지난 9월 어린이집 문을 열었고 아이들은 매일 아침 나들이를 간다. 겨울 들판에서 논둑을 걸으면 몸의 균형을 잡고, 가을걷이를 하고 남겨진 고구마를 발견하고 환호성을 지른다. 고구마를 캐다 만난 튼실한 지렁이와 한참동안 친구가 되기도 한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서 3살 아이도 아주 씩씩하게 모험을 즐긴다. 오히려 5살 언니보다 더 두려움 없이 엎어지고 미끌어지면서 비탈길을 오르고, 차가운 물에 장화신은 발이 빠지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탐험을 한다. 이미 아이들 속에 세상을 살아갈 모든 정보가 내재되어있음을 확인하고 감동하는 순간이다. 비가 오면 비를 만나고, 쌀쌀한 바람에는 스스로 옷을 여민다. 어떤 날씨도 나들이를 멈추게 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자연으로 자라고 있다.
방정환한울어린이집의 특징을 하나 더 보탠다면 할머니 선생님 혹은 방울들(자원활동가)이 함께 한다는 것이다. 나들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선생님도 할머니 선생님이시다. 어릴 때 산과 들에서 놀았던 경험을 되살려 내며 아이들을 그 놀이의 세계로 안내한다. 연륜과 경험을 고스란히 녹여내어 부모에게서 모자란 그 2%를 채워주면서 자연스레 3세대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제 우리 아이들이 머리가 하얀 할머니 선생님을 따라 마을길을 나서면 동네 사람들이 먼저 알아본다. 아이들 웃음과 조잘거리는 목소리가 동네 어른들에게 기운을 돋운다.
생태어린이집을 만든다고 할 때 사람들이 물었다. 어떤 프로그램이 있냐고. 그 물음에 답을 하자면 방정환한울어린이집에는 프로그램이 없는 프로그램이 있다. 매일 나들이를 하고 마당에서 놀고 텃밭에서 농사를 짓는 모습들을 프로그램이라는 틀 속에 넣기에는 너무 제한적이다. 날마다 새로운 그 공간들에서 일어나는 모든 경험들이 우리의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방정환한울어린이집의 차별화는 교사에게 있다. 그 환경을 볼 수 있는 생태적 식견과 자연환경 속에서 변화하고 성장하는 아이들을 관찰할 수 있는 눈을 가진 선생님, 아이들은 본래 영성적 존재로 스스로 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을 가진 선생님이 필요하다. 이것이 방정환한울어린이집이 끊임없이 노력하고 성찰해야 할 지점이고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가야할 중심 과제이다.
마치며
여전히 만들어가야 할 것들이 많다. 날마다 나서는 나들이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지 않고 자연스레 스스로 배우게 하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 자꾸 설명하려 들거나 재촉하며 목적을 드러내고 싶어 한다. 교사는 기존의 틀을 깨고 나와야 한다. 그래서 힘들고 아프다. 교사가 행복해야 한다는 명제를 거스르는 건 아닌지 또 살피게 된다. 그래도 더듬어 길을 내는 일을 기꺼이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으니 다행이다. 130여명의 후원자들의 정성에 힘입어 한 발 한 발 작은 걸음을 나서고 있다. 운영비 문제도 크다. 적은 숫자의 아이들로 필요한 경비를 만들어내기란 앞 뒤 계산이 맞지 않는다. 돈으로 가치를 환산하지 않고 나눔과 협동으로 돈의 가치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것들을 열심히 찾는 중이다. 그 길이 험난해도 시천주(侍天主)하였으니, 맡기고 가볼 따름이다.(최경미)
2014. 11월<이젠 녹새불교>에 보낸 원고
첫댓글 너무 감동적이다 ᆢ
대다나다~
잘봤습니다. 명창입니다..
처장님이. 젤. 증인이다
계획.자금.실무.교사교육.운영까지
완전 얼집에. 핵심이다
수고. 많았수다
이제사 읽어보는데 역시 힘이 납니다
모두에게 잘 전달이 되어질것 입니딘...
이제서야 이글을 읽네요~
★ 아이 = 한울 아이는 한울입니다.
★ 한울 = 씨앗 한울은 씨앗입니다.
★ 씨앗 = 환경 씨앗은 환경이 중요합니다.
★ 환경 = 우리 환경은 우리의 몫입니다.
한울들이 뿌리를 활착할 수 있도록
저부터 노력할게요 ^^